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의 세조때 경국대전을 통해 적서차별제도(嫡庶差別制度)를 만든 주자학에 근거해 서자(庶子)인 홍길동은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2005년 1월 17일 개정 법률이 시행된 저작권법(著作權法)으로 무장한 법무법인들 때문에 독자(讀者)인 홍길동은
호가효리(呼歌孝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배용준을 좋아하듯 저는 이효리를 10년이나 좋아해왔고, 이효리의 팬임을 자처해 왔기에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 조차 이효리와의 데이트를 목록화했을 정도이지만, 블로그에는 단 하나의 이효리 포스트를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홍길동은 아버지 홍판서가 호부호형(呼父呼兄)함을 허(許)하여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었지만, 이효리가 이글을 보고 눈물로 감동하여
호가효리(呼歌孝利)를 허(許)한다고 해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인해 결코 블로그에 이효리의 노래와 사진을 포함하는 포스트를 작성할 수 없습니다.


누군지 모르겠죠? 다행입니다.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순진한 내숭에 속아 우는 남자들...

1. 이효리의 히트곡인 10 Minutes가사입니다. 이렇게 가사의 일부를 인용하여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웹사이트에 노래가사 전체를 올리는 것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즉 노래가사는 작사자가 따로 있기 때문에 작사자의 허락 없이는 복제나 전송을 할 수 없으므로, 이효리가 자신이 부른 노래라고 해도 마음대로 허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Maybee라는 작사자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합니다.

2. 그렇다면 악보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악보는 음악의 악곡을 표현하는 하나의 형식이므로 이를 사용하려면 10 Minutes의 작곡자인 김도현씨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연주용 악보에 가사가 포함되어 있다면 작사자의 허락도 받아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편곡한 악보라면 당연히 그 편곡자의 허락도 받아야 하는데, 보통 작사자·작곡자·편곡자의 권리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거의 대부분 신탁받아 관리하고 있으므로, 협회에서 신탁관리 여부를 확인하여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작곡가나 작사가를 개인적으로 안다고 해도 신탁되었다면 협회에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3. 이것도 저것도 안되므로 사진이라도 올리려고 해도 반드시 이효리와 그 사진을 찍은 작가의 승낙을 동시에 받아야 합니다. 팬미팅이나 공연을 보러가서 내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라도 초상권이라는 미묘한 부분에 걸리게 되는데, 초상권이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재산적 이익이기에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그를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공표할 수 없습니다. 저 위에 올린 사진이 누구봐도 이효리임을 알 수 있다면 저작권 위반입니다. (다행히 아무도 모르는듯 하네요) 특히 이효리와 같은 공인(public figure)의 경우라면 손해배상액의 산정에서 보통 사람의 경우보다 금액이 크기 때문에 감히 효리의 사진을 올릴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4.
아무리 안된다고 해도 나는 반드시 이효리의 음악 포스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링크(Link)라는 방법을 생각해 내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도 모릅니다. 링크를 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보통 단순 링크(simple link) 직접 링크(deep link) 프레이밍 링크(framing link) 임베디드 링크(embedded link)로 나누어지는데, 그냥 제목만 블로그에 올리고 내용을 직접올리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지만, 링크를 건 자료가 자신이 홈페이지에 곧바로 나타나거나 해당 페이지를 열거나 클릭하면 자신의 홈페이지(블로그)에 해당 음악이 직접 흘러나오는 경우는 위법이 됩니다.

예를 들어 10 Minutes의 뮤직비디오를 http://www.youtube.com/watch?v=n4O9uC1jD44 형식으로 링크하는 것은 괜찮지만, 플레이어를 통채로 퍼오는 경우는 위법인 것입니다. 링크된 자료가 링크를 건 웹사이트의 자료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프레이밍 링크나 링크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임베디드 링크의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라고 보는 견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5. 차라리 노래방에서 내가 직접 불러서 녹음해서 올린다거나, 직접 연주하며 불러서 녹음한 파일을 블로그에 올리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직접 불러도 작사자와 작곡가의 허락이 있어야 블로그에 올릴 수 있고, 연주한 경우 역시 기존에 창작된 음악을 새롭게 연주하거나 노래로 만든 경우이므로 10 Minutes를 만든 작사자, 작곡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더 있겠지만, 이런 이유만으로도
호가효리(呼歌孝利)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지금도 저작권에 대한 부분을 잘 모르기에 음악과 관련되는 포스트를 작성하는 블로그나 카페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 단속되지 않았다고 확신해서는 안됩니다.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230조에 의해 고소권자(저작권자 등)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저작권이 침해됨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형사고소해야 하므로, 그 시한이 넘으면 형사적으로는 안심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거나 불법 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 이내에만 행사하면 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한때는 많은 분량의 음악관련 글을 썼지만 저작권법에 대한 상세한 내용들을 파악하고는 눈물을 머금고 삭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삭제한 포스트라고 해도 네이버 블로그에서 퍼가기 기능을 허락했기에 일부의 포스트는 여전히 다른 블로그에서 떠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mepay님 블로그에 그와 관련된 글을 남겼었는데 그에 대한 답변 소개하겠습니다.


답변들을 보면 알겠지만 푸른하늘님의 지적처럼 10년동안 저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에 '차는 굴러만 가도 단속할 꺼리가 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저작권에 대한 단속도 '마음만 먹으면 모든 블로그를 고발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권리자의 권리를 침해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너무 심한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침해행위를 발견하면 그 경중과 위반자의 상태를 떠나 일단 고소를 해놓고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법무법인들로 인해 이미 심각한 부작용도 몇차례나 있었습니다. 도대체 단속의 목적이 저작권리자의 보호와 침해행위에 대한 예방에 있는 것인지 법무법인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이런 막무가내 식의 단속을 할 것이라면, 사전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두고, 저작권에 대한 적극적이고 상세한 홍보를 한 후에, 카파라치나 영파라치 제도를 도입했듯 저작권 파파라치도 도입해 소액의 벌금을 물게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하면 적어도 초중학생에게 거금의 합의금을 요구해 자살하는 안타까운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 홍보와 계도보다는 단속과 고발 위주의 저작권의 칼날이 휘둘러 진다면, 여러 저작물에 대한 음지(陰地)만 점점 커지게 되고, 홍길동이 율도국으로 갔듯 우리는 복사좌국(copyleft 國)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큰 소망도 아닙니다. 그냥 효리를 효리라 부르며 노래 가사와 사진 한두장 정도는 융통성있게 봐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될리가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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