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명(文明)의 비밀 3편에서 이어집니다.
생명창조
우리는 최종적인 진화인 자발적 개선(自發的 改善)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실제로 유전자 지도(genetic map)와 그 역할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간섭자와의 만남이 곧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완성했다고 하는 지도는 아직 그 형태만을 그린 것에 불과합니다. 마치 한 지역을 항공촬영하여 산과 도로와 건물의 형태만 그린 것과 같아서, 각 구역의 역할과 그 구역 속에 존재하는 각각의 수많은 건물의 역할도 모른 채, 그저 그 구역의 역할을 유추하고 있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건물과 구역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개개의 역할을 협조와 분담하고 있기에 놀랍도록 압축된 정보의 메커니즘(mechanism)을 밝혀내기까지 앞으로 1천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모방을 통한 새로운 생명창조를 시도할 것이고, 무(無)에서 시작한 새로운 유전자를 설계하기 보다는 여러 유전정보의 구역을 조합하여 이종교배(異種交配)를 실험하기도 할 것입니다.
중생대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는 공룡과 익룡, 악어와 새를 포함하는 조룡류(祖龍類)가 번성한 시기였는데, 현재는 악어와 새들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멸종했습니다. 백악기(Cretaceous period)에는 새로운 곤충들과 보다 진화된 조기어강 어류와 새로운 공룡이 나타났으며. 바다에서는 해룡과 현대의 악어와 상어가 출현하고, 하늘에서는 원시적 조류가 익룡을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무렵에 단공목, 유대목, 진수아강에 해당하는 포유류가 나타나서 백악기 말에 공룡을 비롯한 당시 살아 있던 다른 종들의 절반가량이 멸종한 이후 본격적인 번성의 시대를 누리게 됩니다.
현재의 포유류는 젖샘이 있어서 수유를 하며, 털이나 가시로 덮여있는 온혈동물이며, 새끼를 직접 낳는 태생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포유류가 아닌 몇몇 동물도 새끼를 낳기도 하고, 포유류 중에서도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오리너구리와 가시두더지처럼 알을 낳는 단공목(單孔目, Monotremata)도 있으며, 캥거루와 코알라 같은 유대류(有袋類 marsupial/Marsupialia)는 미성숙된 새기를 낳아 육아낭에서 기르기도 합니다.
포유류(哺乳類)는 척색동물문의 한 강인 '포유강'에 속하는 동물인데, 중생대 초기에 포유류 비슷한 파충류인 수궁류(獸弓類:Therapsida)가 출현하였고, 이것이 진화하여 포유류가 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진화가 끝난 상태에서 보면 파충류와 포유류는 커다란 차이가 보이지만, 원시적인 포유류의 조상은 파충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그저 새로운 특징을 보이는 파충류의 한 종이었을 뿐입니다.
2억년에 걸쳐 진행되었던 공룡의 번성시기 중에 탄생해서 수많은 종류의 공룡이 지상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동안에 상대적인 약자였던 포유류는 공룡이 멸종한 후인 신생대의 팔레오세에 본격적인 분화를 시작해서 에오세와 올리고세(약 5500만∼3000만년전)에 종의 수에 있어서 최성기를 누렸으며, 비록 그 후로 종의 수가 감소되었다고 하나 지금까지도 지상 최고의 우세한 분류군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든 종(種)의 기원(起原)이 시생대(Archaeozoic Era)의 원핵생물과 세균에서 출발했다고 보고 있는데, 이런 단세포에서 다세포동물로 발전하기 까지는 무려 30억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운동성이 있는 다세포 동물이 발생한 에디아카라기에서 파충류와 양서류가 보편화된 페름기까지는 3억년에 불과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동물로 생각하는 플라테오사우루스(Plateosaurus)나 코엘로피시스(Coelophisys)같은 공룡이 출현하기까지는 겨우 3천만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6500만년 전에 있었던 대멸종은 어찌 보면 종(種)의 교체(交替)를 위한 최적화처럼 보이는데, 현생누대(Phanerozoic Eon) 이전의 40억년의 시기는 너무나 막연하기에 제외를 한다고 해도, 그러한 교체기(대멸종)는 5~6억년 내에 수차례나 있었습니다. 또한 고생대(古生代 Paleozoic Era)의 생물의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건도 우리 포유류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으므로 제외를 하면 중생대 말에서 신생대의 초기를 눈여겨보게 됩니다. 즉 누군가가 인위적인 조작을 했거나 조작을 하려 했다면 이때가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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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의 문명이 극(極)에 이르러 외계(外界)를 향해 나아간다면 그 첫 번째 목적은 제2의 지구를 찾는 주거행성의 발견 및 개발일 것이고, 그 다음은 외계 생명체(혹은 지성체)와의 조우(遭遇)에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를 여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가 되면, 우선 우리의 신체에 대한 노화문제를 유전적으로나 혹은 대체기관을 이용하거거나 해서 어느 정도 해결한 상태일 것이기에, 천년 이상의 기간을 계획하는 탐사도 가능해 질 것입니다.
