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며칠 한산하다가 보니 지난 영화를 다시 꺼내 보는 일이 잦아졌네요. 그 중에서 추천할 만한 몇 편에 대해서 여기저기 남들이 쓴 글을 가지고 살짝 포스팅합니다. 예전부터 좋은 영화가 있으면 포스터를 비롯한 이미지나 관련된 정보를 모아 보관해 두곤 했기에 그 내용을 간추려서 올리는 것입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지금까지 다섯 번 정도 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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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미국 / 영국
감독 가스 제닝스
출연 샘 록웰 / 모스 데프
각본 더글라스 아담스
제작 더글라스 아담스 / 게리 바버
음악 조비 탈보트
촬영 이고르 재듀 릴로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여러번 봤지만 늘 새롭고 흥미진진하네요.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에 늘 웃음짓곤 합니다.

히치하이커의 위대한 농담에 누가 돌을 던지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SF코미디에서 걸작으로 탄생되기까지  
 
지구멸망의 절박한 상황이 코앞에 닥쳤다.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기도? 명상? 아니면 자포자기? 지구방위대 결성은 어떨까? 그러나 단단한 줄만 알았던 지구가 우주의 무기 한 방으로‘파삭’하고 부서져 버리는 데에야 지구방위대가 무슨 소용이며 무슨 소용일까. 답은 하나다. 도망칠 것! 살아남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지구에서 탈출하는 것.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도망을 치느냐고?

범우주적 모험담을 그린 SF코미디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안내서의 앞 쪽, 책의 서문 ‘안내서를 위한 안내서’는 지구에서 탈출하는 법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1. 나사에 전화하라. 그리고 지금 빨리 지구를 떠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라.
2. 만일 안 되면 백악관에 전화해서 설명하라.
3. 그것도 안 되면 크레믈린에 전화하여 설명을 해 보라.
4. 그것마저도 안 된다면 엄청난 액수의 전화요금이 청구되기 전에(!) 지나가는 우주선을 세워 지구를 떠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얻어 타라.

지나가는 우주선을 어떻게 세우냐고? 엄지손가락을 세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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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해서 즐거운 SF 코미디

뻔뻔한 소리라고? 그렇다.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안내서]는 바로 이 뻔뻔하고 기막힌 농담의 향연이다.

관료주의, 환경파괴, 세계와 우주에 관한 범지구적 통찰이 담겨 있지만, 농담은 농담인 게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안내서의 정체는 거대한 ‘뻥’이자 위대한 농담이다. 어찌나 뻔뻔한지 순수성마저 느껴진다.

어느 날 아침, 도로공사를 위해 집을 철거하겠다는 공무원 무리에 맞서 집 앞 뜰에 누워 버린 남자의 황망한 심정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초공간우주고속도로를 위해 한 순간에 철거 위기를 맞은 지구의 운명으로 이어지고, 알고 보니 타행성 주민(지구인의 관점에서 ‘외계인’)이었던 친구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탈출하여 히치하이커가 되는 남자의 이야기로 순식간에 변모한다. 그 다음은? 무한한 방랑, 어이없고 즐거운 여행. 그 말고 무슨 선택이 더 있을까.

어차피 히치하이커의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그 와중에 주인공 일행은 선사시대 지구에도 가보고,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우주의 소멸을 보며 식사도 하고, 본의 아니게 지구도 두 번이나 구한다. 삶과 우주, 그리고 모든 것의 해답은 ‘42’이며, 지구를 절멸시킨 원흉(?)이자 우주 최고의 권력자는 대단히 인간적 풍모를 지닌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것도 밝혀진다. 그런 게 가능하냐고? 아, 글쎄, 다 ‘뻥’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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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만에 찾아온 블록버스터급 농담

