17세기 벨기에의 유명한 화학자며 의학자이자 연금술사였던 반 헬몬트(Jan Baptist Van Helmont)는 "밀가루 낱알과 땀으로 더러워진 셔츠에 기름과 우유를 적셔서 항아리에 넣어 창고에 방치하면 쥐가 자연발생한다."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 실험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생명의 기원에 관련된 학설 중 하나인 자연발생설(Abiogenesis), 즉 생명체가 부모 없이 스스로 생길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행해진 것으로 개구리나 토끼를 만드는 실험도 행해졌습니다.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한 자연발생설은 생명의 기초가 되는 생명의 배(胚, germ)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생명의 배가 물질을 조직하여 생명의 모양새가 된다는 가설로, 곤충이나 진드기는 부모 이외에도 이슬이나 흙탕물 구덩이, 쓰레기, 땀에서도 자연히 발생하고, 새우나 장어는 흙탕물 구덩이에서 자연발생하고, 고기 국물을 가열해 시험관에 넣고 마개를 막아두면 자연적으로 미생물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지금 들으면 웃음이 나는 이야기지만 르네상스까지 증명을 위한 실험도 하지않은 채, 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져 왔다는 사실이 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1665년 프란체스코 레디에 의해서 자연발생설을 부정하는 실험이 있었으나, 1861년 루이 파스퇴르의 자연발생설 비판이라는 논문이 나오기까지는 여전히 미생물은 자연발생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자연발생설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드레이크칼세이건페르미 역설(Fermi paradox)과 연관된 답변으로 외계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하여 긍정적이니 평가를 하고 있으나, 고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피터 와드(Peter Ward)와 천문학자이자 우주생물학자인 도널드 브라우니(Don Brownlee)는 공동 집필한 희귀한 지구(Rare Earth)라는 책을 통해 우주에서 복잡한 생명체가 매우 드물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생물이 탄생하고 진화하여 문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천체물리학, 지질학적, 생물학, 기상학, 사회학 등등 거의 모든 분야의 학문을 총망라해야만 하는 것이고, 또 현재와 과거, 미래의 우주 사정을 정확히 관측하고 계산해내는 능력이 있어야만 실제치에 근접할 수 있으므로, 외계생물의 존재 확률이 높고 낮음은 결국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가 생물로 인정하는 범위는 활동과 복제라는 기본 틀을 정하고, 다시 유기체라는 지구적 발상으로 그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에 고유한 형태의 생물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가 생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생물군은 극히 일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래어어스(Rare Earth) 가설은 우주 전체의 생명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범위를 한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래어어스가 가설의 배경으로 골디락스(Goldilocks)*라는 우리와 같은 생명체 거주가능한 적절한 영역을 기본적으로 설정해 놓고 있는 것만봐도, 드레이크 방적식이 범우주적인 문명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지극히 지구적인 생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주에 생명이 넘치든 희귀하든, 래어어스는 그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글자 그대로 더욱 Rare한 상태로 규정하고 있으나, 보수적이 수치를 대입하고 있으므로 현재와 같이 외계생물의 존재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외계인과 만났다면 그것이 얼마나 일어나기 어려운 일인지를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프랭크 드레이크와 칼 세이건은 평범성의 원리를 근거로 지구는 막대 나선 은하에 수없이 존재하는 평범한 암성행성의 하나일 뿐이라고 했으나, 와드와 브라우니의 이론대로라면 우리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한 곳은 전 우주를 통틀어도 매우 희귀(rare)하므로, 천체물리학 및 지질학적으로 거의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사건 및 정황들이 기가 막히게 맞물려서 발생하고 발전해서 지금에 이른 우리는 현시대의 우주에서 너무나 휘귀하여 그 가치가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보석같은 존재들인 것입니다. 어쨌든 래어어스 이론은 엔리코 페르미의 "만약 외계 생명체들이 흔하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Where are they?)"라는 질문에 대한 훌륭한 해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래어어스는 단순히 생명체의 탄생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생물이 자연발생이든 우주 포자에 의해서든 발생을 하고 그것이 우주적인 재앙이나 행성 자체적인 문제, 생물학적인 문제 등을 잘 피하며 극복하며, 멸망하지 않고 진화하여 복잡한 상태의 생물이 되어서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낮은 것인가에 대하여 증명하려는 것입니다. 래어어스 이론은 문명의 발생 여부를 포함하고 있지 않고 그저 고등생물로의 진화가능성만을 계산하고 있으나, 고등생물의 일부가 전파통신이 가능한 문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교신이나 만남으로 이어질 확률을 구하는 항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래어어스의 이론대로라면 우주에서 현재 인류와 같이 고등생물은 너무나 희귀하기에, 만약 외계인있다고 해도 그들이 우리앞에 나타날 확률이 없으며, 먼 미래에도 우리가 또 다른 문명과 조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발생설은 지금의 과학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고 그 발상이 유치하겠지만, 적어도 지구에서 한번 이상은 무에서 생물이 탄생했고, 수백만번 이상은 자연발생설에 버금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단세포생물에서 다세포생물이 탄생한 사건이나 해양생물이 육지를 활보한 사건, 포유류의 발생, 인류의 탄생 등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자연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엄청난 사건이 분명합니다. 지구에 생명체가 자연적으로 발생했었다면 몇 억년 동안 그와 같은 사건을 여러번에 걸쳐 일어났을 것이고,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다른 행성에서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의 환경이 원시상태 그대로 이어져왔다면 더 고등한 생물로 진화할 가능성도 낮겠지만, 생명체가 지속될 가능성도 희박할 것입니다.

