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성별(性別) 1편
에서 이어집니다.

2. 무성생식(無性生殖)
행성 에덴(Eden)은 그런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곳으로 지구와 비슷한 45억 년 전에 생성되었고, 생물은 지금으로부터 40억 년 전에 탄생되었습니다. 현재 행성 에덴에서 살고 있는 지배 종족은 무성생식을 하지만 우리보다 더 복잡한 형태의 독특한 생식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고향인 행성 에덴은 태초에 생성된 지 5억년 만에 완전한 안정을 찾았으며 이후부터 40억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중력이나 지축을 비롯한 거의 모든 환경은 고유의 생물이 거주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행성은 주변 행성과 태양의 상호 간섭과 기조력으로 매우 규칙적인 대류를 이어왔고, 적정한 거리에 있는 태양은 끊임없이 빛을 제공해 주었으며, 자전축은 겨우 2.6도 가량 기울어있어 계절의 변화가 경미한 편이었습니다. 주 대륙에 있는 곳은 언제나 섭씨 400도 가량으로 따뜻했고, 매일 바람이 살랑 살랑 부는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날씨는 생물에게 별다는 의미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에덴에서의 생명 기원도 지구와 비슷한 편이지만 그 생명체의 진화는 지구와 다른 행성의 물리적인 요소에 의해 매우 느리게 그러나 시행착오 없이 단숨에 진행되었습니다. 이 생물의 먹이는 행성 그 자체라고 할 만큼 토양에 풍부했고, 그 영양소는 생물이 대사활동으로 생산하는 호흡 물질과 반응하여 생물이 섭취할 수 있는 먹이 형태로 변형되기 때문에 생물의 개체가 늘어나면 그 먹이의 양도 자연적으로 증가하였기에 굶주림이나 먹이경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태초부터 -생물의 입장에서는- 그 환경이 워낙 안정되어 있다 보니 생존에 대한 별다른 위기도 없었고, 위협적인 경쟁 상대도 없었기에 새로운 개체가 분열되면 동일한 두 세포 모두가 영원에 가까운 자기 수명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그 원시적인 생물은 행성의 바다와 육지와 대기 중을 떠돌 정도로 번성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행성이 탄생한지 30억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이 비슷한 동질의 원시 세포들은 행성 전체를 가득 매우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행성 에덴에서 일어난 최초의 스트레스였습니다. 행동의 반경, 객체의 고유 공간이 부족해지는 압력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분열 활동에 영향을 미쳤고, 점차 생물의 분열 주기는 분단위에서 시간단위, 날짜 단위, 년 단위로 길어졌습니다. 그러나 개체의 수명이 너무 길다보니 그 늘어난 복제 주기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없었습니다. 점점 그 공간적 요소가 주는 압력이 커지며 생물의 유전자에는 생존의 위협이 아니라 활동성에 대한 위협을 느꼈고, 분열하는 새로운 세포들에게 고스란히 각인되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1 만년이 지나지 않아서 그 문제는 행성 에덴에 생명이 탄생한지 25억년 만에 이루어진 획기적인 진화에 의하여 해결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행성 에덴에는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종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원시생물들이 받은 -최초의 경쟁이다보니- 충격적인 압력을 경험한 이후에 분열한 세포들이, 기존의 세포들이 가지지 않았던 반응을 시작하면서 객체끼리 결합하여 역할 분담을 하는 공동 생명체 형태로 발달한 아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결합과 협력의 형태가 정보의 공유 면이나 압력해소를 위해서 매우 효율적이라는 것을 체득하면서 그 아종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이제 행성 에덴의 대부분 생물은 다세포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경험이었지만 그것을 계기로 촉발된 성공의 기억은 생물에게 지속적인 진화를 시도하도록 만들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결집된 세포의 수가 증가하면서 그 크기는 커지고, 세포들이 수행하는 역할이 더욱 세분화되었고, 스스로 운동성을 가질 만큼 발전한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합해진 그 공동체의 생물군은 본질적인 모세포가 같았으므로 여전히 분열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대를 만들어 내고 군집이 포화상태가 되면 개별적인 이탈도 있었으나,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면서 서로간의 결합이 더 긴밀해지고, 정보에 대한 공유성이 향상되자, 역할 분담에 대한 체계의 상하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분열한 세포는 군집을 떠나지 않고 남아 역할의 수행도를 높이는데 기여를 했고, 그 분열의 주기도 상위 체계에서 전달되는 신호에 따라 임의적으로 조절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거대해지는 군집의 내부에 위치한 세포에게 먹이를 공급하고, 그에서 나오는 노폐물을 순환시켜 배출하는 방대하면서도 정밀한 시스템이 형성되었고, 분담한 역할에 대한 기억은 상위체계로 전달되어 축적되면서 유전자에 기록되었습니다. 본래의 생명주기가 영구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체계는 적체되거나 손상된 세포가 없는한 모든 세포의 분열을 억제해야 했고, 상위체계는 항상 군집이 적정수준 이상으로 거대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했습니다. 더 이상 거대해지는 것은 중력에 의해 군집의 운동성이 방해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군집을 이룬 공동체는 하나의 집단 의식을 지닌 존재로 변모한 것입니다.


이 집단의 공동체가 바로 행성 에덴의 최초의 지성을 가진 존재의 원시 모델이었습니다. 먼 미래지만 집단성에 의한 세포간의 역할 분담이 주는 수많은 장점으로 이 생물은 빛에 반응하는 시각을 확보했고, 소리와 진동에 반응하는 청각이나 정밀도가 높은 촉각 등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생물의 먹이는 여전히 토양에 다량 함유된 특정 원소가 태양과 반응하여 생긴 화학물이었고, 그 화학물은 생물이 대사과정에서 폐기물로 내어 놓는 기체와 다시 반응하여 대기중 수증기에 섞여 호흡을 통해 섭취되기 때문에 그 생물에게는 입이라는 기관이 없었습니다. 대신에 호흡하고 영양분을 거르는 기관인 -우리 입장으로 보자면- 코는 매우 크면서도 섬세하게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운동성이 없이 진화한 일부의 생물체는 코가 없었지만, 직접 토양에서 양분을 끌어올리거나 넓은 외피 전체를 통해 골고루 양분을 흡수하므로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행성 에덴에서 운동성이 필요한 것은 먹이나 생존에 대한 경쟁에 의한 것이 아니고 공간의 확보에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물이 운동성이 없다면 -이미 완전한 해체가 불가능한 상태므로- 거대해진 몸체 때문에 잘못 자리잡은 군집체가 발생할 경우는 공간확보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필요에 의해 운동성을 지닌 생물체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운동성없는 생물체 역시 근본적인 모세포는 같았으므로, 동물성 생물체와의 의식 교감은 문제없이 이루어졌고, 상호간의 세포교환도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진화의 양상은 한가지 문제 -이 생물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아니지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종의 폭발이라고 할만큼 1억년 동안 수많은 종류의 동식성 생물체가 나타났지만, 수억의 개체중에 같은 형태를 한 생물이 없는, 즉 통일된 생물군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의 군집화된 세포들이 모여 거대 생물이 되었지만, 각 세포들이 지닌 무한성과 분열의 통제로 동일한 개체의 분화가 없었으므로 2세대 생물이 나타나지 않았고, 그 군집체들은 각자가 다른 형태로 진화를 이루었기에 모든 생물은 다른 모습을 유지한 채 영생을 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외계인의 성별(性別)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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