자, 이제 앞서 언급한 서문을 다시 음미해 보자. 말장난, 언어유희, 그리고 농담. 이 모든 것들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안내서]의 정체임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멋진 시작이라 느껴지지 않는가? 책 표지에 어째서 ‘겁먹지 마세요!(Don’t Panic!, 영화에서는 ‘쫄지 마세요!’로 번역)’라는 경고가 적혀 있는지 이제 슬슬 감이오지 않는가? 범우주적 농담 앞에 당황할 독자들에게 이보다 유효한 조언이 또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이 유효한 조언을 그대로 들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안내서]는 영화가 되어 찾아왔다. 물론 이 오래된 책을 영화화하는 계획이야, 아주 오래 전부터 세워져 있던 것이었다. 처음 영화화 기획이 등장한 것은 1982년. 그리고 무려 23년이 걸려 완성되었다. 그 사이 원작자이자 시리즈기획자인 더글라스 애덤스가 작고하고 내정되었던 연출자는 미셸 공드리, 스파이크 존즈 등을 거쳐 가스 제닝스로 낙착되었다. CF 출신의 감독 가스 제닝스는 이번이 첫 영화. SF계의 노벨문학상이라는 휴고상까지 수상한 이 거대한 농담은 이 감각적이고 재능 있는 감독의 연출을 빌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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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원작의 기본설정과 캐릭터들을 그대로 가져온다. 절멸 직전의 지구, 분열적 상황에 몰린 지구인 주인공, 외계인 친구, 우주선 히치하이킹, 수다스러운 우주 대통령, 잃었던 연인과의 재회, 지구를 만든 장인(匠人), 그리고 상식을 뒤집는 수많은 발상들.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는 원작의 유머감각도 살아있다. 사소한(?) 몇 가지 부분, 그리고 결론은 다소 달라졌지만, 수다와 농담, 비틀린 유머가 생동하는 110분은 지극히 유쾌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자르는 동시에 빵을 굽는 광선검의 위력이나 ‘손수건을 보내달라’며 경배 드리는 존 말코비치의 기괴한 외양 등 장난스럽고 깜찍한 발상들이 더해지면서 보는 재미는 훨씬 늘었다.

활자로만 읽고 상상했던 것들이 공감각적으로 구현될 때 느껴지는 즐거움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다.

예술영화가 된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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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안내서는 예술 영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 배급자의 입장에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안내서]가 가진 영국적 농담과 비틀린 유머들이 비대중적이라  모르겠다.

연기 잘 하고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한국에서 지명도 높은 스타가 없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였을 것이다. 어차피 SF장르로는 대체로 재미를 못 보는 한국시장의 특성을 고려했을 수도 있겠다.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닐 경우, 스타 감독과 배우가 등장하지 않을 경우 한국시장에서는 유난히 재미를 못 보는 것이 SF장르이긴 하다. <스타워즈>가 고전하는 세계 유일의 시장이 한국이니까.

그러나 대단한 액션을 선보인 블록버스터는 아닐지언정, 톱스타급 배우와 감독은 아닐지언정 이 영화, 전미 박스오피스 1위까지 했었다. 인생과 우주에 대한 비틀린 유머가 상당히 통찰적일지언정 아무리 뜯어봐도 <안내서>는 특수효과에 공을 들인 유쾌한 상업영화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예술영화관 단관 개봉이라는 유례없는 사태에 직면했으니, 어쩌겠는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안내서]는 이제 예술영화인 게다. 생각해 보면, 고마운 대접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안내서]가 제시하는 범우주적 농담에 공감을 하든 않든, 개봉조차 못해보고 스러져가는 여타 작품들에 비하면 개봉을 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요, 원작 소설 <안내서>와 영화 <안내서> 모두의 팬인 개인적 입장에서 볼 때, ‘제품’이 아닌 ‘작품’ 취급을 해 주니 더더욱 고마운 일이다. 물론, 보다 훌륭한 상영관에서 영화를 만나고 싶은 팬들의 욕심에야 못 미치는 결과이긴 하지만, 이런 사소한(?) 아쉬움은 접어두기로 하자. 어쨌든 우리는 이 위대한 ‘뻥’의 향연을 영상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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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농담에 보내는 찬사

