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계인은 없다. 1편에서 이어집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합당하며 과학적이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거주가능한 영역을 이루는 조건들은 지금의 지구 생명체를 기준으로 역추산을 해낸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살 수 있고, 우리가 지속될 수 있는 이런 조건들을 갖춘 행성이라면 현재의 인류가 당장 이주를 해도 살 수 있을 만큼 이상적인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달리 생각해 보자면 지구가 과거와 다른 과정을 거치며 다른 상태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그 속에서 모든 생물이 반드시 멸종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나아가 다른 환경에 적응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산소는 필수이면서도 독소이듯,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30억년 전에 현재보다 두배가 되었다면 당시의 생물의 대다수가 멸종했을 지는 몰라도 수억년을 거치는 동안 일부의 살아남을 생물은 두배가 된 자외선의 양을 기본조건으로 하는 새로운 모델을 탄생시켰을 것입니다. 그런 상태의 생물에서 진화한 모든 후세대 생물은 유전적으로 두배의 자외선을 극복하는 인자를 물려받았을 것이므로 그들이 바라보는 주관적인 생명 거주 영역은 더욱 넓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의 모든 생물이 우리와 비슷한 정도의 생존력을 지니고 있고, 우리 정도의 진화력과 우리와 유사한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래어어스의 가설은 상당한 신빙성을 지니게 됩니다. 아직까지 우리는 우주에 존재하는 생물 중에서 단 한 종, 지구 생물에 대한 자료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른 이계 생물도 우리와 본질적으로는 닮아있다는 가정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주에 수많은 외계 생물이 고유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아 진화했고, 그들이 -우리 기준으로- 우리보다 열악한 상태에서 놓여 있을지라도, 평균 기온이 수백도가 넘고 물이 전혀없는 등의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야만 우리가 관념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생명체의 범위에 들어가게 됩니다. 즉 최소한 현재의 우리 혹은 지구 생물중 어느 한 종이라도 살아 갈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과정을 지닌 행성에서만 생물이 탄생할 수 있고, 복잡한 생물체로 진화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2000년 9월 Analog Science Fiction & Fact Magazine에서 존 크래머(John G. Cramer)는 수정된 드레이크 방정식에 의거하여 래어어스 가설을 설명하고 있는데, 와드와 브라우니의 견해를 첨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와드와 브라우니의 방정식과 존 크래머의 방정식의 대입항이 상이한 부분이 있으므로 존 크래머의 방정식을 기준으로 잡도록 하겠습니다. 이 방정식은 우리 우하 내에 있는 복잡한 생명체를 지닌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의 숫자 N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드레이크 방정식과는 달리 복잡한 생명체가 전파 통신이 가능한 지성체로 진화할 확률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N = N* × fp × fpm × ne × ng × fi × fc × fl × fm × fj × fme

N* (stars)
N*은 은하에 있는 별들의 숫자이지만 은하의 질량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질량이 매우 작은 별들(very small stars)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므로, 은하의 질량이 알려진다고 하여도 어떤 크기의 별을 기준으로 잡아야 할지 알 수 없으므로 현재 알려진 별을 기준으로 대략적인 추정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현재 추정하는 N*은 최소한 1천억 개 정도이지만, 만약 질량이 작은 별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이 밝혀진다면 5천억 개까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는 그의 저서 외계문명 이야기에서 우리 은하계 내의 항성의 수를 3,000억 개 정도로 넉넉하게 잡고 있으나, 래어어스에서는 어떤 수치를 기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책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fp (planets)
fp는 우리 은하 내에 있는 별들 중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항성의 비율입니다. 1995 처음으로 다른 별 궤도를 도는 행성을 발견했고, 그 이후부터 점점 더 많은 행성이 발견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은하에 있는 항성들 중에서 어느 정도가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지 추측하기는 어렵습니다. 18세기에 에마누엘 스베덴보리(Emanuel Swedenborg)를 비롯한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프랑스의 수학자인 피에르시몽 라플라스(Pierre-Simon, Marquis de Laplace)가 개발하고 현재까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태양계 생성 이론에 따르면, 태양계는 지금으로부터 약 46억 년 전, 거대한 분자 구름의 일부분이 중력 붕괴를 일으키면서 형성되었는데, 붕괴된 질량의 대부분은 중앙부에 집중되어 태양을 형성했고, 나머지 물질은 행성, 위성, 소행성 및 다른 태양계 천체들을 형성하게 될, 얇은 원반 모양의 원시 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 = proplyd)으로 진화하였다고 합니다.

