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노인인 자동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와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는 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유쾌한 유머와 함께 그려낸 코믹 휴먼 드라마입니다. 제목 버킷 리스트(Bucket List)는 ‘죽다’는 뜻의 속어인 ‘버킷을 차다(kick the bucket)’에서 나온 말인데 글자 그대로 '죽기전에 꼭 하고싶은 것에 대한 목록'입니다.

2007년 크리스마스에 버킷리스트가  처음 개봉될 당시에는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나 잭 니콜슨(Jack Nicholson) 같은 명배우가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피상적이고, 진실성이 없으며, 낡아빠진 영화라거나 이 영화에 의해 감동을 받는 실수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등 악평을 쏟아 내었고, 결국 영화는 뉴욕, LA, 토론토에서 소규모로 제한 개봉을 했습니다. 그러나 버킷리스트는 개봉 3주차가 되면서 상영관 수를 16개에서 2,911개로 늘이며 전국확대 상영에 돌입했고, 주말 3일동안 1,939만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놀라운 반전을 이루어 냈습니다.

스탠 바이 미(1986)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롭 라이너(Rob Reiner)가 감독한 버킷리스트는 개봉당시의 출구조사 결과, 관객의 58%가 여성이고 70%가 35세 이상이었으며, 전체 관객의 95%가 영화에 대해서 매우 좋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자칫 평론가들에 의해 사장될 뻔 했지만, 좋은 작품은 이렇게 관객의 사랑에 의해 다시 살아나는가 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4월 9일에 개봉을 할 예정이라는데 매우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 누구라도 함께 볼 수 있는 감동적인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일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나중에 멋지고 폼나게 살아보리라 생각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남들과 다를바 없이 결혼을 하고 애들을 키우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버킷 리스트란 삶이 평범한가 특별난가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며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얼마나 많으며, 얼마나 이루었는냐에 대한 목록인것 같습니다.

그 목록이 얼마나 현실적인가를 떠나서 그런 버킷 리스트를 작성할 때 꿈꾸던 마음이 가장 이상적이고 순수했을 것입니다. 영화속 주인공처럼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 다이빙,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이성과 키스하기, 화장한 재를 깡통에 담아 경관 좋은 곳에 두기... 등등의 꿈들은 사회의 관념이나 주변에 대해 의식해야하는 일상으로 인해 살아가면서 잊혀지고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 꿈 자체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희망이며 생각 만으로도 커다른 즐거움을 주는 삶의 활력입니다.

며칠전 타계한 아서 C. 클라크는 죽기전 소원으로 "외계 생명체 존재의 증거를 보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과학소설(Science Fiction) 대가이자 미래학자인 그는 늘 우주에서 우리가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라고 믿어왔으며, 외계로부터의 연락이나 이들이 존재한다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록 그의 버킷 리스트는 단순하고 간결했지만, 자신이 하고싶었던 것에 대한 열망을 주었기에 평생에 걸쳐 수백권에 이르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겨 자신의 소망을 대변했으며, 모든 팬들은 생전에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함께 소망했습니다.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타계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꿈에 그리던 오버로드의 세계를 향해 라마를 타고 떠났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처럼 버킷 리스트는 삶의 목표가 될 수도 있으며 그 목표를 향한 열정을 줍니다.


나의 버킷 리스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구체적인 많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그중에는 이미 이룬 것도 있으며, 일찌감치 포기한 것들도 있습니다. 십여년 전에 저는 드림쇼핑 목록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그 목록에는 다양한 나의 소망들이 들어있습니다. 아파트 사기, 고급 자가용 사기, 딸아이 한테 컴퓨터 가르치기, 책 5천권 읽기, 시 쓰기, 피아노 배우기, 죽기전에 책한권 내기 등 현실적인 목록에서부터 10개국어 정복하기, 도서관 100개 기증하기, 일년에 100억벌기 같은 다소 황당한 이야기들도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을 쇼핑할 때 저는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지웠지만, 여전히 그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새로운 목록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만약 내 삶이 일년 남은 것을 알게 된다면 버킷 리스트 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내어 실행하고 싶습니다.

1. 한시간 동안 공연하기 
- 개인적으로 아주 심한 음치이므로 다수 앞에서 노래하기를 꺼려왔는데, 죽기 전이라면 길거리에서라도 마음껏 노래해보고 싶습니다.
2. 이효리와 데이트하기
- 가정에 충실한 편이지만 죽기 전이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이효리를 감동시켜 단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3. 기네스북에 이름 올리기
- 이왕 죽을 몸이므로 목숨을 걸고 이후 100년안에 깨어지지 않을 만한 스턴트에 도전해서 이름을 남기고 싶습니다. 부산 서울을 자동차로 2시간 안에 돌파한다던가, 최고 높은 고도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등, 위험하기에 그 누구도 다시 시도하기 어려운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4. 책한권 내기
-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내 이름이 박힌 책 한권을 남기고 싶습니다. 비록 읽어주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말입니다.
5. 사이보그 되기
- 위험하지만 성공했을 때 위대한 업적이 될만한 실험이 있다면 자원해서 스스로를 개조해 보고 싶습니다. 생명을 연장하고 싶다기 보다는 SF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 죽을 날짜를 모른다면 살아가면서 위의 다섯가지 중에 한가지라도 이룰지 아니 도전이라도 해볼지 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두면 꿈꿀 수 있으며, 상상으로나마 즐거울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드림쇼핑 리스트가 없다면 오로지 현실적인 희망만을 목표로 하는 삶을 살아가야할 것입니다. 비록 현실감이 없다고 해도, 죽기전에는 하고 싶었던 것에 대한 도전을 하며 인생을 화려하게 폼나게 산화하고 싶습니다.


                    

미래는 꿈꾸는 자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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