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km는 거리도 아니고,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고, 40도 이하는 술도 아니다. 러시아의 속담이지만 보드카가 왜 독한지 짐작케 해주는 말입니다. 보드카(러시아어 : Водка)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술로, 러시아어로 을 뜻하는 낱말 вода(보다)에서 유래되어, 애칭Ka(카)가 붙어 이쁜 물, 사랑스런 물이라고 알아들으면 될듯 합니다. 보드카(VODKA)는 그 기원을 놓고 약간의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러시아 수도원에서 제조되기 시작해서 문헌에 등장한 기원을 대개 1503년으로 보고있습니다. 그러니 약 500년 정도의 전통을 가진 술입니다. 제정 러시아시대에는 제조법이 철저한 비밀이었지만, 러시아혁명을 피해 유럽으로 망명한 백인계 러시아인들이 망명지에서 보드카를 제조했기에, 1918년부터 남유럽을 중심으로 보드카의 제조법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33년 미국에서 금주법이 폐지되면서 보드카는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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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는 제조법이 위스키나 브랜디와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도, 원료만 같다면 어느 나라 어떤 지방에서 만들어도 맛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도 보드카를 러시아에서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드카는 모두 러시아 이외의 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Wyborowa (폴란드),  Absolut (스웨덴), Finlandia (핀란드), Iceberg Vodka (캐나다), Panzer (독일), Smirnoff (미국)과 같이 보드카는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술입니다.

보드카는 증류주(蒸溜酒)입니다. 원료는 밀, 보리, 호밀 등이지만 요즈음에는 감자나 옥수수를 주로 쓴다고 합니다. 원료를 찌고, 엿기름과 효모를 섞어서 발효시켜 만든 원액을, 물로 희석해서, 자작나무 숯으로 만든 활성탄으로 여과하여 정제합니다. 활성탄은 잡다한 맛과 냄새, 나쁜 성분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물처럼 깨끗한 보드카를 만들어 줍니다. 당연히 여과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좋은 보드카가 됩니다.

보드카의 판매될때 보통 40%의 알콜을 함유한 독한 술인데도, 무색 무미 무취이며, 높은 도수에 비해 매우 부드러운 편입니다. 그래서 향과  맛과 색이 없는 보드카는, 나무통에 보관하는 위스키와는 달리 스테인리스 탱크에 저장하고, 병에 넣을 때는 적절한 알코올 농도 40∼50%를 유지하며, 경우에 따라 감미를 하거나 향을 섞어서 검은 보드카를 만들기도 하고, 레몬이나 오렌지향을 내는 보드카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보드카만의 독특한 느낌을 베이스로 해서 만든 칵테일에는 '블랙러시안' '블러디메리' '키스오브파이어' '섹스온더비치' 가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 보이(Playboy)레이디 킬러(Lady Killer)라고 불리는 스크류드라이버(screwdriver)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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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드라이버를 조주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하이볼 글라스에 보드카를 1온스~1½온스 넣고, 오렌지 주스를 8부정도 채워서 저으면 완성되는데, 각얼음을 넣기도 하고, 오렌지 조각으로 장식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하이볼 글라스 말고 언더락스용 위스키 글라스나 샴페인 와인글라스,칵테일 글라스에 담아 조금 더 보기좋게 장식을 하기도 합니다.

보통 스크류드라이버의 알코올 도수는 25도 정도가 되며, 오렌지의 강한 향과 새콤한 맛때문에 술이라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하기도 하고, 사용한 주스에 따라 달콤한 맛을 내기도 합니다.

스크류드라이버(screwdriver)라는 칵테일(Cocktail)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는 몇가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요즘 시중 보드카는 45∼50도인 것이 대부분이지만 원래 보드카는 60도 이상의 도수 높은 술입니다. 금주법이 폐지되기전 미국에도 이미 도수가 높은 보드카가 반입되었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향과 맛이 강한 오랜지주스를 섞어 마셨는데, 이것이 스크류드라이버라는 칵테일의 탄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름에 대한 이야기로는 중동지방에서 유전개발을 하던 미국인 노동자들이 수통에 담은 보드카를 마실때, 너무 독해서 오렌지 주스를 섞어 마셨고, 마땅히 저을 도구가 없으므로, 들고다니던 공구 스크류드라이버(도라이바)를 사용해 저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도시의 사냥꾼이라는 플레이 보이(Playboy)레이디 킬러(Lady Killer)라는 애칭이 붙었을까요?  보드카는 러시아에서 추위를 달래기 위해 생긴 술이기 때문에 잔에 따라 놓고 보면 마치 생수처럼 아무런 볼품이 없습니다. 그리고 마셔봐도 알콜자체의 쏘는 느낌 제외하면 맛이라고 할 것도 없는 순수한 술일 뿐입니다. 그래서 보드카는 대중적이기보다는 마니아가 많은 술이기도 합니다. 제 친구의 경우는 취하기 위해 보드카를 마시는데, 그 무미건조함 때문에 녹차잎을 넣어 마시기도 합니다. 무색, 무미, 무취의 보드카는 마니아가 아니면 그 묘한 맛을 발견해 낼 수 없기에, 거기에 오렌지 주스를 섞어 희석을 해놓으면, 처음의 한두잔이 지나면서 술맛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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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래전에 바텐더일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술을 처음 접하는 여성분들도 스크류드라이버를 맛보고는 한결같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두잔의 칵테일을 마시고 나면 2~3온스의 보드카를 마신 상태가 되고, 다시 한 두잔을 더 마시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좋게 취해버리고 맙니다.  플레이보이들에게 스크류드라이버는 레이디 킬이라는 작업을 돕는 마법의 술이 됩니다.