혹여 누군가는 ‘위대한 뻥’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겨우 농담 앞에 무슨 그런 찬사를 보내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찍이 밀란 쿤데라도 지적했듯이, 인생 은 곧 농담이다. 일상의 농담을 범지구적 아니 범우주적 규모로 확장해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안내서]는 그래서 위대한 걸작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안내서]의 비틀린 유머에는 삶과 우주를 관통하는 진리가 들어있다. 따지고 보면, 지구멸망 직전에 영웅놀이를 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으며, 정체도 모르는 외계인과 싸워 이긴다는 건 또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피할 수 없는 일 중에 즐길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피할 수도 없다면 투덜대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관료들은 여전히 현실과 상관없는 결정을 책상에 앉아 내리고, 무심히 내뱉은 말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부메랑이 되거나 폭풍의 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차피 아무것도 뜻대로 되는 일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겐, 그것이 유희가 되었건 사랑이 되었건 간에, 절실한 것들이 있다. 아무리 뒤틀려 버린 삶일지언정, 영화의 주인공 아서 덴트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야 한다. 인생은 전쟁과도 같다고 누군가 이야기했지만, 살벌할수록 유머는 소중한 법이다. 무게 잡지 않고 농담을 빌어 진리를 설파하는 이 텍스트는 그래서 두 번을 생각해도 여전히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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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해야할 일

1. 나사(NASA)에 전화하라. 전화번호는 (713)483-3111이다. 당신이 지금 당장 떠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2. 그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백악관-(202)456-1414-에 있는 아무 친구에게나 전화해서, 나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 좀 해달라고 하라.

3. 백악관에 친구가 하나도 없으면, 크렘린에 전화하라. 0107-095-295-9051로 전화해 국제 교환수에게 크렘린을 대달라고 하라.
그 사람들도 백악관에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남들한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없다), 영향력은 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시도해볼 만하다.

4. 그것도 안 되면, 교황에게 전화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보라. 교황의 전화번호는 011-39-6-6982다. 내가 듣기에 교황의 교환수는 절대로 잘못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5. 이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 신호를 해서 지나가는 비행접시를 정지시킨 다음, 전화 요금 청구서가 날아들기 전에 이 행성을 벗어나는게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하라. 우주선을 어떻게 세우냐고?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 들어서…

쌩뚱맞은 이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 영화의 원작자인 더글러스 애덤스가 5권짜리 원작소설 속에 쓴 ‘지구를 떠나 은하수를 여행하는 방법’이다.위의 글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말도 안된다. 그런다고 비웃지 마라. 영화는 더 말도 안되니까…

지구가 은하계의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제거되고 주인공은 다행히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친구로 둔 덕에 살아 남는다. 일단 살아 남아서 우주로 나갔으면 저 위에 말한 것은 다 필요가 없다. 일단 그렇게 살았으면 그 다음 행동조건은 딱 두 가지다.

타월은 반드시 챙길 것..
그리고, Don’t Panic(쫄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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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범 우주적 농담 따먹기의 극치다. 논리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그저 우주적인 농담을 던지며 관객이 즐거이 웃기를 바란다. 지구가 부서지던 말던…내용이나 스케일이야 엄청나게 서사적이건 말건 작가나, 감독은 실컷 웃음지게 만들려고 작정하고 영화를 풀어 나간다.

지구를 만들고 지구를 지배하는 건 흰 쥐들이고, 상황의 희박한 확률 계산으로 나타날 수 있는 247,345,927,291분의 1의 수치에 상황들이 벌어진다. 우주선을 쫓던 미사일 두개가 하나는 향유고래로, 하나는 페츄리아 화분으로 변한다. 우울증 장애에 걸린 로봇이 등장하고,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남자가 은하계의 대통령이 되서 자신의 우주선과 자신 스스로를 유괴한다. 삶과 죽음과 우주와 영원함의 정답은 ‘42’이고, 그 답의 질문을 컴퓨터는 까 먹는다.

