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만날 확률 2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제 외계인과 만날 확률의 구하는 방정식의 값(Martin's values)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항목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fg
gap
fg는 문명의 수준 격차를 구하기 위한 인자입니다. 문명의 정도가 지나친 격차를 보일 경우도 고려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훌륭한 조직과 사회를 이룬 개미에게 문명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원시인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하여 금속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오지 부족에게도 쉽게 문명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문명은 그 문명의 상대적인 발전 정도와 문명의 주체의 지성 정도에 의하여 주관적인 평가를 받게 됩니다. 우리가 20세기 이후에 발전해온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여 앞으로 수천년이 지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Hwang’s Law)' 처럼 수년마다 기존의 수배에 이르는 정교함과 범용성과 확장성을 지닌 기술들을 개발하면서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이로운 상태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물리적인 문명만이 아닐 것이며, 철학적인 안정성도 찾게 되어, 인간이라는 개체 자체가 엄청난 변화를 겪으며 현재의 한정적인 영역을 뛰어 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영역은 생존과 생육의 고통을 주는 육체적 한계와 자유로움을 방해하는 혼란을 주는 정신의 조잡함을 벗어나 사고만으로 우주를 유영하고 시간의 제약을 벗어난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가 볼 때, 만년 동안 인공적인 진화와 사고확장에 노력한 문명은 이미 인간이 아닌 존재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만년 후의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존재로 기억될까요? 현재의 우리가 우리와 가장 유사한 침팬지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듯이, 미래의 그들에게 우리는 과거 한때 거쳐 지나왔던 진화 고리 중 하나로만 비춰질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지금 스스로 지성이고 과학이라고 자랑스러워하는 모든 학문들-상대성이론, 우주론, 신학, 수학, 철학-이 그들에게는 원숭이가 돌멩이를 사용해 코코넛을 깨는 행위 정도로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우연히 은하의 한 행성에서 우주를 향해 정신없이 전파를 날리고 있는 막 문명의 눈을 뜬 종족을 발견했다고 해서, 그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하게 될까요?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분명한 질서를 유지한 사자무리를 발견한다고 해서 사자에게 손과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지 않듯, 그들은 잘 봐줘야 관찰 정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사자가 우리를 발견한다고 해도 사람을 처음 본 사자의 눈에는 우리도 진기한 고깃덩어리로 비칠 뿐이듯, 초보 문명은 지나친 격차를 지닌 문명을 본다고 해도, 그저 우주의 진기한 현상 중 하나로만 여길 것입니다.

우리가 문명을 세운 것은 불과 수천 년에 불과하며, 전파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백년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주에는 137억년동안 셀 수 없을 정도의 별이 태어났고, 그 별들에서는 백 억년 동안 백억의 백억 배가 넘는 문명이 명멸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별이 태어나고 있듯이, 새로운 문명은 일 초마다 나타나고 사라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 별을 오갈 수 있는 진정한 문명으로 발전한 예도 상당수 있을 것이고, 아주 적겠지만 태생적인 한계에서 벗어나 모든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문명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백억 년 동안이나 문명을 존속하고 있는 종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 우리와 같이 걸음마를 시작한 문명은 관찰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언정 접촉의 대상은 아닐 것입니다. 백억 년 동안 흔하디흔하게 보아온 우리 같은 문명이 그들의 흥미를 끌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문명이 발전의 정체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더 높은 단계의 상태에 이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앞선 항목에서 문명의 평균 존속기간을 설정한 것도 그런 정체기와 발전의 과도기를 넘기지 못한 문명의 자멸 지수를 포함시킨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단 일정 수준에 도달한 문명은 먼 우주로 나갈 기술력과 도덕적인 성숙과 안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성충돌이나 상잔, 침공 등으로 인한 멸망을 맞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럼에도 존속 기간을 정한 것은 정체기를 맞은 문명의 주체인 지성체들의 심리학적, 생물학적인 특성에 의한 권태와 무모성 때문입니다.



아서 클라크 경의 소설 라마(Rama Revealed)의 끝 부분에도 1백 만년 동안 번성했던 은하의 한 종족이 순식간에 멸망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세히 다루겠지만, 간단히 말해 폐쇄된 공간에 갖힌 사람의 심리상태처럼 수 천 년간 기술의 한계에 부딪쳐 새로운 세계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된 문명은 결국 여러 이유에 의해서 서서히 자멸의 길을 걷게 됩니다.

하여튼 fg의 값은 존속기간 중에 일반적인 문명에 비해 지나친 격차를 보이며 발전한(진화한) 문명의 비율과 그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구해서 그것을 제외한 수치를 설정하면 됩니다. 만약 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문명의 숫자가 50%이고, 그 수준까지 발전하는 데에 5천 년이 걸린다면, 25%를 제외한 75%가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실제 전체 문명의 존속기간이 평균 1만 년인 것은 이런 수준에 도달한 문명이 수십만 년을 존속할 것이라는 예측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나머지 -초월 상태에 이르지 못한- 문명의 존속기간이 그 보다 훨씬 짧거나 초월 상태에 이른 문명의 수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fg의 값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9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럼 이제 이 항목들에 설정한 값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N = N* × fp × ne × fl × fi × fc × fL x fd x  ft fo x  fg