잠시 옆길로 빠져보겠습니다. 요즘은 여성들도 소주 2병쯤은 쉽게 마시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오래전에는 남성의 경우도 소주 두병을 마시면 초뺑이라고 불렸었습니다. 지금의 소주는 20도 되지 않기지만, 1965년의 소주는 30도였고, 1973년에는 25도였습니다. 5도 차이가 얼마나 큰지 짐작을 하지 못하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계산을 해보면 360ml인 소주가 30도 일때 순수한 알콜은 108ml입니다. 그리고 25도 일때는 90ml이며, 20도 일때는 72ml 입니다. 두병을 마셨다고 가정하면 30도의 소주는 216ml의 알콜을, 20도의 소주는 144ml의 알콜을 마신것입니다. 즉 30도의 소주 두병과 20도의 소주 세병의 알콜량이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알콜의 양만으로 따질 수 없는게, 술은 마시는 속도에 따라 취하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주량 3병이고 평소 30분에 한병을 마시던 사람이 5분만에 한병을 마시면, 쉽게 취해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술은 순수할 수록 강하고 빨리 취합니다. 작년에 금강산에 갔을때 북측 아가씨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에서 25도의 평양소주를 맛본적이 있는데, 평소에 소주 3병이상을 드시던 분들이 거기서 2병을 마시지 못하고 만취한 것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오렌지의 맛에 속아 홀짝 홀짝 마셔버린 두세잔의 스크류드라이버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취하게 합니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날때까지 자신조차도 취했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몇 잔을 더 주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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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드라이버는 베이스가 되는 보드카의 값도 싸고, 오렌지 주스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그 맛도 달콤하기 때문에, 술이 약한 분들도 쉽게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위에 설명한대로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오렌지 조각뿐아니라 체리같은 다른 과일을 장식해도 잘 어울립니다.

스크류드라이버를 만들때 가장 달콤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제가 예전에 즐겨 쓰던 방법을 사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먼저 컵의 입구에 오렌지 조각을 말아 쥐고 한바퀴 돌려줍니다. 그러면 컵의 입구는 끈적한 오렌지 물이 묻어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 종이에 설탕을 약간 뿌리고 컵을 뒤집어 설탕에 살살 돌리면, 컵입구는 설탕이 묻으며 굳어서 사탕조각이 발라진듯 거칠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얼음을 넣고 보드카와 주스를 넣어 섞어주면 완성되는데, 칵테일을 마실때마다 컵에 발라진 사탕가루가 달콤함을 더해줍니다.

러시아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할 때면 하객들은 보드카를 가득 채운 잔을 들고 고리카라고 외치는데, 고리카는 쓰다는 뜻인데, 우리가 마신후 캬~ 하는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하객들은 차례로 일어나 신랑 신부한테 축복의 말을 하고 그때마다 보드카를 한 잔씩 비우는데 우리식으로 원샷인  다 드냐가 기본이라고 합니다. 50명의 하객이 한 마디씩 한다면 50잔의 보드카를 마셔야 하고, 도저히 못 마시겠다고 거절하면 “신랑 신부의 행복을 원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책이 돌아와서 마실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무섭게 마셔대니 러시아 남성의 평균 수명은 60세를 넘지 못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상대의 주량을 고려하지 않고, 원샷을 외쳐대고 있습니다. 마치 전투를 치르듯 급박하게 마셔대며, 연신 건배를 제의하고 거기에 부응하지 않으면 배신자라도 된듯한 분위기입니다. 제가 처음 금주를 선언했을때도 가장 어려웠던 유혹은 술맛이 아니라 이러한 분위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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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적이 레이디 킬에 있는것이라 해도 술은 분위기를 위한 전주곡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술(酒)은 좋은 술잔에 마셔야 하듯, 좋은 목적의 술자리는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되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퇴근길에 보드카 한병과 오렌지 하나, 꽃 한다발을 들고 집으로 가세요. 설탕처럼 달콤한 스크류드라이버 한 잔으로 당신의 아내를 당신의 남편을 킬(Kill)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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