이런 모든 것들에 짜증을 낸다면 당신은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말했잖은가. 이 영화는 농담 따먹기라고 말이다. 그런데도 관객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 농담 속에서 지구적 가치관에 대한 은근한 비판과 대안, 엄청난 상상력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에서 국민들의 눈을 가리게 하는 우주 대통령의 모습이나, 서류가 없으면 자기 부모가 우주 괴물에게 먹혀 죽어도 신경 안쓰는 보곤족의 모습이나, 손수건을 보내달라며 기도하는 우주 종교인들의 모습, 지구를 만드는 우주 공장의 모습, 아무 생각이던 생각만 하면 땅에서 나와 공격하는희한한 것들…

거부할 수 없는 우주의 상상력과 비틀린 유머로 숨겨놓은 풍자 등이 어우러져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영국식 SF코미디의 한계를 우주적으로 뛰어 넘어선다. 원작 소설에게는 SF소설의 노벨상이라는 ‘휴고상’을 주었고, 영화는 해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말도 안되는 상황들과 논리적으로 황당한 이야기들의 전개…하지만, 작가와 감독은 그런 말도 안되고 적응 안 될 이따위 농담을 즐기기 위해서단 한마디 말만을 휙~! 하니 던져 놓는다. Don’t Panic(쫄지 말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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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런 재미난 영화적 이야기를 제하고도 한국이라는 이 나라에서의 영화적 의미도 상당히 크다. 일단 이 영화는 해외 박스오피스 1위라는 엄청난 메리트를 갖고서도 국내 극장 개봉을 못하게 됐었다. 수입배급사인 브에나비스타 코리아가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과 비인기 장르인 SF코미디라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극장개봉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흔히 이런 영화를 ‘버리는 영화’라고 한다.

그 버리는 영화를 필름포럼에서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판단으로 주워서 단관 개봉을 했다. 이렇게 개봉된 영화들을 흔히 ‘줍는 영화’라고 한다.
이렇게 줍는 영화가 되버린 이 영화는 필름포럼에서도 잠시 상영을 하고 비디오와 DVD로 출시할 생각이었다. 제대로 된 포스터나 팜플렛도 만들지를 않았다. 포스터는 외국 포스터에 제목부분만 한글로 카피해서 붙여 놨고, 홍보물은 70년대나 볼 수 있는 A4용지에 복사기로 대충 만든 홍보물이 전부였다. 그들이 바로 옆 아트시네마에서 ‘대만 뉴웨이브 감독전’을 홍보하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끝없이 밀려드는 관객들로 인해 당초 8월말에 일주일 개봉하기로 했던 것이 연장되고 또 연장되고 해서 10월까지 상영이 연장되는 쾌거(?)를 이룬다. 이건 분명히 한국 관객들의 힘으로 이룬 역사적이고 사건이라 불릴만한 쾌거다. 한국 관객들은 이런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해외 배급사들의 싸가지 없는 안면에 어퍼컷을 날리는 사건이며, 관객들 스스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갈망적 의식을 행동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물론 이 따위(?) 상업적인 영화가 예술 영화로 둔갑해버린 부작용은 있지만, 까짓거 예술과 상업은 두루마리 화장지냐, 크리넥스 티슈냐의 차이 아니겠는가? 조심히 닦으면 둘 다 똥꼬에는 치명적이지 않다. 이런 사건이 자주 터져야 된다. 그래야 극장주나 영화를 만드는 놈들이 한국 관객들은 그저 ‘가문의 영광’ 같은 영화나 본다는 멍청한 생각을 안 하게 될 것이고, 멀티플렉스관 한 켠에라도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며,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데 도전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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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로 관객이 만든 쾌거는 또 있다. 바로 제.대.로. 된 한국적 ‘컬트 문화’의 장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미지왕’ ‘지구를 지켜라’ 같은 컬트 영화들이 있긴 했지만, 이번 경우는 좀 다르다. 위의 예를 든 영화들은 엄청난 홍보를 하고 상업적 시스템안에서 죽을 쓴 후 관객들에게 소문이 퍼져 나갔고, 컬트 영화의 고전이라 불리우는 ‘이레이져 헤드’나, ‘록키호러 픽쳐쇼’ 같은 경우 역시 이미 해외에서 컬트로 자리잡은 영화를 우리가 따라간다는 껄쩍지근함을 지울 수 없었다. 진정한 컬트의 의미답게 상업적인 것과 이미 기정화된 의미들을 순수하게 거부하고 관객들 스스로가 이 영화를 컬트 영화로 만들어가는 경우를 나는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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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두 번 이상 본 관객도 부지기수고, 나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네 번이나 봤다. 영화도 좋았지만, 타월을 두르고 은하수를 히치하이킹하는 기분으로 나와 생각이 같은, 그리고 영화 그 자체를 즐기는 관객들과 즐거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행복을 넘어 오르가즘의 극치까지 올라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이 영화를 반드시 보시길 바란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싱거워 하시거나 짜증나실 분들도 계실 것임을 안다. 영화가 재미없다면 주위를 둘러보기라도 해보시길 바란다. 한 편의 영화를 같이 보면서 영화에 빠져 열광하고 즐거워 하고, 환호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동조되어 가는 당신의 모습을 만나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매우 지적이면서도 논리라고는 개뿔 찾아볼 수도 없는 ‘황당무계 백골난망 아리송송 긴가민가 SF액션 코미디’에 당신은 분명 열광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아직 살아 있는 한국 관객들의 힘이고, 진정한 모습이다.

