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이 오늘날과 같은 학문체계로서의 자리 잡은 것은 19세기 중반인데, 고고학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고대와 선사시대의 유적과 유물에 대하여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화나 종교를 바탕으로 설명을 하였습니다. 서양에서는 창세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기원을 BC 4천년 경으로 잡았던 영국의 한 주교의 해석을 1800년대 중반까지 사실로 받아들였으며, 유물의 재질에 따라 고대의 문화사를 구분하고, 유적을 구성하는 퇴적층의 해석에 대한 방법론이 확립되고, 유물의 형태적 변화가 지닌 시간적 의미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이루어졌다는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이 남았는지, 현재까지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고작 6천년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와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을 통해 더 다양하고 풍부한 방법으로 발굴하고 분석하여, 현생 인류의 태생을 200만년 이상으로 확장해 놓고도, 그 문명의 역사에 대하여서는 여전히 중세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유물이 최소 1만년 이상 된 화려한 문명이 있었음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에 대한 인정보다는 고고학이나 고생물학 등에서 그 시대에 나타날 수 없는 유물을 나타내는 말인 오파츠(OOPARTS)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해석을 미루고 있습니다.
오파츠(OOPARTS : Out Of Place Artifacts)는 시대와 일치하지 않는 인공물이란 뜻인데, 제1종 오파츠와 제2종 오파츠로 구분 짓습니다. 제1종은 10만년 전 이상의 것을 말하고, 제2종은 10만년에서 대체로 몇 천년 전까지의 것을 말합니다. 주로 주목받는 것은 제1종 오파츠이며, 지금까지 오파츠로 규정된 것은 100여 가지가 넘지만 그 진위가 밝혀진 것은 아직까지 하나도 없는 ‘오파츠=미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하인리히 슐레이만의 적극적인 믿음과 의지가 없었다면 1만 5693행, 24권으로 전해지는 호메로스(Homeros)의 일리아스(Ilias)는 여전히 전설과 신화의 문학으로 여겨지고 있었을 것이며, 트로이 역시 문학 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도시였을 것입니다.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다는 청동기시대를 비형식적으로 "영웅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도 일리아드나 기타 신화적인 이야기의 배경이 이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신화적인- 이야기를 통해 시대를 유추하는 방법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리아스나 오디세이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추정하는 근거는 그 영웅들이 전쟁에 사용한 무기나 갑옷이나 기타의 문명 등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청동기 시대를 BC 4천년 경으로 잡아 놓은 상태에서 청동기 문화집단인 트로이를 생각한다면 그 시대는 결코 BC 4천년 이전으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시루떡처럼 겹쳐진 고대도시들의 잔재를 발굴해 놓고도 BC 3천년이 된 아래층보다는, 2천여년 후의 유적이 트로이가 되어야만 호메로스의 설명과 현재 추정하는 인류의 기술발달 수준이 맞아 떨어진다고 셈을 하고 있기에, 지금까지도 어느 층을 트로이라 부를지 -물론 다른 문제들도 있으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일강 유역에 최초로 국가가 세워진 것을 기원전 4천년 경으로 잡고 있으나,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Herodotus BC490?-425?)는 동시대의 사람들이 BC 1만7천전의 것으로 보이는 이집트의 고문서를 보존하고 있다고 했고, BC 3세기 초기의 이집트 헬리오폴리스 신전의 대사제(大司祭)로 이집트의 역사를 서술했던 마네토(Manetho 마네톤)는 자신의 저서 이집트지(誌)에서 기원전 1만 7천년보다 훨씬 오래된 책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어(語) 사료(史料)에 바탕을 둔 그리스어로 된 이집트지 세 권은 단편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메네스로부터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를 30왕조(王朝)로 구분, 고(古) ·중(中) ·신(新) 왕국으로 3분한 방법은 현재에도 쓰이고 있는데, 현대적인 고고학의 주된 증거인 기념비 등의 1차 자료와 다른 부분이 많아 곧잘 정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오래된 기록과 후세의 기록 중 어느 것이 더 정확한지에 대한 해석은 이해하기 편리한 다분히 집단적인 주관에 의한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플라톤이 전해 들었다는 몇 마디 말을 근거하여 수천 년을 이어오며 아틀란티스를 찾아 헤맸고, 오늘날에도 이 대륙의 실재했음을 증명하려는 학자들이 있어서, 대서양 중앙해령의 일부인 카나리아제도나 아조레스제도 등의 화산섬이 이 대륙의 일부라거나, 이들 제도의 동식물이 유럽이나 아메리카의 동식물과 닮았다거나, 아메리카 대륙의 고대문명 아스텍 문화는 살아남은 아틀란티스인이 만들었다는 등의 여러 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륙이동설이나 달의 인력까지 접목해가며 이 신비의 대륙을 밝혀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만 2천년 전이든 1만 8천년 전이든, 그 이름이 아틀란티스라고 현재 알려진 고대의 문명대륙이 있었다는 전설과 신화는 수없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고학의 기준으로 BC 1만년 전이라면 뗀석기에서 좀 더 발전한 간석기(磨製石器)를 사용하는 시기로 농업 발달과 원시적인 건축기술을 바탕으로 마을을 이루었지만 문자는 고사하고 언어적인 통일도 불가능했던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석기 시대보다 오래 된 고대의 문명이 기록하는 능력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많은 증거가 있습니다.
