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보고된 외계인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 편인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형태로 구분을 하지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그레이형은 인간이나 가축을 납치하는 주범으로 우리에게 위험을 주는 외계인이며, 파충류와 유사한 형태의 렙탈리안(reptilian)은 인간에게 적대적이며 위험한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노르딕(Nordics)은 그 외모가 인간과 흡사한 휴머노이드(humanoid) 형태인 만큼 우리에게 비교적 우호적이라고 합니다.

이 세 가지의 종족 외에도 목적을 위해 상위 외계인에 의해 만들어진 클론(Clones) 종족이나 소수의 독특한 형태를 지닌 외계인도 있습니다. 렙탈리안의 경우는 외계인이라기보다는 고대의 파충류가 멸종하지 않고 계속 우성적인 진화를 했을 경우 도달하게 되는 파충류인간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는데, 고대의 벽화나 조각 등에는 렙탈리안과 관계되는 듯한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모의 미묘한 차이는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으므로 이런 배치나 구조적인 소소한 차이와 신체의 크기 등을 뺀다면, 놀랍도록 인간과 닮은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신체의 각부분을 지배하는 두뇌가 있는 머리에 주요 감각기관이 집중해 있어서 외부의 자극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구조를 지녔으며, 두 개의 눈과 두 개의 다리와 팔을 지니고 직립보행을 하고 있습니다. 즉 기본적인 형태, 외형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우주 공간을 넘어 지구까지 올 정도로 발전된 문명종족은 모두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들을 외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구분해 볼 수 있는데, 파충류나 포유류, 양서류, 어류 등의 구분 방식입니다. 그들도 자연의 선택에 의한 진화를 해왔다면 이런 구분을 통해 그들이 살아온 모행성의 환경이나 그들의 조상 생물에 대한 유추도 가능하게 됩니다.

만약 모행성 표면의 대부분이 바다로 이루어진 곳에서 진화한 외계인이라면 매끈한 유선형 몸매에는 아름다운 비늘이 덮혀 있고, 아가미 호흡을 하며 발달한 지느러미를 통해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일 것입니다. 또한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발달한 종족 중에는 위의 렙탈리안처럼 파충류의 특성을 고스란히 지닌 종족도 있을 수 있고, 중력이 약간 더 큰 행성이었다면 키가 작고 단단한 뼈를 지닌 인간형 포유류가 행성의 주인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건만 된다면 수륙양용이라는 장점을 극대화시키며 진화한 양서류의 특성을 지닌 형태의 외계인도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선택된 여러 종족들도 특수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 상태에서는 우리와 외형이 다소 다르고, 신체적 구조와 역할이 다르다고 해도, 거시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 차이점이 작은 개성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종족입니다. 이런 여러 종류의 외계인들은 지구와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환경이 아닌 어느 정도 비슷한 환경을 지닌 각자의 행성에서 진화했을 것으며, 모행성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의 신체적인 특성을 형성했을 것이기에 번식하려는 본능이나 양분의 섭취 욕구, 생존을 위한 심리적인 구조 등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처음 접하는 경우라도 누가봐도 지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발생해서 그 환경에 적응하며 발전한 종족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쉽게 문명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연에서 양분을 취할 수 없으므로 다른 생물을 섭식하므로 에너지를 얻지만, 식물형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은 물과 토양과 햇빛 등을 통해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고, 씨앗이나 포자를 통해 대량 번식을 하고, 환경이 열악해지면 수십년에서 수천년 동안 발아하지 않고 기다리는 능력도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일반적인 식물과 달리 비록 느리지만 스스로 이동할 수 있으며, 자신이 축적한 지식을 고스란히 다음세대로 전수할 수도 있다면 무서울 만치 빠른 속도로 발전했을 것이고, 각각의 개체들은 무한에 가까운 지식을 보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식물형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1억년 동안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관찰하고 있었을지라도, 우리에게 그들은 고착되어 살고 있는 평범한 나무 한 그루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수정(水晶 quartz)이나 다이아몬드가 대량으로 생성되는 환경에서 그것을 이용하며 진화한 생명체가 있다면 그들은 10cm이하의 작은 신체를 가졌지만, 우리의 수 천 배에 달하는 지식저장능력과 영구적인 기억력을 지녔을 것이고, 공명과 정밀한 진동주기 덕분에 요정과 같은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옆에 있다 해도 우리는 그들을 볼 수 없으며, 가끔 인간에게 호의를 베푼다고 해도 우리는 그저 전설로만 치부해 버릴 것입니다.