N* = 400,000,000,000 : 우리 은하계에 있는 항성의 총수로 2천 억에서 4천 억으로 추산
fp = 1/3 : 항성 중에서 행성계를 지니고 있는 항성의 비율(1,300억 개)
ne = 2 : 행성계 당 생명이 존재할 만한 환경을 지닌 행성이 평균 수(3,000억 개)
fl  = 1/3 :위의 조건의 행성에서 실제로 생명이 탄생한 행성의 수(1,000억 개)

fi = 1/10 : 생명이 탄생한 행성에서 지성체가 발생할 확률
fc = 1/10 : 지성체가 외부 세계와 통신할 수준으로 발전할 확률
fL= 1/1,000,000 : 행성의 수명 중 fc가 존재하는 기간의 비율(1만 년)
fd =  1/2 : 같은 시기에 존재하는 문명 사이의 거리에 따른 통신 가능한 기간(5,000년)
ft = 1/2 : 통신한 별까지 갈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간(5,000년)
fo = 7/10 : 다른 문명에 대한 탐색과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      
fg= 9/10 : 지난친 문명의 격차가 발생하지 않을 비율

이 공식(Martin equation)에 설정 값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N = 4,000억 x 1/3  x 2 x 1/3 x 1/10 x 1/10 x 1/백만 x 1/2 x 1/2 x 7/10 x 9/10 = 140



우리가 1만 년 동안 자멸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하고 외계와의 교신을 시도하며 지속적인 탐사를 떠날 때, 만날 수 있는 외계 문명의 수 N140개입니다. 평균으로 치자면 백년 당 1.4개의 문명과 조우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기술이 덜 발달한 문명의 초기에는 우리를 찾아 온 문명이 아니라면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접촉의 대부분은 문명의 중반기 이후에 이루어 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공식에는 커다란 헛점이 있습니다. fd항목에서 문명간의 평균 거리가 3천 광년이라고 계산했었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수식의 헛점은 바로 문명의 존속기간과 문명 간의 평균거리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즉 하나의 문명에서 반경 3천 광년에는 많아야 10개 정도의 문명 밖에 없는데, 문명 존속기간 중 광속의 50%까지 낼 수 있는 우주선을 4천년 내에 만들어서 6천년 동안 우주의 모든 방향으로 날아간다고 해도, 만날 수 있는 문명의 수는 10개를 넘지 못하며, 산재된 우주 문명들이 일제히 그 문명을 향해 날아 온다고 해도 만날 수 있는 문명의 수는 100 여개에 불과합니다.

결국 외계문명과 만날 확률을 구하는 이 공식은 문명들의 평균 거리를 계산하여, 존속기간 내에 주변의 모든 문명을 얼마나 만날 수 있나 없나를 계산하는 확률에 지나지 않습니다. 드레이크의 방정식에서 구한 N의 값 1,000개 중에서 140개의 문명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존속기간에서 기술 개발기간을 뺀 6천년 동안 상호 한 지점을 향해 날아갔을 때 접촉할 수 있는 반경 6,000 광년 주변에 있는 수백 개의 문명 중, 우연에 의한 것일 지라도 만날 가능성이 의외로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공식에 불과한 것입니다.

드레이크 방정식과 마틴 방정식(^^)을 별개로 본다면 그 값이 좀 더 명확해 집니다. 현재 은하에 존재하는 통신 가능한 문명 중에서 반경 6,000 광년에 100개의 문명이 있고 그들의 문명이 다양한 방향으로 탐사를 시작한다면, 위 인자들을 대입할 경우 우리는 문명의 존속기간인 1만년 동안 14개의 문명과 만날 확률이 있습니다. 1,000년 당 겨우 1.4개이며, 700년 당 1개 문명 밖에 만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글을 읽으며 '외계인과 만날 확률'이라는 제목을 눈여겨 보았다면 한 가지 의문을 느꼈을 것입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이 구하고자 하는 N의 값(Drake's values)은 결국 외부세계와 교신(communication)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fc를 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포스트는 외계 통신 문명(fccommunication)이 아니라 외계생물(fl life) 중에서 지성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외계인(fi intelligent life)을 만날 확률을 구하는 공식을 얻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문명의 수준이 동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통신이 가능한 문명이 아닌 외계인을 만날 확률을 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발달한 문명이 일방적인 탐사를 통해 다른 문명과 접촉할 가능성은 비록 백만 개의 행성을 방문해도 하나의 외계종족을 만나기 힘들겠지만,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에서 이야기 했듯이 충분한 수준의 탐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또한 우리 역시도 아직 먼 우주로 나갈 기술이 없을지라도 외계문명의 일방적인 방문에 의해서 그들과 만날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결국 통신 가능한 외계 문명과 일반적인 외계 문명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이 방정식에 추가하면, 이번 항은 최종 N의 값에 매우 긍정정인 수치의 증가를 주게 됩니다. 드레이크 방정식에서는 행성에서 생물이 발생하고, 그 생물에서 지적문명이 확률을 1% 정도로 보고 있는데, 그 1%의 결과는 보통 fc 값의 1억 배에 달하며, 이 포스트에서도 무려 100만 배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fc사이의 평균 거리(fd)가 3천 광년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 반경 3천 광년 안에는 fc에 도달하지는 못했으나 지적문명(intelligent life)에 도달한 10만 ~ 1억 개의 외계 행성이 있다는 말이됩니다.

단순한 지적 문명(외계인)이 다른 외계의 외계인과 만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로 불가능 하겠지만, 일단 항해기술(ft)이 갖춰진 문명이라면 가까운 이웃 별들에서 엄청난 수의 외계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도 그러한 기술을 보유하게 될 4천년 후까지는 이미  ft값을 만족시킨 문명들이 준비하고 있는 탐사 예정 후보지 1억 곳 중 한 곳일 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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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유형의 글은 아무래도 딱딱하고 스토리라인을 넣기 어려워서 겨우 제목에 약간의 반전을 숨겼습니다만 그리 큰 흥미를 자극할만한 내용으로 이어지지 못했네요. 읽는다고 고생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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