우선 행성이 생명체가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이 되어도, 행성의 환경이 생명체의 거주 조건을 만들지 못하면 생명체의 지속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기체로 이루어진 목성형 행성에서도 원시적인 생명체가 탄생할 수는 있지만, 지구와 같은 고체의 땅을 제공하지 못하면 생명체가 거주하기 어려워 지속되거나 복제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고, 복잡한 생물로 진화하지 못하므로 그 행성은 초기 생물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건만 반복하게 됩니다. 지구는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조건과 그 생명체가 더 복잡한 생물로 발전할 조건들을 만들어 내면서도, 그 생물을 멸종시킬 사건들을 절묘하게 피하는 -로또의 1억배만큼- 어려운 조건들을 늘 만족시키며 지금의 인류를 탄생시켰습니다. 즉 지구는 큰 규모의 은하 내에 있는 일부 뿐인 은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galactic habitable zone ,GHZ)에 있고, 거기에서도 일부 뿐인 항성 주위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circumstellar habitable zone, CHZ)에 있으며, 다시 그 속에서도 드문 편인 거주가능한 조건을 갖춘 행성이며, 운 좋게도 목성이라는 선량한 행성을 이웃으로 두고 있습니다.

우리 태양계의 목성은 수십억년 전 지구 질량이 지금의 절반에 이르지 않았을 때에 천체들의 궤도 이심률을 크게 만들어서 이들 중 많은 숫자가 지구 궤도와 교차하게 만들어 이들 소행성들이 지구에 중요한 휘발성 물질들을 공급하게 하고, 토성 지역에 있던 얼음 덩어리들과 작은 천체들로부터는 물을 공급하게 만들어서, 지구가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물질들을 보유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생명활동이 왕성해진 지구에서의 목성은 항성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habitable zone, HZ)에서 적당히 떨어져서 내행성의 궤도를 망가뜨리지 않고 내행성의 궤도를 질서있게 유지시켜 기후가 안정되게 형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동시에, 스스로도 원에 가까운 공전궤도를 그리면서 파국적인 충격을 안겨 줄 수 있는 혜성이나 소행성과의 충돌로부터 내행성들을 보호해주는 지구의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선량한 목성이 없었다면 지구에는 생명에 필요한 물질들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명체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탄생했다고 해도 불안정한 궤도나 타원궤도를 그리며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상태를 반복하고, 수시로 혜성이나 소행성과 충돌하는 지구에서 생명체를 유지하거나 진화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지구는 적당한 질량을 지니고 있기에 대기를 안정적으로 표면에 붙잡아 둘 수 있고, 암석의 순환이 이루어지고,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으므로 생명체의 지속이 가능합니다. 또 긴 수명을 지닌 태양 주위에 있는 덕분에 생명체가 진화할 충분한 시간을 얻을 수 있었으며, 행성 대기에 오존을 형성할 정도로 충분한 양의 자외선 복사가 이루어지면서도 그 양이 너무 많지 않아서 원시 생명체를 죽이지도 않았습니다. 만약 태양이 다른 대부분의 별처럼 광도 변화가 심했다면 매우 좁은 온도 범위에서만 살 수 있는 생물들은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견딜 수 없어 수시로 멸종을 맞이해야만 했을 것입니다.



우리 지구는 지구물리학, 지구화학, 천체물리학 등 다양한 조건들이 동시에 만족시켰고, 또 수시로 진화에 필요한 조건들도 만족시킬 수 있었기에 40억년 동안 멸종을 피해 꾸준히 진화하며 현재와 같이 생각하는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지구 외의 다른 행성 중에도 생명을 탄생시킬 조건을 지닌 행성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지만, 지구처럼 모든 조건들을 신비할 정도로 만족시키며 40억년을 버텨 온 행성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정녕 경이로운 지구입니다.

*골디락스(Goldilocks)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호황을 의미하는 경제학 용어인데,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서 골드락스라는 소녀는 곰이 끓인 세가지 스프 중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그리고 적당한 것 중에서 적당한 것을 먹고 기뻐합니다. 천문학에서는 '생명체 거주가능영역'을 골디락스 지대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 용어 및 일부의 내용은 위키백과에서 인용하였습니다.
- 외계인은 없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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