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크시티 (Dark City)에서 매일밤 자정이 되면 거대한 도시는 한순간 정지되고 모든 인류는 수면상태에 빠지는데, 그때부터 초고층 빌딩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시 세워진 후 시침과 분침이 엇갈리는 순간 잠에 빠졌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분주히 일상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시 자정이 되면 중절모를 쓴 검은 옷의 괴인들은 정신을 집중해 시간을 멈추고 현실마저도 바꿔버리는 튜닝 능력으로 도시의 모양을 바꾸고, 사람들의 기억을 바꿔치면서 다크시티를 재구성합니다.



그 속에 속한 사람들은 다시 일상을 자유롭게 탐닉하고 꿈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그 현실을 조금도 의심없이 받아들이지만, 사실 그들의 모든 기억은 조작되어있고 그들의 세계는 우주속에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습니다. 타크시티의 사람들처럼 우리는 오늘 하루를 휴식하며 친구와 만나 조잘거리고, 새로운 영화를 관람하고, 저녁이 되자 내일 출근할 생각에 무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아쉬워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합니다.

우리의 일과는 마치 잘 짜여진 프로그램처럼 반복적이면서, 입력한 질의어의 답변을 충실히 출력을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동작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자신이 살아있고 자유롭게 사고(思考)한다고 여기면서도 알 수없는 비애감에 빠지거나 어딘가 틀속에 매어져 있음을 자각(自覺)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사고나 추리를 이치에 맞게 이끌어 가야한다는 논리(論理)적 사고에 의해 그러한 자각은 각성(覺醒)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제지당하며, 곧 스스로 부정하여 망각(忘却)하게 됩니다.


우리가 보편(普遍)적인 진리로 규정하는 일반(一般)과 상식(常識)은 그것을 부정하려 할 때마다 결코 심리적으로 넘을 수 없는 장벽(障壁)을 만나게 됩니다. 그 벽을 억지로 넘으려고 시도하다가는  무한루프에 빠지거나 스스로의 과부하에 걸려 자아의 논리가 파괴되는 사용불능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일반화된 진리를 부정한다는 것은 객체의 입장에서는 각성이지만, 프로그래머의 입장에서 입력된대로 동작을 하지않는 프로그램은 오류이자 바이러스입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을 짤때는 항상 동작의 범위를 정하고 그 이상의 동작을 방지하는 오류방지 시스템을 고려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정해진 범위를 넘는것이 허용되어 있지 않는 것일까요?

우리가 일반이라고 믿고 있는 현상은 대부분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특별난 현상일 수도 있으며, 보편성을 부여한 거의 모든 진리가 사실은 한정된 동작속에서만 나온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믿어왔던 45억년의 역사가 사실은 하루 만에 입력된 게임스토리이며, 우리는 방대한 RPG속에 플레이되는 캐릭터일 뿐인데도 자신의 의지로 움직인다고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세계라고 부르는 RPG게임을 즐기던 게이머가 동작을 멈추고 전원을 끄는 순간, 우리가 믿어왔던 모든 진리는 막을 내리고 다음 부팅의 순간까지 무한한 침묵을 하게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현대우주론은 온갖 관측자료와 물리이론을 총동원해 우주의 보통물질은 4%뿐이며, 나머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74%의 암흑에너지와 22%의 암흑물질로 이뤄져 있다는 이론을 정립해 왔습니다. 우주의 모든 별과 행성들은 0.5% 밖에 안되며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란 고작 4%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탐구하고 연구하고 생각해 왔던 모든 지식들이 완벽한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는 겨우 진리의 4%만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수없이 많은 초은하단중에서 1천여개의 은하들로 이루어진 우리의 초은하단 속에 한자리를 차지하고있는 우리 은하에서 다시 변방에 위치한 태양계 속의 지구에 사는 우리는 그저 우리세계의 진리를 일반화해서 우주를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천억 x 일천억개의 별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전우주에서 유일하게 생각하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이 지구일지도 모르며, 생명이 우연으로 탄생했다고 해도 그 우연이 이곳에 한정된 우연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의 시야와 사고능력은 우주를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초라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 우주에서 가장 우주를 닮고 열린 사고를 지닌 지성체일 수도 있으며, 다만 아직 그 때가 이르지 않아 우리의 세계를 보편화해서 관측할 수밖에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우리의 세계는 절대적인 관측기준계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다수의 확률과 흐름에 따라 보편성을 부여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우주라는 알은 외부에서 깨어주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성정하여 껍질을 깨야만 합니다. 껍질을 깬다는 것은 결국 우리 세계와 믿어왔던 진리는 부정하고 새로운 세계의 존재를 인정하므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다만 그 속의 새가 외부세계를 받아들일 만큼 가치관과 존재감이 충분히 성숙했을 때에야 가능하겠지만, 그 시기가 너무 늦어진다면 새는 알 속에 갖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우주속에 잉태된 단 한개의 세포가 분화하고 자라서 모습을 갖추는데는 생각보다 매우 짧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우리가 45억년 동안 태양계의 범위를 겨우 벗어나고 있지만 앞으로 1억년도 지나기 전에 하나의 세포는 수천만개의 세포로 분화해서 우리 은하의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마침내 어느 날, 더 이상 몸집을 키우기에 자궁이 너무 비좁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외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바깥 세상의 낮선 소리가 들려 올 것입니다. 우리 세계를 부화시키기 위해 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품고있는 어미의 속삭임이 들릴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의 우주에 쏟아지는 수소 원자보다 100배 무거운 윔프(WIMP) 사실은 알 껍질을 두드리는 햇살의 조각일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수평선 끝에 절벽이 있는지 아닌지는 그 끝으로 항해해야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껍질을 깨는 순간 4%의 희박한 물질 밖에 없는 알속과 달리 96%만큼 꽉 찬 우주를 만나고, 여기저기 흩어진 백억개의 다른 알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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