위에 업급했던 마네토나 헤로도투스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생활과 의견 및 저작 목록'으로 유명한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이나 역사가 스넬리우스(Snellius)도 3만~4만년 이상 보관되어 온 고문서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후세는 그들의 업적이라고 평가하는 부분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 후, 이러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위인의 실수, 또는 전설에 대한 헛소문 정도로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감탄고토(甘呑苦吐)는 집중보다는 편향적인 발전이라고 보이는데, 종교나 학문 등의 분야에서도 자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에 보이는 명확한 오파츠에 대하여 고고학계와 창조학계에서는 모든 방법의 연대측정법이 잘못되었다며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이 주장하는 증거 -화석, 유물, 유적-에 대한 측정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기적인 논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1990년 미국 몬태나에서 부드럽게 늘어나는 연골 조직과 뼈속에 혈액세포와 부드러운 섬유조직까지 가진 7000만년 전에 멸종된 공룡 뼈가 발견되었을 때 창조학계와 진화학계의 살얼음판 같던 대립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화석과 지질학적 연대 연구에 매달려온 과학자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흥분과 고민 사이에서 갈등을 거듭하면서, 과학의 발견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과학의 모순이라고 하거나, 연대측정이 잘못되었다며 그 발표자체를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연대측정이 잘못되었다면 그 공룡은 '어떤 생물체의 사체도 100만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과학적인 논리에 따라 공룡이 멸종했다는 연대보다 6400만년 후까지 살아 있었다는 말이므로, 결국 공룡은 6500만년 전도 100만년 전도 아닌 시기에 멸종한 기묘한 동물이 되어버립니다. 과학철학자인 토머스 쿤(Thomas Kuhn)은 “한 패러다임과 모순되는 발견이 있을 때 그 패러다임이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2차적 가정을 만들어 새로운 증거가 수용될 수 있도록 수정되는 것이다.”고 말했지만, 전통을 지키는 현학자들은 스무살 무렵에 겨우 수년간 배운 학문으로 사고력에 인이 박혔는지 '뿌리부터 달라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에는 절대적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이런 말에 거품물 것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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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명의 역사가 6천년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사실은 지금 우리 문명 역사의 일부일 뿐이거나 현재 문명의 역사일 뿐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전설의 밤'에서는 2천년 마다 문명이 반복되는 행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쩌면 지구의 문명도 2천년은 아니지만, 2만년 마다 무너지고 발전을 답습하는 반복을 적어도 5회 이상 해 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재건된 혹은 재발한 문명은 고대로 갈수록 -10만년 이내의 2종 오파츠보다 오래된 1종 오파츠가- 더 뛰어나고 우수했음을 흔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고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지금의 우리보다 더 발달했을 수도 있는 문명이 있었다면 왜 사라진 것일까요? 그리고 그 지식은 어째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지 못한 채 단절되었던 것일까요? 지구는 공룡의 멸망보다 더 치밀한 음모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부터 인류의 문명이 발전과 멸망을 2회 이상 반복했다는 가정을 하고, 왜 그 문명이 사라져야 했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언어의 유희를 즐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문명(文明)의 비밀 2편으로 이어집니다.
- 너무 바쁘고 피곤하여 포스트를 쉬고 있는데, 쫑을 낸 것이라는 오해를 풀고자 마무리되지 않은 글을 하나 발행합니다. 원래는 시간을 두고 편집하고 수정을 해야하는 것인데, 당분간 시간 내기가 어려울 듯하여 거친 글을 그대로 내보내게 되었습니다. 관심가져 주시는 분들께 답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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