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생체를 이루는 내부기관의 상당수는 소화기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외계인은 무얼 먹고 살까?'에서 다루었듯 문명과 문화가 발전하고 진보할수록 음식은 정제되고 정결해진다. 지구 생명체는 광물에서 직접 양분을 흡수하여 영양소를 생산하는 생물과 그렇지 못해 그 다른 생명체를 먹거나 그 생명체를 먹은 생명체를 먹어야만 하는 생물이 있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필요 성분을 이차 삼차 사슬을 통해 흡수해야 하므로, 소화기관은 아주 복잡하고, 방대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성분과 스스로에 해를 미치는 독소가 함께 흡수되기도 하므로, 이를 중화하거나 배출하고, 억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그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나 성분을 생성, 제어하는 기관도 필요해진다.


그러다 보니 생명활동 대부분은 영양보충과 순환, 배설 등과 관계될 수밖에 없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의식이 있지만, 대부분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시각, 청각, 후각, 체감각 등의 신호를 뇌간과 자율신경계에서 전달된 내부 항상성 신호에 맞춰 받아들여 형성한 장면인 ‘기억된 현재(1차 의식)’일 뿐이다. 비교적 고등한 생물일수록 이에서 벗어난 진보적 생명활동인 ‘사고(thinking)’의 양(量)이 많다. 지구에서 인류는 가장 고등한 축에 속하지만, 전체 일생에서 순수 사고에 관한 활동량은 15%도 되지 않는다. 한 시간 동안 생각만 했다고 해도, 그 생각의 벡터(vector) 양은 지극히 좁고, 얕고, 낮다. 그 이유는 인체 구조 자체가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고, 순환하고, 누적된 독소를 제거(수면)해야만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러기에 적절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무작위로 추출한 몇몇 사람에게 고차의식에 대하여 사고박탈(思考剝奪 thinking deprivation)을 한다 해도 그들은 무리 없이 본능에 따라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고, 번식하며 살 수 있다. 인류에게 있어 사고란 아직은 필수적인 생존조건이 아닌 것이다.
 

그림 출처 : http://commons.wikimedia.org/wiki/User:Dmitry_Rozhkov

지구 생물 대부분은 공통의 조상을 지니고 있어 비슷한 기관이 비슷한 위치에 있고,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비슷한 생명활동으로 수명을 연장하는데, 인류는 상대적으로 일찍 수명연장과 관계없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기에 문명을 선점할 수 있었다. 참고로 근원이 다른 여러 생물이 사는 환경(꼭 행성이나 별이 아닐 수도 있다)에서는 하나의 생명군이 문명을 이룬 후에 다른 조상을 가진 생명군의 진화를 도와 이질적인 두 가지 이상의 생명체가 공존하는 독특한 문명을 이루기도 했다.


어쨌든 대체로 생명체는 지능이 높고, 지성이 쌓일수록 본래의 생명활동과 동떨어진 활동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점점 더 주력한다. 정확히 말해 생명활동의 목적과 수단을 바꿨다고 해야 하리라. 스스로 브로카 영역(Broca's area)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을 계발해 사고의 벡터량을 늘린다. 한 편으로는 앞선 이야기처럼 비효율적인 소화기관으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엉뚱한데 허비하는 것을 줄이려고 음식물을 정제하여 간결하게 하고, 생체가 그를 효율적으로 흡수하게끔 진화를 시도한다. 나중에는 고농축 한 필수성분을 적정시간에 적정량만큼 방출하는 장치를 체내에 장착하기도 한다. 이때엔 이미 생체에 필요한 성분 외의 독소는 전혀 없도록 정교하게 성분이 조절되었으므로, 불필요해진 장기는 오히려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기도 하기에 후천적으로 제거하기도 한다.

그리고 거기서 물질과 에너지의 변환이 자유로운 문명에 도달하면 고용량의 에너지 저장장치가 태아 시절부터 체내에 장착되어 평생 먹거나 배설할 필요 없이 자신의 순수 활동에만 일생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일부 문명에서는 유전자 변형으로 우주의 생명 에너지를 저장하는 챠크라(Chakra)라는 기관을 타고나게끔 하였는데, 이를 통해 생체는 우주에 무한하게 흐르는 에너지를 끊임없이 받아들여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 인류의 특별난 점도 여기에 있다. 인류는 진화 과정이 평범함에도 발전한 형태의 챠크라를 여럿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때 우주생물학자들은 ‘인류는 먼 과거에 존재하던 문명이 실험적으로 생산한 생물의 후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그것이 2억 6천만 전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에서 살아남은 이계 생물 정보를 인류 조상이 흡수하여 얻은 기관이라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론으로 돌아가 생명은 진화와 문명발전을 거듭할수록 순수한 사고 활동량이 늘어나며, 스스로 이에 초점을 맞춘 진화패턴을 짜서 점점 먹는 것과 관련된 기관은 사라진다. 소화기관의 가장 발전한 형태인 챠크라도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척수나 주요 신경계통을 따라 배열된 6~7개의 챠크라가 우주의 핏줄 같은 공간에 흐르는 에너지를 직접 빨아들이는데 이것도 결국 흡수한 에너지원을 소화하여 생체 곳곳에 공급하는 기관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우주 에너지를 생체에 분산된 8만 8천 개의 챠크라로 세포 수준에서 직접 흡수하여 변환하는 형태로까지 진화한다. 이 무렵 생체는 자신 대부분을 차지하던 내부 기관이 사라지므로 써 이전과 확연히 다른 내외부적인 구조와 형태를 지니게 된다.
 

그림 출처 : http://mindaids.com/

그리고 여기서 다시 이동이나 외부정보를 한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사용하던 손발이나 눈, 코, 귀 같은 기관도 사라진다. 에너지의 비밀에 접근한 문명이라면 이미 직접 이동할 필요 없이 주변 환경이나 다른 개체와의 정보 교류가 가능해지고, 자신의 생각을 완전한 상태로 고스란히 전달할 능력도 지녔기 때문이다. 거기서 한발 나아가면 스스로 물질에 얽매이는 데 집착하지 않게 되어 에너지로의 전환이 자유롭다.


그래서 아무리 다른 조상을 지닌 은하 반대편의 생물이라도 최종 진화한 형태는 꼭 같이 닮을 수밖에 없다. 초당 수조 바이트의 정보를 다루는 생물이라면 그 방대한 정보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즉 양자 수준의 활동이 가능한 형태로 진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형태는 바로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수정 결정체(quartz)라 할 수 있다! 사고(thinking)가 정제되지 않아 노랑(citrin), 빨강 또는 분홍색(rose quartz), 파랑(blue quartz), 보라(amethyst) 등 다양한 색을 띠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생명의 마지막 형태는 무색에 투명하고, 흠집이 없는 아름다운 수정 결정이다.
물론 물질에 미련을 완전히 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비과학 상식]이라고 스스로 정한 이 카테고리의 글은 다음뷰의 어느 영역에 속하는 건지...? 원래 작자가 이런류의 글을 쓰니까 그러려니 하고 읽으셨길..
-오랜만에 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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