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이 아니라면?



공룡(恐龍)은 사라졌을까? 1 공룡은 왜 멸종했는가?2 언제 사라졌을까?에서 이어집니다. 공룡은 트라이아스기 후기부터 약 2억 년을 지구상에서 지배적인 종족으로 번성했었습니다. 물론 동일한 종류가 그렇게 오래 지속된것이 아니라 수천종 이상의 공룡중 일부는 시대의 주류가 되어 번성하기도 했고, 어떤 종류는 도태되어 먼저 멸종을 하거나 새로운 아종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지상에서 공룡을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재앙을 만나 멸종을 했든 다른 형태로 진화를 했든, 우리가 공룡이라고 부르는 이 다양한 동물은 사라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토록 번영을 누렸던 공룡은 자신의 뼈를 제외한다면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공룡은 현대의 지질학과 고생물학계에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을 더해주는 의문의 존재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룡은 그 기나긴 세월동안 아무런 문명을 이루지 못한 것일까요?

우리가 문명(文明)이라 부르는 것은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 구조적인 발전.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생활에 상대하여 발전되고 세련된 삶의 양태를 뜻합니다. 그중에서 문화는 정신적·지적인 발전으로, 문명은 물질적·기술적인 발전으로 구별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공룡이 어떤 문명을 이루었다는 상상을 하기가 난감합니다. 언뜻 생각해도 공룡이 옷을 입었다거나 번듯한 집을 지어 대를 이어 산다거나, 경제적 활동을 하거나 별을 관측했다는 것은 우스운 공상으로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문명이 인간만의 특권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심한 낭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45억년 시간에서 처음 생명 비슷한게 태어나기까지 지구는 10억년 가까운 공을 들였고, 재대로 된 생명체들을 대량으로 생산한 캄브리아기의 대폭발까지 30억년을 노력했으며, 다시 우리 인간이 탄생하기까지 5억년이 넘는 유구한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를 했을 것입니다.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비유하자면 인간이 문명을 이룩한 것은 밤 11시 59분 59초입니다. 앞으로 지구의 남은 날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류의 문명이란 것은 길어도 100만년을 더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므로 그 낭비의 정도는 차이가 없습니다.
 


수없이 많은 변수와 촉발 속에서 명멸한 100억종의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문명을 이루었다는 것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역시 낭비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게 보면 일부의 초고대문명의 조각들이 반드시 현재의 사람과 동일한 문명인의 유산이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외계문명개입을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내부문명으로 몰아갑니다) 만약 초고대 문명이 존재했었다면 그 주인공으로 공룡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공룡이 반드시 우리가 정의하는 문명과 같은 의미의 문화와 기술을 발전시킨 그러한 문명을 가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도구를 사용하고 건축물을 축조하고 과학을 발전시키지 않는다 해도, 집단을 구성하고 사회를 이루고 고유의 언어를 개발하여 정신적인 유산을 계승시킨다면 그것이 문명인 것입니다.

보통 공룡은 지능이 너무 낮아 생각을 하지 못하고 본능적인 행동만 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습니다. 먼 옛날에 전멸해버린 공룡의 지능을 유추하기란 쉽지 않지만, 머리뼈 화석을 통해 뇌가 체중에 대해 차지하는 비율로 지능을 추측하는 대뇌비율 지수(EQ, Encephalization Quotient)로 계산해보면, 트루돈이라는 작은 육식공룡의 EQ는 5.8정도로 침팬지(5.6∼5.8), 돌고래(5.3∼5.6), 고양이(2.09)보다 높게 나와서 매우 영리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몸무게의 약 1/60 정도의 뇌를 가지고 있으나,
공룡의 뇌는 그 몸무게의 1/5~10만 정도로 거의 발달하지 않은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테고사우루스처럼 체중이 3t이면서도 겨우 탁구공 크기의 뇌를 소유하고 있어  1.0 이하의 EQ를 보인 공룡도 있었지만,  벨로시랩터나 트루돈처럼 5.0 이상의 EQ를 가진 영리한 공룡도 제법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7.0)보다는 훨씬 낮지만 모든 공룡이 우둔하고 포악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일부의 거대한 공룡은 뇌의 용량은 작았지만 뇌쪽의 신경다발보다 척추쪽의 신경다발이 더 많아서, 척추의 신경다발을 공룡 제2의 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현재의 생물을 기준하자면 뇌의 비율이 지능과 직관되겠지만, 아직까지 활발한 진화의 과정에 있던 시대에서의 뇌는 기능적으로 용도가 집중이 덜 된 상태였는지도 모릅니다. 뇌와 척추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있었을 수도 있으며, 척수의 신경다발들이 지금의 뇌가 가진 역할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공룡이 언어를 가졌다면 어떤 식의 대화를 했을까요? 언어는 소리가 전부가 아니며 곤충과 같이 화학물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고주파를 이용하거나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회를 이루어 조직적인 사냥기술을 개발하고, 표현력이 다양화되고, 기술이 누적되면서 10만년이 지나자 제법 문명다운 문명을 만들었는지도 알수 없습니다. 인류의 문명이란 것도 100만년의 구석기시대를 거쳐 불과 몇 천년의 신석기시대와 그보다 더 짧은 철기시대를 거치고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길고 긴 100만년의 발전보다 어떤 계기 이후에 맞이한 1만년 동안 수만배의 발전을 해왔고, 마지막 100년은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보다 다시 수만배의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앞으로 천년이 지난 인류의 문명이 얼마나 발전해 있을지 상상할 수 있을까요? 만년후에는 어떨까요? 지금 우리가 생각하기에 만년후는 너무나 까마득한 먼 미래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만년전에는 어떠했을까요? 나약했지만 겨우 무리가 되어 원시적인 수렵과 농경사회를 이루어가던 만년전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기적같은 결과를 지금 우리는 누리고 있습니다. 2억년전 번성하던 공룡에게도 경쟁과 배고픔과 불규칙한 기상과 빙하기와 같은 극도의 불안감을 주는 요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원시 인류가 그랬던 것처럼 그중의 몸집이 작고 영악한 일부의 공룡 종이 우연에 의해서든 자연의 선택에 의해서든 어떤 시도를 하여 특별한 계기를 맞이 했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100만년 1000만년이 흐르는 동안, 그 특별한 종은 원시적이지만 다른 공룡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행동과 능력을 발달시켰고, 나아가서 더 나은 우수종으로 진화(변이)를 했고, 다시 1000만년의 시간속에서 어마 어마한 문명을 완성했는지도 모릅니다. 또 1000만년이 지나자 그들은 더이상 공룡다운 모습을 하지않는 이질적인 형상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100년후 대재앙이 생겨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가 멸종하고, 그 재앙속에서 살아남은 새로운 파충류가 2억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여 지구의 새로운 지배종족으로 등극을 하고, 지금의 인류 만큼의 문명을 이룩해 냈다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어느날 그들은 2억년전 지층에서 다양한 화석을 발견해 낼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 포유류가 이룬 어떠한 문명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콘크리트와 금속과 플라스틱과 신소재들은 2억년의 반의 반도 되기전에 모두 분해되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상태가 양호한 일부의 유물이 남았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과거의 포유류의 지능을 유추해 볼때 결코 불가능한 유물이기에 불가사의한 오파츠로 분류되게 될 것입니다.

