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화살처럼 빠른 그리스의영웅 아킬레우스가 쉬고 있는데 거북이 한마리가 다가와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 달리기 경주를 해볼까?" 아킬레우스는 코웃음을 치며 거절했지만, 거북이가 '10m만 앞서서 출발하면 넌 나를 이길수 없다'고 놀려대자 열받은 아킬레우스는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아킬레우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논(Zenon)이 만든 유명한 역설중 한가지 입니다.
 아킬레우스가 10m를 갈때 거북은 1m라도 가게되고, 아킬레우스가 1m 만큼 왔을때 거북은 0.1m, 아킬레우스가 다시 거북이 있던 자리까지 왔을때 거북은 조금이라도 더 가있기 때문에 결국은 따라잡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제논의 역설은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면서 물체가 이동한 거리만을 고려하고, 물체가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패러독스입니다. 즉 거북과 아킬레우스의 이동을 속도로 표현한다면 오류가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대학등록금 1000만원시대가 되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소팔고 논판 돈으로 학비를 마련해야하는 우골탑의 시대가 다시 온것 만은 사실입니다. 아주 단순하게만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한 학기당 등록금을 500만원이라고 잡으면 8학기동안 4000만원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건 부모가 당연히 해주는거야 라는 생각은 하지 맙시다. 부모에게 빌린돈이든 학자금 대출이든, 마이너스 4천만원은 졸업후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회출발 비용이 됩니다.

졸업 전까지 과정에서의 대출금이자는 모두 없는것으로 하겠습니다. 4천만원에 대한 상환방식은 3년거치 10년 상환입니다. 즉 3년동안 이자만 내다가 3년후부터 이자와 원금을 같이 갚아나가는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입니다. 정부가 보증하는 주택금융공사의 학자금대출 금리는 2005년 연 6.96%에서 2007년에는 7.65%로 올랐지만, 올해는 7%선까지 낮춰보려고 한다니 7%로 정하겠습니다. 그리고 변동금리도 적용하지 않고 앞으로 13년동안 고정금리로 적용하겠습니다.

대출금액 대출기간 대출금리 상환주기 상환방법 월이자 총이자
40,000,000원 36개월 연 7.0% 1개월 원금 일시 233,333원 8,400,000원

졸업후 원금에 대한 이자를 매월 233,333원씩 36개월을 내면 8,400,000원입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나면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나가게 됩니다.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이므로 매월 464,434원씩 내면 됩니다.

회차 상환금 납입원금 이자 납입원금 합계 잔금
1 464,434원 231,101원 233,333원 231,101원 39,768,899원
2 464,434원 232,449원 231,985원 463,549원 39,536,451원
3 464,434원 233,805원 230,629원 697,354원 39,302,646원
4 464,434원 235,168원 229,265원 932,522원 39,067,478원
... .. .. .. .. ..
117 464,434원 453,753원 10,681원 38,622,797원 1,377,203원
118 464,434원 456,400원 8,034원 39,079,197원 920,803원
119 464,434원 459,063원 5,371원 39,538,260원 461,740원
120 464,434원 461,740원 2,693원 40,000,000원 0원

대출금액 대출기간 대출금리 상환주기 상환방법 상환금 총이자
40,000,000원 120개월 연 7.0% 1개월 원리금 균등 464,434원 15,732,070원

13년간 갚아야할  금액은 원금 40,000,000 + 이자 8,400,000 + 이자 15,732,070 으로 총 64,132,070원 입니다. 원금에 비해 장기간 빌려 쓴 이자 2400만원이 얼마되지 않게 느껴지는가요?

편의상 일방적으로 계산을 했지만, 실제로 기본등록금 외에도 상당히 많은 부가적인 지출이 추가되기에 한사람이 대학을 졸업하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듭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06년 6∼8월 전국 6천787가구에 살고 있는 18살 미만 1만2천 여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를 보면, 출생 후 자녀를 대학까지 교육시킬 경우 자녀 1명 당 2억3천199만6천 원의 양육비가 든다고 합니다. 2003년의 1억9천870만8천 원보다 16.8% 증가한 것입니다. 또 2006년 출생에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드는 자녀 1명 당 총 양육비는 1억7천334만 원으로 추산됐는데, 대학교만 따지면 6천만원 정도가 든다는 것입니다.

