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나긴 시간에 비해 우리의 살아온 시간과 지식을 축적한 세월은 너무나 짧고 얕아서, 우리가 주장하고 믿는 진리의 대부분은 일억 페이지의 백과사전 중에서 겨우 한 페이지를 읽은 후에 백과사전 전부를 이해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합니다.
우주는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범위보다 더 크기 때문에 우리의 사고력이 확장되는 만큼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서, 우리의 기술이 진보하여 더 많은 장소와 거리를 볼 수 있는 만큼 항상 더 어둡고 더 먼 곳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구만 알았을 때의 우주는 우리의 시선이 닿는 그곳까지였고, 도구가 개발되면서 우주의 크기는 태양계에서 차츰 벗어나 은하계만큼이 되었고, 다시 천억 개의 별들이 모인 이천억 개의 은하들까지 우주의 크기를 확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주의 중심에 우리를 놓고 있는데, 우리가 발견한 가장 멀리 있는 별과 지금까지 발견해낸 법칙들을 이용해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계산하고 있지만, 우주의 팽창은 단순히 별과 별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공 자체가 벌어지며 늘어나는 것일 수도 있으며, 부피에 따른 압력과 밀도가 달라질 뿐 팽창과 수축이란 것은 특이점 이후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까지 발견하거나 생각해 낸 진리라 일컫고 있는 잣대는 그 팽창과 수축에 따라서 같이 늘어나고 줄어들고 있는 쓸모없는 도구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겨우 만년도 되지 않는 문명의 연약한 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치 십 억년을 버텨온 거목처럼 우주의 모든 풍파를 겪은 듯 자만에 빠져있기도 합니다. 이 끝이 없이 넓고, 셀 수 없이 많은 별을 가진 우주에서 우리만이 지혜를 가진 존재이며, 우리만이 우주에서 문명을 이룬 빼어난 존재라는 심한 착각에 빠져있습니다. 작은 무인도에서 태어난 원숭이가 그 섬이 세계의 전부인 줄 알고, 자신이 가장 강하고 위대한 존재라고 착각하듯, 유일한 지성으로 자부하는 우리가 사실은 우주에 널린 수천 억 개의 무인도 중 하나에서 아주 흔하게 태어난 생명체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1655년 3월 25일 네덜란드의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는 토성에서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Titan)을 발견했는데, 그는 후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누구나 목성과 토성의 계(系)를 보고 비교해 볼 수 있다. 작고 귀여운 우리들의 지구에 비해 그것들은 지극히 크고 고상한 시종을 데리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것에 놀랄 리도 없다. 현명한 창조주는 이 지구만을 위하여 갖고 있던 동물이나 식물을 전부 사용해 버리고, 지구만을 장식하고 목성이나 토성 등의 세계는 모두 황무지로 두었으며, 창조주를 믿고 존경할 인간을 거기에는 살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 할 수밖에 없는가? 혹은 이들 거대한 천체는 단지 반짝이게 하기 위해서만 만들어졌으며, 우리들 중 몇 명만의 연구를 위해서만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인가?”
그의 말처럼 우주의 이 많은 별들이 단지 지구의 몇 명만을 위해 반짝이고 있으며, 창조주는 지구만을 위해 모든 특별한 것을 사용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축복받은 존재로서 장차 이 우주를 다스릴 위대하고 지혜로운 완전한 존재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는 매우 불안정한 존재이며, 우리의 유전자에는 아직까지 우주를 담을만한 잠재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으며, 생소함을 경험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으며, 우주와 공명할 수 있는 자유로운 지성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주는 하나의 지성만을 위해 준비된 공간은 아닐 것입니다.
칼 세이건(Carl Sagan)은 우리가 우주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한지 가르쳐주기 위해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리도록 지시했는데,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1990년 2월 14일 지구에서 64억 킬로미터 거리에서 지구를 포함한 여섯 개 행성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찍힌 사진에서 지구의 크기는 0.12화소에 불과하여 작은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지구를 찍은 이 사진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부르는데, 칼 세이건은 이 사진을 보고 깊이 감명 받아 같은 제목의 책을 저술하며 사진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우리의 40억년 생물학적 역사, 수많은 사건 속에서 캄브리아기의 대폭발과 백억 종의 대멸종과 인류의 탄생과 문명이 시작, 이 위대했던 모든 사건들은 우주에서 티끌보다 작은 지구라는 바늘끝 위에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지금 창백한 푸른 점에 내려앉은 시공상의 위치에 불과한 것이며, 우리의 지난 역사는 와우각상지쟁일 뿐입니다. 더 먼 곳에서 바라본다면 점조차 찾을 수 없는 지구입니다. 그럼에도 우주로 진출하지 못하는 한 우리에게 지구는 여전히 우리의 모든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존재가치를 겸허하고 정확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 지구는 언제까지나 외롭고 쓸쓸한 별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옆에서 우리가 눈을 뜨길 기다리는 수많은 존재들에게 있어서 우리는 둥지를 굴러다니는 백만 개의 알 중에서 하나에 불과한 것입니다.
"We succeeded in taking that picture [from deep space], and, if you look at it, you see a dot. That's here. That's home. That's us. On it, everyone you ever heard of, every human being who ever lived, lived out their lives. The aggregate of all our joys and sufferings, thousands of confident religions, ideologies and economic doctrines, every hunter and forager, every hero and coward, every creator and destroyer of civilizations, every king and peasant, every young couple in love, every hopeful child, every mother and father, every inventor and explorer, every teacher of morals, every corrupt politician, every superstar, every supreme leader, every saint and sinner in the history of our species, lived there on a mote of dust, suspended in a sunbeam.
"The earth is a very small stage in a vast cosmic arena. Think of the rivers of blood spilled by all those generals and emperors so that in glory and in triumph they could become the momentary masters of a fraction of a dot. Think of the endless cruelties visited by the inhabitants of one corner of the dot on scarcely distinguishable inhabitants of some other corner of the dot. How frequent their misunderstandings, how eager they are to kill one another, how fervent their hatreds. Our posturings, our imagined self-importance, the delusion that we have some privileged position in the universe, are challenged by this point of pale light.
"Our planet is a lonely speck in the great enveloping cosmic dark. In our obscurity - in all this vastness - there is no hint that help will come from elsewhere to save us from ourselves. It is up to us. It's been said that astronomy is a humbling, and I might add, a character-building experience. To my mind, there is perhaps no better demonstration of the folly of human conceits than this distant image of our tiny world. To me, it underscores our responsibility to deal more kindly and compassionately with one another and to preserve and cherish that pale blue dot, the only home we've ever known."
"If we are alone in the Universe, it sure seems like an awful waste of space."
(만약에 우주에 우리 밖에 없다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인 것이다)
- 영화 콘택트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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