영장류는 15과 376종으로 구분되는데 그 속에는 원숭이, 고릴라, 침팬치, 유인원 등과 함께 사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포유류를 수십종으로 나눌 것인데 그중에 영장류는 한 종류로 취급 할 것입니다. 왜냐면 원숭이나 침팬치나 사람이나 크게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며, 어차피 고대의 어느 시기에 존재하다 멸종된 우둔한 동물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또 육식을 하는 포유류와 초식을 하는 포유류 등으로도 나눠질 것이고, 포유류 중에 일부는 지능이 자신들보다는 못하지만 제법 높았고 어쩌면 개미나 벌처럼 조직을 이루었다고 상상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절대로 언어나 문자를 가졌다거나 문명을 이루었다고는 상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2억년전 대멸종 사건의 원인을 여러가지 가설로 설명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공룡 중 선택된 몇 종이 문명을 이루었다면 존재한 시간에 비례하여 문명의 결과도 놀라운 것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의 우리와 같이 자아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우주를 관찰하다가 문명이 극에 달한 어느날, 한 종의 수명이 자연에 의해 정해져 있고, 자신들의 운명이 다해가는 것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유전자를 조작하며 자연을 거스른다고 해도, 이미 백만번의 세대복제라는 한계를 넘었기에 더이상 극복할 수 없음을 깨닫고 슬퍼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천만년 동안 축적해온 지식의 전승을 위한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물질도 억년의 세월동안 보존될 수 없음을 깨닫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시대에 가장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번성이 예견되는 일부의 포유를 선택해 자신들의 정보를 암호화해서 불변의 코드로 유전자에 삽입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코드의 흔적이 junk DNA의 일부로 전해졌기에 우리는 불과 100만년 만에 지금의 문명을 이룰수 있었고 그 정보의 지속적 자각으로 촉발되어 100년만에 이런 비정상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우리 인류가 종말이 눈앞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고 해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지구의 재앙이 아니라 종의 재앙처럼 공간의 이동으로 피할 수 없는 재앙이라면 우리가 이룩하고 축적한 지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남기는 방법으로 유전자 조작을 선택할 것입니다.

며칠 전 미국의 생명공학연구기관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에서 유전체를 구성하는 물질들을 합성해 약 58만개의 염기쌍으로 이어진 박테리아의 게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2002년 생명체와 비(非) 생명체의 중간 격인 바이러스의 게놈을 만들어낸 적은 있지만, 번식이 가능한 완전한 생명체의 게놈이 인공적으로 생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록 미비한 구석이 있지만 인공적으로 디자인한 유전자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공룡은 자연적 재앙이든 인위적 재앙이든 멸종을 한것은 분명하지만, 멸종을 하였으나 그 정보는 후세의 많은 생명체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우주를 관측하가다 외로움에 떨며 다른 어떤 지성을 간절히 찾아 헤매는 이유도 공룡에게서 비롯된 원시 기억의 일부일 것입니다. 공룡을 연구한다는 것은 한때 태양계의 모든 행성을 탐사하고 그곳에 흔적을 남겼던 고대 문명을 따라가는 첫걸음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끝-

3편으로 나눴지만 사실 1편과 2편은 마지막 편을 위한 흥미 유발의 도구였습니다. 농담과 가설은 다른 것입니다. 또한 사실(Fact)와 허구(Fiction)을 구분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적당한 소재를 선택해 상상력을 보태서 그럴듯한 이야기로 구성한 것일 뿐인데, 마치 진지한 학문을 다루듯 민감한 태도로 반박한다면 오히려 글쓴이의 입장이 난감해 질 것입니다. 카테고리 이름처럼 비과학적으로 과학을 바라보는 시각적 유희를 즐기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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