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文明)의 비밀 1편에서 이어집니다.

간섭자(干涉者) 1

인류(人類)란 두발로 서서 걸어 다니는 사람과(Hominidae)의 사람종(Homo sapiens)에 속하는 영장류(靈長類)를 말합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사람과에 속하는 4속 7종의 모든 족속을 인류의 개념에 포함시키기도 하는데, 사람과(科)에는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는 사람상과에 속하는, 꼬리가 없는 2과 8속 21종의 유인원(類人猿)을 인류로 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분의 차이는 인류의 과거를 얼마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보느냐에 의한 견해적인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인류의 역사를 600만년으로 본다면 그 무렵에 사람아과(亞科:Hominidae)인 침팬지에서 겨우 갈려나온 것이 사람이므로 침팬지도 발전되지 못한 과거의 인류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사람과 침팬지는 아직까지도 97에서 99.4%의 일치된 DNA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600만년이 지났지만 침팬지(chimpanzee)의 뇌용량은 그때 그대로 사람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으며, 여전히 40년의 세월을 나무 위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침팬지는 여러 면에서 사람과 유사한 근연성(近緣性)을 보이고 있으면서도 다음 단계를 뛰어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물고 있지만, 사람은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서 살며 문화라고 불리는 독특한 생활 방식을 만들고 언어를 발전시켰고, 사물을 이용하며, 나아가 도구를 개발해 그 짧은 시기에 지상의 모든 동물위에 군림하는 지배 종족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적인 차이는 1%에 불과합니다. 이 1%의 차이를 침팬지는 600만년  동안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 자연적 선택에 의한 유전적 변이의 불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사람은 그 후에 놀랍도록 빠른 지적, 생물학적인 변화를 보이면서 다른 생물군과 달리 진화에 대한 특권을 누리는 듯, 긍정적인 진화만을 거듭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600만년 전 인류와 갈라진 침팬지는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후 새롭게 갈라진 -침팬지보다 더 발전한- 최근의 인류 조상은 단 한 종(種)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당시에 지구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던 현생인류의 조상이 일제히 진화를 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우므로,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그들만의 특징을 갖춘 인류 조상들이 근세까지 존재했어야만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은 사람속(Homo)의 한 종으로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가까운 종입니다. 이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분포하여, 석기(石器)와 불을 이용하며, 매장(埋葬)이라는 다른 동물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은 약 35만년 전에 출현해서 약 3만년 전후에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후에는 물론 현생인류인 우리 사람입니다.


백만명의 네안데르탈인이 있었는데, 만년 후에 그 백만명의 후손들이 모두 사람으로 진화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상한 것입니다. 돌연변이나 새로운 진화체(사람)가 나타났다면 그 개체수는 몇에서 몇십 이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이 우세해서 번성하였고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다는 것 또한 자연의 선택(법칙)이라고 하기에는 미비한 구석이 있습니다.

