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Once Upon A Time)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고, 또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도 다를 것입니다.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감독의 이름도 배우의 이름도 잘 알지 못하기에, 제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소문과 포스터와 시놉시스입니다. 그런면에서 <원스어폰어타임>은 내가 선택할 영화가 아니었지만, 고맙게도 티스토리다음의 무료관람 이벤트에 당첨되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원스어폰어타임>은 독립을 코앞에 두었지만 전혀 모르고 있는 1945년 8월을 배경으로, 민족이나 독립에는 관심 없는 경성 최고의 사기꾼 봉구와 조국의 독립보단 값비싼 보석과 다이아몬드를 신뢰하는 춘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후 약 5분에 걸쳐 긴박하고 짜릿한 전개가 이어지는데 그 속에는 영화 전체의 재미와 반전이 모두 숨어있습니다.

동방의 빛의 발굴과 탈취, 그리고 이를 둘러싼 협상과정의 머리싸움이 <원스어폰어타임>의 줄거리입니다. 우리나라 국보 제 24호인 석굴암 본존불상의 이마에 박혀 있었다고 알려진 전설 속 미간백호상(동방의 빛)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으로부터 강탈 당한 후 자취를 감춘  전설 속의 3000 캐럿 짜리 다이아몬드입니다. 본존불상의 이마에 동방의 빛을 박아넣고 햇살을 받자 석굴암 내부를 환히 비추는 장면과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원스어폰어타임>에는 일본이 강점기 끝 무렵에 가졌던 초조함과 발악적으로 충성을 다짐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부끄러운 조선인이 아닌 자랑스러운 대일본제국의 신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는 비열한 조선인의 모습도 자주 등장합니다. 자막으로 타이핑되는 날짜들을 보면서 이제 광복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저런 짓을 하다니 바보같은 놈들이다는 욕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이미 항복선언이 있고 나서도 그걸 모르고 일본을 위해 죽어가는 조선인도 많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났습니다.

<원스어폰어타임>은 초반에 있었던 빠른 전개의 묘미를 살리지 못해 중간 중간에서 지루함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봉구와 춘자가 주인공이면서도 처음부터 주연 못지 않은 조연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주고 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조연의 불필요한 대사에 시간끌면서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성동일과 조희봉이 중요한 배역인건 분명하지만 특별나게 중요하지 않는 장면을 억지로 웃기려는듯 질질 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독립투사에 대한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코믹한 접근을 노린것 같은데, 후반부에서 이 둘이 연출해주는 멋진 장면이 없었다면 욕먹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긴장을 풀어지게 했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 중 한 가지는 이보영이 연기한 춘자 캐릭터의 부자연스러움입니다. 멋진 춤과 노래와 연기는 좋았지만, 해당화라는 독특한 도둑으로 봉구와 맞먹는 싸움실력을 보일 때까지는 좋았는데, 후반부에 들어가면서 어수룩하고 연약한 여자가 되어버립니다. 일방적으로 부관에게 당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약간 모자라면서도 귀여운 여도둑으로 밀고 나가거나, 아니면 끝까지 강하면서도 아름다운 무협지 같은 캐릭터였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원스어폰어타임>에는 볼 만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장천역을 맡은 안길강의 사실적인 모습과 그가 보여주는 금방(전당포던가)주인과 독립투사의 두가지 얼굴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리고 야마다 중위의 비장한 충성심과 숨겨진 비열함에서 소름끼치는 절묘함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야마다가 충성을 맹세하고 일등 일본인으로서 인정을 바랄때의 표정은 압권입니다. 일본 형사의 압잡이 역(부관)은 얼마나 자연스럽게 비겁하고 잔인한 연기를 하는지 옆에 있으면 한 대 떼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주연인 박용우의 봉구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그가 보여주는 멋진 미소와 재스쳐는 누구라도 반할 만큼 멋지게 영화속에 녹아 있습니다.

이런 막강한 연기력을 가지고도 <원스어폰어타임>은 군데 군데 매끄럽지 못하고, 관객들이 자꾸만 시계를 보게 만듭니다. 차라리 110분에서 20분 정도를 과감하게 줄여서 90분 정도로 편집했다면 보는 내내 긴장하며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노래하는 몇 몇 장면과 열차를 폭파하려는 장면과 요리사와 사장의 대화 장면 등, 20분 정도를 도려낸다고 해도 스토리가 끊기거나 부자연스럽지는 않을 듯한데, 관객을 이해시키려고 너무 많은 부연을 겻들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원스어폰어타임>은 볼만한 영화입니다. 크게 웃게 해 주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관객에게 캐릭터가 되어 그 시대를 바라보게 해주는 몰입감을 주기도 하고, 현 시대에서 이해하기 힘든 강점기 때의 비정함과 독립의 절박함과 나라가 없을 때의 슬폼이나 비열함에 대해 많은 느낌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포스터만 보면 마치 코믹스러운 액션 영화라고만 생각들겠지만 <원스어폰어타임>은 의외로 자잘한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면 뭐 이런 영화가 있지 하면서 재미없었다고 생각하다가도, 다시 스토리를 떠올려 보면 <스팅>에서와 같은 잘 짜여진 유쾌한 사기극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 영화는 또 누구와 보는냐에 따라서도 그 느낌이 다릅니다. 티스토리 이벤트 덕분에 와이프와 정다운 데이트를 할 수 있었네요.^^

아아.. 잊었군요. 이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춘자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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