10월 초까지 낙원상가 필름포럼(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자, 은하수를 히치하이킹할 준비가 되셨는가?
그러면 지구를 떠나고 난 후(없어져도 상관없음),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다음의 사항을 반드시 숙지하시고 우주선에 히치하이킹 하시길 바란다.

1. 반드시 ‘타월’을 준비할 것.
2. Don’t Panic(쫄지 마라)
3. Don’t Think(생각하지 마라)

Tip1. 여성 하이커들은 ‘마빈’을 조심하라! 이루어질 수 없는 로봇과의 사랑에 가슴 아플지도 모른다.

Tip2. 영화의 엔딩 스크롤까지 반드시 관람할 것. 그나마 논리적인(?) 영화 설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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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계인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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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3 01: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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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인 마틴님 저 어제 황금나침반 보고 왔는데 새벽에 봐서 그런지 거의 잤어요 ㅠ0ㅠ
    옛날 영화를 다시 보는것도 좋은거 같아요~^^
    • 2007.12.23 02: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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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영화중에 골라보면 오히려 선정 실패를 안할 수도 있어요.
      이미 검증된 영화들이 많으니까요.
      그나저나 긍정님도 새벽족이시네요 ^^;;
  2. 2007.12.24 22: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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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다보니 당장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 치네요.
    정말 재미있는 영화. 매년 한 차례씩 정기 상영을 하면서
    진정한 컬트 무비가 되도록 해줘야 합니다.
    • 2007.12.24 23: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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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어지님께서 추천해주신 크리스마스 10선의 영화를 바탕으로 알차게 보내는 중입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
      댓글 감사합니다.
  3. 인용
    2008.01.23 09: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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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짓거 예술과 상업은 두루마리 화장지냐 크리넥스 티슈이냐의 차이 아니겠는가? 조심히 닦으면 둘다 똥꼬에는 치명적이지 않다."
    명언이네요. 명언~~! 파하하하~~~~
    글 참 통쾌하게 잘 쓰셨네요.
    오랜만에 생각나서 다시 꺼내 봤는데 역시 너무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원작 소설이 있다는건 몰랐는데 한번 봐야겠군요.
    • 2008.01.23 19: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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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글이 여기저기 정보를 모아온 것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칭찬을 해주시니 저도 즐겁습니다.
      제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궁금해져서 이렇게 포스트를 하게되었습니다. ^^

      오늘도 기분좋은 하루 보내셨길 바랍니다.
  4. 2008.08.15 22: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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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번쩍 =ㅅ=b 마틴님이 좋아지려고 하는데요 전 ㅋㅋㅋ
  5. 2010.01.01 19: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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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이거 본지 몇 년 됐는데도, 아직도 최고의 영화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ㅎㅎ

    근데 끝부분에 행성 디자이너가 슬라티바트패스트라고 이름을 밝히니까 아서 덴트가 왜 놀랐는지는 아직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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