우리는 세포연합체입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한 개 세포로 이루어진 수정란이 되어 자궁에서 280여일을 보내지만, 태어날 무렵의 세포수는 2조개가 넘습니다. 모든 생물의 기능적, 구조적 기본 단위인 세포의 수는 성인이 되면 대략 60조에서 100조개 정도가 되며, 그 세포들은 기능적인 특성에 따라 그 크기가 10㎛∼100㎛ 정도로 다르지만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인 것은 분명합니다. 세포의 수명은 수분에서 수년까지 역할에 따라 다르지만, 그 세포들의 집합체인 사람의 수명은 세포 수명의 수만배가 넘는 50~100년이나 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세포들이 살아있어도 집합체는 죽을 수 있다는 것이며, 집합체가 죽어도 세포들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동일한 상태의 세포를 지니고 있어도 1억분의 1초도 안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집합체는 지배력을 상실하고, 100조개의 세포들은 스스로를 해체하지 못한 채 죽음을 기다리게 됩니다. 거기까지가 세포집합체를 조율하는 우리 지배력의 한계입니다. 비록 지배력을 상실한 집합체에서 세포의 복제와 재생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그 세포는 수명과 관계없이 곧 완전한 종결을 맞이하게 됩니다. 개개의 살아있는 세포도 집합된 의지의 관여가 없으면 존속하지 못하는 것이고, 집합체의 의지 역시도 시간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아무리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가졌어도 우리의 지배력은 백년 이상 하드웨어를 구동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수명이 만년 이상인 생명체가 있다면 그 단위 세포들은 활동성이 떨어질지 몰라도 수명은 반영구성을 띄고 있을 것입니다. 시황제가 간절하게 구하려던 불로초라는 것도 세포의 분열과 재생을 촉진한다기 보다는 세포의 수명을 영구적으로 늘려 주는 작용을 하는 약물일 것이기 때문에 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해 먹었다고 해도 그는 그 시대를 정상적으로 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불로초는 그의 신체 활동성을 수천분의 일로 저하시킨 후에 광속비행정에 탄 여행자처럼 독립된 시간을 갖게 해서, 주변의 모든 사물과 다른 속도로 흐르는 시공간에 가둘 것이지만, 그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데이비드 브린(Glen David Brin)의 SF 단편인 시간의 강(The River of Time)에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하던 행동을 그대로 멈춘 채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코마슬로우)이 속출하기 시작합니다. 최소의 신체활동조차 하지 않아서 화장을 한 경우도 있었지만, 알고 보니 그들은 일반인과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들만의 독립된 시간을 가지고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그들보다 빠른 시간으로 옮겨간 사람들이나 더 빠른, 혹은 더 느린 시간으로 옮겨간 사람들이 계속 나오지만, 그들은 각자가 아무 이상없이 자신들만의 정상적인 시간 속에서 살아갑니다.

외계인들 있다고 하여도 그들이 모두 우리와 같은 시간 주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와 유사한 환경의 모행성에서 진화한 외계인이라면 시간도 우리와 유사하겠지만, 우리와 달리 -우리 기준에서- 안정되지 않는 다른 물질을 기초로 이루어진 생명체라면 그들의 생명주기는 백만분의 1초 밖에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로버트 포워드(Robert L. Forward)용의 알(Dragon's Egg)라는 소설에는 표면중력이 지구의 670억 배가 되는 중성자별에 살고있는 ‘체라(Cheela)‘라는 생물이 등장하는데, 체라의 시간 감각은 우리의 백만 배에 달해서, 우리의 하루가 체라에게는 2천7백년이나 됩니다. 인간이 하루 동안 시도한 교신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체라는 -우리 기준으로- 순식간에 우리보다 뛰어난 독자적인 문명을 이룩해 냅니다.