원시별들은 보통 수소 분자로 이루어진 분자 구름 속에서 태어나고, 일정량의 수소 구름이 특정 질량, 크기, 밀도를 만족할 경우 자체 중력으로 인해 붕괴되기 시작하여, 태양 성운으로도 부르는 이 수축하는 가스 구름은 진화를 거치면서 더욱 빽빽해지며, 불규칙했던 가스들의 움직임은 성운의 순각운동량(net angular momentum) 방향을 따라 일정해집니다. 태양 성운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원반의 회전 속도는 증가하게 되어 성운은 점차 평평해지고, 여기서 원시행성계원반의 형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또 태양계 생성 이론 중 성운 가설은 어떻게 원시행성계원반이 지금의 태양계로 진화하였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인데, 정전기력 및 중력 상호작용으로 인해 원반 내를 떠돌던 먼지와 얼음 조각들이 미행성(planetesimal)으로 자라나게 되며, 미행성 중 상당수는 최종적으로 격렬한 충돌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지만, 원시행성계 원반 내에서 가장 커다란 것들은 대충돌들을 겪음에도 살아남아서 성장을 계속하여, 원시 행성 또는 행성이 됩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태양의 생성 이론들이 있는데 이들을 종합해 볼때 은하에 있는 대부분의 항성들이 우리의 태양처럼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f
pm (metal)

fpm은 가스가 아니라 딱딱한 물질로 이루어진 행성들의 비율인데, 생명체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지구형 행성이 등장해야 하며, 지구형 행성이 생겨나려면 행성계의 중원소 함량이 높아야만 합니다. 중원소 함량이 높기 위해서는 은하 중심부처럼 무거운 성간 물질들이 많은 지대에 행성계가 위치하고 있어야 합니다. 중원소는 복잡한 형태의 분자가 생성되기 위해 필요한 존재로 예를 들면 철의 경우 갑상선 내에 있는 헤모글로빈과 요오드를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다시말해 지구형 행성을 지닌 항성의 비율을 구해서 fpm 항에 대입하면 되는데, 이 수치 역시 현재의 관측값으로는 추측해 낼 수 없습니다.

ne (habitable zone)
ne는 한 항성계 내 생물권에 존재하는 행성의 평균 숫자입니다. 한 항성 주위에 형성되어 있는 행성계에서 어떤 행성에 생명체가 발생할 조건이 되기 위해서는 어머니 항성에서 적당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이 항성주위 생명체 거주가능영역(CHZ)은 관념상의 구체로, 행성 표면의 온도가 액체 물이 존재할 정도로 알맞은 상태가 되는 거리를 뜻하며, 액체 물이 생명체의 탄생에 있어 중요한 이유는 화학 반응에 필요한 용매로써 액체 물이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온도의 범위가 워낙 한정적이다 보니, 이 온도가 안정되게 유지되는 생물권 범위는 자연스럽게 좁혀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ne가 지닐 수 있는 값의 상한선은 1로 보고 있습니다.

ng (galactic zone)
ng를 와드와 브라우니의 래어어스에서는 fg로 나타내지만 은하 생명체 거주가능영역 내 존재하는 항성들의 비율이라는 같은 뜻을 지닌 항입니다. 생명체의 발생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는 한 행성계 내의 조건 뿐 아니라, 크게 확장하여 항성이 은하 내에 어떤 곳에 위치하고 있는가에 의해서도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영역을 은하 생명체 거주가능영역(Galactic habitable zone, GHZ)이라고 부르는데, 최근 이 이론의 모순점을 지적하는 주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위의 fpm 항에서 살펴본 것처럼 생명체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지구형 행성이 등장해야 하며, 지구형 행성이 생겨나려면 행성계의 중원소 함량이 높아야만 하고, 중원소 함량이 높기 위해서는 은하 중심부처럼 무거운 성간 물질들이 많은 지대에 행성계가 위치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행성계가 은하 중심부와 너무 가까우면 혜성이나 소행성의 폭격을 자주 받게되고, 또 항성간의 거리가 가까워도 다른 항성이 빈번하게 가까이 접근하게 되어 생명체의 지속이 방해받게 됩니다. 또한 초신성 폭발로 인한 강렬한 에너지 복사에 노출되어서도 안 되며, 은하 중심의 블랙 홀에서도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은하 내에 어떤 곳이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장소인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그것을 방해하는 수많은 불확정 요소가 존재하고 있으며, 지구 정도의 질량을 가진 행성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서 생명이 발생하기란 매우 어렵기에 이 비율을 0.1로 잡고 있습니다.

fi  (life)
fi는 미생물 수준의 생명체가 발생한 행성의 비율인데, 와드와 브라우니가 이 비율이 제법 큰 값일 것으로 예측했듯이 기본적인 원시 생물의 경우 자연발생하거나 외부유입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은 고등동물과 달리 탄생이나 생존의 범위가 넓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행성의 생명체 거주 가능성은 생태계가 행성의 전 표면에 걸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에만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주생물학자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미소 서식 환경이라고 부르는데, 일부의 생물군이 대기가 없는 어떤 행성 깊은 단층 속 그늘진 곳이나 화산 동굴 속에서 생태계를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 개념을 태양계에 적용하여, 1976년 논문을 통해 목성의 대기 상층부에 유기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가까운 곳에 피씨방도 없는 곳에 있다보니 자주 포스팅하기 어렵네요.
- 용어 및 일부의 내용은 위키백과에서 인용하였습니다.
- 외계인은 없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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