가장 먼저 우리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 -중력, 물의 존재, 공기- 의 후보별을 찾아 지구식물을 이식(移植)하는 실험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식물에는 그 행성의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지구와 비슷한 대기를 만들기 위한 기능을 하는 최적의 유전자 조작이 가해 질 것입니다. 그리고 장구한 세월이 걸리는 환경 개선을 기다리기 보다는 자동화 시스템을 심어두고는 새로운 후보지를 향해 떠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별에 뿌리를 내린 식물의 유전자 속에는 이미 1억년 후에 변화할 환경의 수치와 그에 적합한 형태와 기능으로 진화할 완벽한 설계도가 들어 있을 것입니다. 대기의 산소 농도가 몇 % 이상이 되어, 몇 년 이상을 지속될 경우에는 잎과 줄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종을 어떤 식으로 분화하며, 아종은 다시 어떤 목적과 형태로 진화하라는 식의 오류방지 시스템과 카오스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 : Geologica time USGS
또한 행성의 제네시스(Genesis) 계획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은 대류가 왕성한 행성의 내부나 지각활동이 일어나는 지표근처 보다는 안정된 행성의 위성(衛星)에 설치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거대한 정지궤도위성(靜止軌道衛星)을 장기적으로 건설하는 제작 시스템도 설치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가 떠난 후에도 자동화 시스템은 수억 년에 걸쳐 그 행성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최적의 상태로 생명체를 조율하며, 창조자인 인류에게 정기적인 보고를 할 것입니다.
새로운 탐험을 시작한 어느 날 머나먼 행성에서 자연 발생한 생명체를 발견했는데, 그 행성의 진화상태가 우리의 페름기나 트라이아스기에 해당한다면 탐사대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지구와 비슷한 유기화합물을 기초로 한 생명활동을 하는 유기체(有機體)로 진화했다면 우리는 축적된 유전자 분석기술로 외계 생명체의 정보를 파악하고, 진화를 촉진시킬 것입니다. 또한 지구의 생명체와의 이종교배를 유도해서 상호 장점을 가진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시도도 있을 것인데, 급작스런 진화보다는 유전정보의 1% 미만을 조작해서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정적으로 적응하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리나 그것은 먼 훗날을 기준으로 봤을 때, 불과 몇 만 년 만에 갑작스럽게 생물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기현상으로 비춰질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진화촉진책은 항상 성공할 수 없기에 가끔 대규모의 멸종사태를 맞이하기도 하겠지만, 우리 인류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고의적으로 외계의 생명군을 쓸어버리고 거주지를 만드는 야만적인 행동은 결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행성개조(行星改造)는 거주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연구와 관찰을 위한 계획이므로, 행성의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을 설치한 후에, 또 다시 기나긴 우주탐사를 나서게 될 것입니다.
- 문명(文明)의 비밀 5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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