인류는 다른 포유류에 비하여 매우 짧은 시기에 활발한 진화(발전)를 이루어 왔는데, 침팬지가 여타의 포유류보다 불안정한 상태도 아님에도 사람은 그로부터 나와 새로운 상태를 향한 최적화를 단계적으로 밟아 왔습니다. 그 과정은 어찌 보면 긴 시간이라 할 수 있겠지만 고등생물종의 기간으로 따지자면 순식간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미지(未知)의 개입자(介入者) 흑은 간섭자(干涉者)가 있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인류의 진화만 놓고 보자면 개입자라고 해야 하겠지만, 문명의 발전에 대한 제한이나 제재(制裁)를 한다고 하면 간섭이므로 이하 간섭자라고 명하겠습니다.) 즉 현생 인류는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진화를 촉진한 듯, 1%의 특별한 유전자를 통해 다른 모든 종이 갖지 못한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 특별함에 대한 실험적 예우가 이제는 끝이 났다고 볼 수도 없으며, 과거에 다른 종에게는 한 번도 없었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오파츠는 그 지층에 나타나는 여타의 유적(수준)과는 확연히 구분되는데 이것으로 미루어 몇십만년 전에도 특별한 종의 개량이 단기간에 있었으리라는 짐작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오파츠를 통하여 개입자와 실험 종족에 대한 일부의 단서를 유추해 보면, 유물의 크기나 형태가 현생 인류가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므로 이러한 유물을 사용했던 종족(혹은 개입자) 역시 현생 인류와 유사했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 인류가 새로운 문명종족을 만들려고 한다면 그것은 지금의 우리와 전혀 다른 파충류나 조류가 아닌 우리와 가장 유사하고 유전적으로 닮은 영장류 중에서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만약 초고대에 우수한 문명을 이룬 종족(간섭자)이 있었다면 그들 역시 어떤 이유에서 유전적인 조작을 통해 지성체를 창조하려 했다면 자신들과 유사한 종족 중에서 선택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현재의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그로부터 천년이 지나기 전에 DNA의 비밀 대부분을 이해를 했을 것이고, 그 분석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바라던 수준의 개량(改良)된 종(種)을 만들었다면, 자연스러운 환경조건에 방목(放牧)하여 그 성공여부를 확인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유전자의 비밀에 근접했다면 그들은 노화를 어느 정도 극복한 상태이므로 수만년 동안 자신들의 피조물이 지상에서 번성해가는 것을 관찰하였을 것이고, 이후 더 발전된 새로운 종에 대한 실험을 이어갔을 것입니다.


실험은 짧게는 몇백년, 길게는 몇만년에 걸쳐 이루어 졌고, 때로는 급격한 리모델링이 있어 충분히 번성하기 전에 새로운 종의 교체가 단행(斷行)되었을 것이기에, 현재 발굴되는 화석들은 순차적인 진화형태를 보이면서도 몇 장면이 빠진 슬라이드 필름을 보듯, 완전한 연결고리를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러한 수백 단계를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개입(조작)한 진화로 탄생된 종(種)이 무리한 지능의 향상에 비해 육체적인 능력부족으로 이전 종이나 여타의 포유류와의 경쟁(競爭)에서 살아남지 못하기도 했을 것이고, 빙하기와 같은 자연환경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 부족해 번성 중에 멸종에 이르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실험이 거듭 될 수록, 최대한 급작스런 개입을 자제했고, 자연에 가까운 종의 번성과 발전을 기대하며 지속하는 백만년에 걸친 개량과정 후에 그들은 마침내 그들이 바라던 '스스로 생각하고  사회를 이루며, 거짓말(Theory of Mind)도 할 수 있고, 자연에 대항하면서 번성하는 종'의 탄생을 기뻐했을 것입니다.

그 새로운 종은 호기심이 충만하며 지혜로웠고, 깊고 풍부한 사고력을 지녀 자아와 우주를 생각하고 자연을 관찰하여 내일을 예측하는 놀라울 정도로 경이로운 존재였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계획의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비록 자신들 만큼은 아니지만 그들은 천년이 지나지 않아 진정한 과학의 길로 접어들었고, 수년마다 이루어진 발견과 발명의 성과로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를 다루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간섭자는 그들의 문명이 조금만 더 무르익고 성숙해지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리라고 계획하며, 그 출현 이후에는 개입을 끝내고 그들을 지성체로서 대우를 해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끝없이 빠르게 발전하던 그들은 정신적인 뒷받침(성숙)이 부족했고, 발전 단계에서의 경험부족으로 스스로 만든 문명 이기(利器)에 의해 순식간에 자멸하게 되었습니다.

그 문명의 이름은 아프리카의 도곤족일 수도 있고, 그보다 20만년 앞섰던 신화속의 문명국 앗시리아고대 이집트일 수도 있는데, 너무 뛰어났기에 큰 시행착오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멸종의 원인이라고 간섭자들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곧 새로운 종을 개발하는데 그대로 반영되었고, 뇌용량이나 신체조건을 새롭게 셋팅하여 지상에 내보내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개입자였지만 그때부터 새 종족의 발전과정에까지 간섭을 하는 간섭자가 되어, 급작스러운 발전을 경계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희미하게 나마 나타내어 그 종족이 두려움을 가지도록 유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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