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성별(性別) 2편
에서 이어집니다.

3. 이종교배(異種交配)
행성의 불변성은 여전히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으므로, 다시 1억년이 지날 때까지 생물의 다양성과 개체의 숫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서 생물은 개체 분화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생물의 원시세포들은 본래부터 분열에 대한 욕구를 지니고 있었는데 통제에 의해 1억년 이상 그 본능이 억압되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세포의 수명을 단축하거나, 공동의식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되어 공급되는 영양분을 무리하게 독식해 거대화되고, 자주 핵분열상(核分裂像)을 나타내는 이형성(異型性)이 강하게 나타나 결국 본연의 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며 주변의 다른 세포까지 죽게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아 독립적 이상세포(cancer cells)는 생물자체의 죽음까지 불러오는 상황으로 발전되었고, 행성 에덴에서는 ‘
자발적 종결‘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멸종사태가 1억년에 걸쳐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유한성에 대한 불안감은 생물에게 새로운 진화의 길을 걷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종결된 개체에서 살아남은 일부의 단위세포는 다른 개체에 흡수되어 정보를 제공했고, 생존을 위해서는 원시세포의 욕구를 해소할 수단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의식한 개체는 마침내 생식이라는 획기적인 해결방안을 얻게 됩니다.

세포들의 평균적인 분열 억제력은 개체의 크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몸집이 거대할수록 통제력이 약해지고 이상 증식을 하는 세포의 출현이 잦으며, 결과적으로 개체의 수명이 짧게 된다는 등의 정보가 수집되어 유전자 속에 각인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생식은 이상 한계치에 대한 정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1천년 이하로 이루어졌으며, 이런 모든 생체 정보를 가진 발전된 새로운 종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들의 생식은 먼저 한 개의 모세포를 만들고, 그 모세포에 모든 세포의 집단적 의식을 공유시켜 모세포가 분열하면 집단에게 그 희열을 느낄 수 있게 하여 원시세포들의 분열 욕구를 대리만족시키는 구조로 진화한 것입니다. 모세포의 생성을 위해 자궁과 비슷한 형태의 적절한 기관이 만들어졌고, 주기적으로 만들어진 모세포는 개체의 체내에서 백 년 동안 서서히 분열하며 성장해서, 모체를 구성하는 원시세포들에게 기쁨을 주다가 마침내 개체의 특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축소된 개체가 되면 출아를 통해 독립되는 방식의 생식을 하였습니다.

그 개체는 부모의 모든 유전적 정보를 물려받았지만 원시적인 분열에서 있었던 동질성이 부족한 대신 새로운 정보를 스스로 인식하고 체계를 형성하며 성장 발전하는 독립된 의식체였습니다. 사소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점 생물은 세포들의 거부반응을 최소화하는 안정적으로 생식의 주기를 찾아내어 꾸준히 개체수를 늘려갔습니다.


하나의 개체는 천년 단위로 새로운 개체를 복제해냈습니다. 매우 서서히 개체의 수가 늘어났지만, 이제 그 개체들은 통일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개체들 중에서 생식에 성공한 종은 충실히 자신과 닮은 2세대를 생산했고, 2억년이 지나자 행성 에덴에는 다시 생물들이 넘치는 활력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무성생식은 한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행성 에덴의 환경적인 변화가 워낙 적다보니 하나의 개체가 영생을 살면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고, 유전자에 기록된 정보의 대부분도 환경에 적응하거나 먹이를 위한 경쟁의 요소가 거의 없는 오로지 분열과 생식 통제와 생체의 구성 메커니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몇 억년 동안 잘 다듬어지고 최적화된 이런 정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 물려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의 발전 방향이 없게 되자, 자연스럽게 모든 개체의 개성이 사라지며 완벽한 통일성을 지닌 생물군이 넘치게 되었습니다.

또한 몇 억년을 살아도 자연적인 손상이 없는 완전한 구조의 세포들은 영양공급이 이어지는 한 불로의 상태였으므로 모든 세대의 개체가 공존했고, 원한다면 세대 간의 접합(接合 conjugation)을 통해 플라스미드(plasmid)같은 염색체를 주고받아 정보교류도 가능했으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행성 에덴에는 같은 모습에 같은 지식을 가지고, 같은 생각을 하는 똑같은 생물만이 가득하게 되었고, 점차 그에 대한 미묘한 의식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권태라고 부르는 그 의식적 압력은 지난 과거의 어떠한 압력보다 강대한 힘을 지녔지만, 소리 없이 은밀하게 다가와 생물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발전성 없는 진화의 한계에 부딪친 생물의 각 기관들은 이유 없이 양분의 흡수를 거부했고, 순화계통이 무너지며 치환(置換) 작용에 이상이 나타났고, 운동성이 떨어지며 세포와의 커뮤니케이션의 비활성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후에 ‘권태에 의한 노화’라고 불리게 되었지만 그 당시 이 생물들에게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일 뿐이었습니다.


행성 에덴은 또 다시 대규모의 멸종이 이어졌습니다. 1억년이 지나지 않아 모든 종의 개체수는 1천만이 넘지 못할 정도였기에 4억6천만 km2의 행성표면은 거의 텅 빈 상태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이러한 대규모의 멸종 이후에는 그를 극복하고 진화한 종의 폭발이 이어집니다. 이번의 진화는 의외로 쉬운 곳에서 해결책을 찾아 이루어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생식과 접합은 같은 종 안에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항상 정보와 복제는 일반성만 지닌채 일어나게 되었던 것인데, 다른 종과의 유전자 교환을 할 경우 이런 단조로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종들은 긴 세대를 이어오며 그 구조나 형태가 달라져서 접합(接合)은 불가능 했지만, 모든 종의 본질적인 모세포는 기원이 같아 99%이상의 유사성을 지니고 있어서 이종 간의 교감은 가능했습니다. 그렇기에 상호 필요에 의하여 생식세포의 교환을 시도할 수 있었고, 모든 정보가 담긴 이종의 생식세포에 자신의 유전정보를 추가하므로 변이된 형태의 태아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모든 이종 간의 교배가 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동물성 생물과 식물성 생물은 각각의 동질성을 지닌 이종끼리의 교배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각각의 다른 유전정보를 지닌 이종 간의 만남으로 수많은 신종 생물이 나타났으며, 그 신종과 교배한 다양한 생물종에 의해 또 다른 신종이 탄생하였습니다. 최초의 생물이 나타난 지 35억년이 되었던 이 무렵의 행성 에덴은 다양하고 많은 종의 생물이 계속 증가하면서 역사상 가장 폭발적으로 종이 늘어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물들은 여전히 출아 형태의 무성생식도 가능했으므로 비슷한 신종 생물의 대규모 집단이 나타나기도 했고, 독특한 개성의 자아를 지닌 특별한 종이 출현하기도 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 모든 종들의 유전자에는 이종교배 즉 다양한 정보를 지닌 다른 유전자에 대한 갈망과 그 가치가 확실하게 인식되어 기록되었습니다. 대멸종 이후에 나타난 생물군은 보통 무성생식이나 동종의 교배를 통해 개체의 수를 늘리다가도 새로운 정보나 다른 형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본능적으로 이종교배를 통해 그 한계를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외계인의 성별(性別) 4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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