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은 왜 나타나지 않을까? 3 에서 이어집니다. 외계인은 왜 나타나지 않을까? 1 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일단 '외계인이 확실히 존재한다'고 가정을 하고, 그들은 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가정을 이어 가겠습니다.
-우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유일한 사실은 우주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 그들은 우리를 지적 생물로 인식(認識)하지 않고 있다.
CETI(communication with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는 외계의 지적 생물과의 교신을 뜻하는데 고도(高度)의 문명을 이룬 외계인의 입장에서의 CETI도 지적인 생물과의 교신을 뜻할 것입니다. 지구라는 닫힌 계(界)에서 지적인 생물은 인간 밖에 없습니다. 그 범위를 우주적으로 확대하고 외계인의 문명 수준이 은하계를 하나의 닫힌계로 보게 되었을 만큼 발달한 상태라면 그들의 입장에서 지적인 생물로 인정할 만한 군집(群集)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외계문명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하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그들의 문명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진보의 정도를 과소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 인류가 자멸을 피해 500만년 정도만 지난다면 우주 식민지가 은하계 전체에 퍼지는 3단계 문명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데, 만약 1억년을 더 발전한다면 그 문명의 정도는 다른 은하계를 뛰어넘게 되므로 더 이상의 상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과학(기술, 심리, 의학, 종교를 포함한 모든 과학)만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학에 의해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신체적이 진화 역시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먼저 노화의 비밀을 풀어 짧은 수명을 연장하려 할 것이고, 나아가 죽음에 대한 도전이 이어져 불사지체를 꿈꾸게 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이 이어질 것이고, 그 성패(成敗)를 떠나 1억년 후의 인류는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신체(신체를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와 정신구조를 지닌 이질적(異質的)인 존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단세포생물(單細胞生物)보다 수억 배나 발달(진화)하고 조직적 사회성을 지닌 개미집단을 보면서 그 개미에게 흥미를 넘어 지능성까지 인정할 수는 있지만, 개미를 지적 생물체로 보고 교신을 시도하지는 않습니다. 인류도 나름대로 오랜 세월을 거쳐 지구상에 나타났던 모든 생명체보다는 우수한 지적능력을 지니고 있으나, 개미와 인간의 그것 만큼 인간과 차이가 나는 지적 생명체에게 보이는 인간이란 -개미와 흰개미의 차이보다 경미한- 침팬지와 99.4%의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는 발달한 포유강-영장목 중에서 조금 더 발달한 종(種)으로 보일 것입니다.
물론 그들도 우리 인류와 같은 과정-원시생물에서 고등생물-을 거쳤으므로 인류를 하나의 지적인 생물로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 지적인 수준의 차이가 너무나 거대하다면 어떨까요? 그런 진화의 논리대로 따져보면 인간도 수십억 년 전에는 단세포에서 출발했음에도, 개미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영장목-영장목-사람상과-사람과-사람아과-사람족-사람속 중에서 사람을 제외한 어느 생물에게도 인격을 부여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수천 년에 불과한 문명의 결과만으로도 다른 모든 지구 동승자의 생사여탈권을 지니고 있다는 교만에 빠져있으면서, 진실로 진보하여 별을 움직이고 은하계를 재구성할 만한 능력을 지닌 문명이 우리에게 존재가치와 자율권을 인정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11. 침략을 준비하고 있다.
문명은 우리의 경우를 보더라도 독자적인 발전을 해서 이룬 경우보다는 주변 문명의 도움과 개입에 의해 갑작스럽게 개화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교통수단과 지리 지식이 발달하지 않았던 석기시대에도 인류 중에서 한 부족이 청동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우세했지만, 천년도 지나기 전에 그 놀라운 과학기술은 대부분의 대륙에 골고루 퍼져 버렸습니다. 당시의 기술은 본능을 충족하기 위한 세력과 우세의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와 미래의 과학은 그런 집단적 본능의 기능만을 위한 도구가 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수준입니다. 만약 과학이 발전의 주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편식적 발전을 하게 되면 자멸하게 되므로, 그에 대한 충분한 제어력을 동반했을 때만 멸망을 피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독자적으로 문명이 발전했다면 여러 면에서 골고루 일정한 수준을 이루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변의 영향으로 급작스러운 문명을 받아들이므로 그런 자멸을 피하는 도덕적인 성숙이 부족한 경우라면 부분적이지만 본능적인 욕구(공격성, 침략성 등)를 지니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가까운 거리에 수십 개의 행성에서 생명체가 독자적으로 진화를 이루고 있었는데 외계에서 우수한 문명이 방문했다면 그들은 분명 시간을 두고 그들을 기다리며 긍정적 진화를 촉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각자 다른 행태를 거치며 탄생한 생명이라서, 동일한 변화에도 반응의 행태(行態)와 대응은 달랐을 것인데, 하나의 새 문명만 형성시키는 시도라면 문명의 전도자도 세밀한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지만 여러 종족이었기에 각자에 대한 치밀성이 덜했을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격발된 2차 문명이 주변의 여타 문명에게 순차를 어긴 개입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저그와 같이 잠재된 무한의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경쟁에 의해 살아남아야하는 원시적인 생존본능을 고스란히 지닌 종족이, 충분한 진화를 거치며 공격적인 인자를 제거하지 못한 채 제어력 이상의 기술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 초월적 기술은 어린 아이 손에 들린 칼과 같이 위험을 늘 내포하고 있는 도구가 됩니다.