프레드 호일(Fred Hoyle)10월 1일은 너무 늦다(October the First Is Too Late)에는 시간의 흐름이란 것이 실제로는 양자화된 무수한 시점의 집합에 불과하며,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그 무수한 시점을 무작위적으로 반복하는 경험이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의 이야기를 연장해보면 시간은 순서와 상관없이 우리가 의식하는 경험에 지나지 않으므로, 의식하는 능력에 따라 시간의 속도도 달라지 게 됩니다. 의식의 주체가 지닌 사고능력에 따라 시간을 체험하는 속도가 다르지만, 비슷한 환경에서 진화한 같은 종 끼리는 그 능력의 차이가 미미할 것입니다. 그러나 차이가 매우 심한 서로 다른 행성에서 진화했던 외계인이라면 각각의 종은 시간 감각이 근본적으로 다를 것입니다. 어쩌면 우주에 널린 대다수의 외계인은 우리와는 다른 속도로 시간을 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의 10억년이 그들에게는 일년이고, 우리의 일년이 그들에게는 평생으로 인지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돌고래의 지능은 인정하면서도 그들을 지성으로 인정하지 않듯, 우리보다 우수한 진화를 이룩한 외계인의 입장에서 인류는 우주를 여행할 만큼 어느 정도 지능을 갖춘 종족이지만, 우주에 방목되는 수많은 우주돌고래 중 한 종류 정도로만 인식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와 환경이 완벽하게 달라 너무나 이질적인 존재로 진화한 외계인에게 우리는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하는 원시생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스타니스와프 렘(Stanisław Lem)의 SF인 솔라리스(Solaris)에는 이중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솔라리스라는 행성이 나옵니다. 솔라리스는 바다로 덮혀 있는데 그 바다 자체가 의식을 가진 생물이며, 그 생물에 의해 행성은 특이한 궤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솔라리스의 바다와 소통을 바라지만 그 생물은 인류에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초보적인 형태를 지닌 마이크로 사이즈의 원시 생물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진보해서 우주의 구석 구석을 여행하게 된다면 우리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외계생물과 만날 수 있을 것인데, 우리는 그 외계생물의 대부분이 지구의 여러 생물들과 너무 흡사해서 신비감을 느끼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인류를 비롯한 우주의 모든 생명은 모두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어찌 이리도 서로 닮았단 말인가?" 그러나 우주에는 우리와 닮은 외계인보다 전혀 닮지않은 형태의 외계인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우리의 시각와 감각과 관념은 우리와 유사한 생명체만을 인지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나 거대한 솔라리스의 바다와 같은 생물은 생물로 인식하지 못하며, 체라처럼 시간 감각이 다른 생명도 인식하지 못합니다.

비록 현재의 지구가 우주에 노출되어 있다지만, 지구를 방문하고 거쳐갔던 수많은 외계인 중에서 우리의 존재를 인지하거나, 우리 인류를 지성체로 인정한 외계문명을 몇이나 있었을까요? 또 이질적인 존재가 우리를 발견했다고 해도 우리가 그들의 사고체계를 모르듯, 그들도 사회를 구성하고 조직을 이뤄서 살아가는 우리의 특이한 사고체계에 당황하여 신중히 관찰만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들은 지구인에게 흥미조차 나타내지 않고 항해일지에 "행성 발견, 원시생물 진화 초기" 라는 기록만 남기고는 떠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기술이 진보했지만 우리와 유사한 종족이 우리를 발견했다면, 그들에게 우리는 아주 흥미로운 존재로 보일 것입니다. 렙탈리안에게는 자신들의 행성에서 먹이에 불과한 포유류가 진화한 인류는 충격적인 발견이 될 것이기에 은밀히 인류를 관찰하다가 때로는 납치하여 생체실험을 자행하기도 할 것입니다.

우주는 본래부터 생명에게 우호적이지 않으므로, 위험한 우주에서 살아남은 모든 우주인들은 위험에 대하여 관대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모든 외계의 생명들은 우리처럼 자신과 유사한 생명만을 인식하도록 능력이 규제된 덕분에 하나의 공간에 서로 다른 시간으로 살아가는 다른 형태의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가 수없이 시도해왔고 시도할 외계인과의 만남도 인식의 한계성 때문에 '우리와 닮은 종의 외계인 찾기'라는 한정적인 작업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 우리 옆에는 우리가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훌륭한 세계를 이룬 존재들이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유령이나 요정, 신화와 전설로 불릴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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