현재 학생들의 70%정도가 부모의 지원으로 등록금을 마련하고, 20% 가량이 대출을 한다고 합니다만, 따지고보면 부모의 지원이라는 것도 충분히 저축해둔 상태가 아니라면, 부모님이 대출을 했다고 봐야할듯 합니다. '우리집은 돈이 많아요, 장학금으로 다녔어요, 알바로 번돈이 학비보다 많아요'를 제외하고, 충실히 공부만 하느라 꼬박꼬박 돈을 대줘야하는 학생들의 경우, 연간 1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서 대출에다가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부모들이 넘칠 정도입니다. 그래서 남자가 눈치껏 입대해주면 부모는 슬퍼하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들어가서 교육비의 평균적 상승율을 더하고, 금융이율의 상승까지 더한다면 실제 필요한 비용은 8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가 될 것입니다. 사회로 출발하기전 이미 누군가가 갚아야하는 빚이 쌓여 있는 것입니다. 어서 직장을 잡고 돈을 벌어야 하는데, 4년제 대졸자가 첫 직장 잡기까지 평균 11.2개월 걸리고, 졸업생 10명 중 5명이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이른바 88만원 세대실업자로 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008년 대기업 대졸 초임연봉 평균 3,000만원이라는 뉴스야 들었지만, 이 수준에 들어가는 취업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88만원 세대라는 말 자체가, 20대 가운데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상위 5%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을 일컫는 말입니다. 88만원 세대는 비정규직으로 평생 88만원에서 119만원 사이의 월급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88만원은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 비율 74%를 곱한 수치입니다. 설마할지 모르겠지만 그 설마속에 내가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 후, 이미 연체 경험이 있는 경우가 17% 정도고, 그중 일부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부모가 대출을 했든 본인이 대출을 했든 어차피 이 돈은 가계의 부담으로 남아 있습니다. 보통 졸업과 동시에 일부의 대출금은 이미 원금 상환이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위의 계산에서 이율을 7%라고 잡은건 전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정부보증의 대출이 아닌 경우, 1금융(은행권대출) 이율은 최저 연7%~~17%사이이고, 2금융으로 넘어가면 최저 12%에서 49% 사이를 오갑니다. 졸업후 즉시 취업을 못하게 되면 매월 50~100만원 가까운 상환금은 갚을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연봉 3000만원대에 들지 못한다면 버는 만큼 갚아나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만약 연체라도 하게되면 그때부터는 정말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과 대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킬레우스가 아무리 빨라도, 달리지 못하면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취업이 안되고 상환금의 연체가 시작되면, 이자가 이자를 낳아 거북이는 공룡만큼 커집니다. 뒤늦게 아킬레우스가 달려보지만 거북이는 이미 까마득한 저편에 가있습니다. 부모는 노후까지 포기하고 자식들의 교육비 마련을 해야했습니다. 그나마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다면 다행이지만, 대학원에 유학까지 간다면 부모는 참담한 심정일 것입니다. 취업한 후에는 돈이라도 보태주면 좋으련만..  뭐가 급한지 서둘러 결혼을 하려하고, 게다가 한 밑천 뽑아 살림을 장만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사회정서는 반드시 대졸이라는 학력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전공을 살려 그 배운바를 써먹을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또 그 전공을 살려 관련분야에 취업을 한다해도 상당수는 88만원 세대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직장의 대부분은 굳이 대졸학력이 아니라해도 가능한 업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영어를 그토록 중요시해서 열풍을 넘어 광풍까지 일으켜놓아, 영어교육비용으로 한사람당 수천만원을 들였지만, 정작 그 영어는 별로 써먹을곳이 없습니다.

이런 세태는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도 한 몫을 한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여성취업비율이 늘었다고 하지만 상당수의 취업여성은 반짝 주부들입니다. 졸업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퇴직하고, 자녀가 큰후에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분야로 반짝 취업한 분들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주된 취업목적는 자녀교육비 알바입니다. 그렇게 일해서 자녀의 교육비를 대고, 나중에는 대출금 상환을 위해 일하고, 그래도 힘이 따라주면 노후를 위해 일하고, 그때쯤 그 자녀의 대부분은 그 부모와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학비부담으로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야기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등록금 탓 자살까지 서민에겐 ‘저승사자’라는 뉴스나 집팔고 월세 살아도 교육은 포기 못해요라는 뉴스도 가슴 아프지만 흔한 소식이 되어버린듯 합니다. 저에게도 가장 무서운게 등록금 고지서라는 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옵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두 자녀를 둔 입장에서 '큰딸이 대학에 들어간 이후 1억원을 빚졌고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얼마나 빚을 더 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는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듯 들립니다.

어느날 딸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너 고등학교 졸업하면 내가 4년동안 매년 500만원씩 줄테니까 대학가지 말고, 장사해 볼래?" 한참을 생각하던 딸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싫어. 대학가야해!" "왜?" "친구들이 다 가는데 나만 안가면 안되잖아" 할말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아킬레우스가 영원히 거북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 역설일 뿐이지만 우울하네요.

덧)
갑자기 방문수가 늘어서 찾아보니 다음블로거뉴스에 떴군요.
사실 이글에는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문제점을 제기하면서도 아무런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고있는 만큼 나름의 해결책이나, 묘안을 가지신 분들도 계시리라고 봅니다.

글의 잘못을 꼬집고 악플을 달기보다는 부디 문제해결을 위한 답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진학이나 복학을 앞두었거나, 혹은 학업중이거나, 또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의견이나 해결책을 남겨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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