지구를 침략한다면 그 목적이 정복에 있는 것이 아닌 유희에 있거나, 단순한 파괴본능의 충족일 수도 있으며, 시끄러운 파리를 의미 없이 내리치듯 우리가 내는 전파의 소음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그들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성간을 항해하여 지구를 침략할 기술을 지닌 존재라면 계획이니 전략이니 하는 것은 필요 없었을 테니 이미 멸망했을 것입니다.
12.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는 적응력이 있거나, 혹은 그들에게 죽음이 되는 조건이 우리에게는 생존 조건이 되는 그들의 천적과 같은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유하고 어느 정도의 내성을 지닌 감기 같은 만성적 바이러스가 그들에게는 그들의 세계를 멸망시킬 만큼 강력한 독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래 전에 지구를 방문했던 그들의 선발대가 모두 전멸했다면 그들은 우리를 과대평가하거나 두려워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우리 세계와의 접촉을 고의적으로 회피한 채 우리에게 노출될 것을 두려워 할 것입니다.
또는 우리와 다른 구성 물질로 이루어진 신체를 가지고 있고, 그들이 우리와 달리 태양을 생명의 근원으로 삼고 있지 않다면, 그들아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우리에게 일상적인 태양광선 정도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광자 추진하는 우주선으로 지구를 방문했지만, 우리에게 그들은 그림자와 같은 비현실적 존재밖에 되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또한 밀도가 상대적으로 희박한 암흑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이 있다면 그들 입장에서 물질계를 바탕으로 생명활동을 하는 우리는 블랙홀과 같은 고중력 상태에 살고 있는 경이로운 존재로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중력이 대단히 약한 환경에서 진화하여 나약한 구조를 지닌 외계 생물이 있다면, 그들에게 우리는 슈퍼맨과 같이 강력한 존재로 인식될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가정이지만 만약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고형물이나 고착상태에서 하위 종족과 공생관계를 맺어 이동해야하는 형태로 진화를 했거나, 식물과 같이 반드시 의지할 기반을 갖춰야 생존 가능한 외계 문명이 있다면, 스스로 이동수단의 도움 없이 걸어 다니는 인류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우주의 96%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암흑의 물질과 에너지이고 우리가 보는 모든 별을 이루는 물질은 겨우 4%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4%의 물질도 99%가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같이 안정된 원자나 분자로 이루어진 환경은 1%에 불과합니다. 그 1% 속에서 우리는 문명을 이루고 발전을 시켜왔습니다. '절대로 아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본다면 물질의 99%가 존재하는 형태인 플라즈마에 더 많은 상태와 가능성이 있을 것이고, 나아가서 96%의 암흑계에는 더 많은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태초에 물질계 보다 훨씬 많았던 반물질 계에서 넘치던 반입자를 기반으로 발전하여 고도의 진화를 이루었던 문명이 존재할 무한한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같은 문명에 속한 다른 인종의 의사도 추측하기 힘든데, 수십 광년을 떨어져 있거나,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물리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 다른 종류의 존재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근본적으로 불가능 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개와 고양이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상상할 수고 없는 ‘차이가 아닌 전혀 다른 무엇’이 될 것입니다.
또는 그들은 거시적 존재로서 미시적인 인류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이기에, 우리가 믿는 진실한 우주는 거시적 존재에 의해 전자현미경에 올려진 유리판 속의 샘플처럼 잘려져 제한되고 닫혀있는 세계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하루가 우리에게는 영원이고, 그들의 일초가 우리에게는 46억년이 되어 그 짧은 시간에 우리는 탄생하고 생명의 모태를 만들고 진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우주세포를 복제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외계인이 있다면 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요? 어쩌면 불간섭(不干涉)의 원칙을 지키는 친절한 외계의 파수자가 또 다른 외계의 포식자보다 뛰어나기에 우리는 고립된 울타리 안에서 외롭게 성장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파수꾼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사냥꾼이 나타나면 우리는 그들의 총아래 쓰러져 상아를 제공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만약 천년이 지난 어느 날, 북극성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수신한다면 기뻐하기에 앞서 오디세우스를 돛대에 묶고 사이렌의 하프소리가 아닌가 의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끝-
-5편까지 준비했다가 이야기가 지루해진 듯하여 4편으로 줄였습니다. 읽는다고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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