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목성을 찾은 까닭은? 1편에서 이어집니다.


지금 행성을 지배하고 있는 지성 종족들은 모두 운동력이 있으나, 그건 최소한만 사용하고 대부분 행성 대기의 흐름에 따라 유영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행성의 뜨거운 면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생체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몇 겹의 특별한 막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보의 저장과 정보의 운영에 관여하는 막이다. 그 메커니즘을 설명하자면 먼저 원시생물의 정보저장 방식을 알아야 한다. 간단하게 말해 초기의 원시생물은 화학적인 자극을 이용하여 정보를 저장했으나 다겹생물들은 정보를 전자의 스핀 1/2과 -1/2로 대체해서 저장하고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쉽게 말해 0과 1이라는 두 가지 형태만으로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진화한 다겹생물은 생체 내에서 합성한 바륨 티타네이트(BaTiO3) 화합물로 정보 저장 영역에 절연체를 구성하여 터널자기저항(TMR tunneling magnetoresistance) 현상을 이끌어 내어 이용하는데, 이는 이전의 정보 운영방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향상은 물론이고, 정보를 영구적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한데, 이런 정보 운영 방식은 어머니 항성에서 끊임없이 불어오는 태양풍과 플레어를 적절하게 이용하고 적응하여 변이한 것이므로, 환경에 순응하는 진화의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이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운영하는 체계를 지닌 생물이 나타났다. 그들의 설명이 너무 전문적인 부분이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신종 생물이 이전의 생물과 구분되는 점을 대략 정리하자면, 하나의 입자를 자극할 경우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입자에 동시적으로 영향을 주는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을 이용하여 정보를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초기의 신종 생물은 불안전하고 미비한 생체 때문에 양자얽힘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빛을 차단하거나, 진공을 유지하고, 자기장 등을 상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막을 추가하는 형태로 진화해서 지금과 같이 일곱 종족이 되었다.

현재 그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치 무한히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운동성이 거의 없음에도 행성의 뜨거운 면에만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열풍에 휩쓸려 어둠에 팽개쳐진다고 해도, 그 순간 자신의 모든 정보를 계산해 다른 장소로 전송해 재구성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하나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 아무리 제한적이라고 해도, 과거의 전자기적 정보 관리 체제에서는 개체의 정보를 계산하는 데만도 일생보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정보전송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입력과 동시에 해답이 출력될 정도로 빠른 양자 수준의 정보 관리 시스템에서라면, 한 객체의 정보를 분석하고, 수학적으로 계산해 전송하고, 이를 다시 재배열(rearrangement)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물론 이것에는 계산 능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수에 대한 예측 능력과 경험도 필요하다.

나중의 일이지만 지성 종족들은 그 능력을 더욱 개선하고 발전시켜서 원하는 어느 곳으로라도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역시 그 능력을 바탕으로 머나 먼 우주의 이곳까지 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지성 종족의 기원이 된 신종생물의 정보 운영 방식이 이전과 너무 판이하게 다르고, 또 너무나 갑작스럽게 등장하였기 때문에, 어쩌면 자발적으로 일어난 진화가 아니라 외계의 영향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계에서 그다지 지지를 얻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러나 30억년 가까지 운영되던 전자기적 작용의 정보 체계가 양자 단위로 넘어 오는데 걸린 시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의견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들 행성에 사는 생물의 수명은 원시의 단겹생물을 제외하며 대부분 3~ 5년 정도이지만, 문명을 이룬 지성 종족들은 수명의 한계를 점차 극복해내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무려 270년 정도까지도 생존이 가능하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700년 이상도 살 수 있지만, 그만큼 긴 세월은 오히려 두려움 없는 생존으로 권태를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의 수명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수명을 다하기 전까지 그들이 운용하고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우리와 비교하자면 무한에 가깝지만, 이미 환경에 완전히 적응한 탓인지 삶이 단조로워 지면서 신선한 정보는 드문 편이다.



그들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보통 두 번 이상 자신의 정보를 담고 있는 새로운 개체를 복제하는데, 그것은 전송(transmission)이 아니라 분열(division)이다. 전송은 하나의 개체가 동일한 인격을 가진 존재로 이동하는 것이고, 분열은 기존 개체가 가진 정보의 일부를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인격을 가진 존재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 개체는 고대부터 이어온 진화의 영향으로 일정기간 집단의식의 영향을 받으며, 종족 공통의 정보 중 선택된 부분을 주입받게 된다. 이것은 무성생식으로 편협하거나 비슷해지기 쉬운 종족의 특성에 대한 안전장치로, 개체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모든 개체는 이 과정을 거친 후에야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들의 특성 중 하나를 잘 알 수 있다.

그들이 유아기에서 뚜렷하게 경험한 공동의식은 짧은 시간이지만 전 생애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각각의 개체는 독립된 인격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치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하나의 거대 사념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별개의 형태로 실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개체들 전체를 하나의 정보단위로 묶은 거대 정보운영 시스템인 것은 분명하다. 일곱 종족들을 이렇게 각자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이 일곱 종족의 사념체 역시 하나의 ‘거대 지성(integrated Collective Intelligence)’을 형성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론가도 있다.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무시하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있다. 지금까지 역사를 돌이켜보면 규모가 큰 변화나 생각, 예측, 발견을 항상 일곱 종족이 비슷한 시기에 겼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체의 전송 능력을 계발 한 것도 그랬고, 행성의 어두운 면에 적응해보려는 시도의 시기와 과정도 비슷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00K 정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을 채득하였고, 온도가 내려갈수록 대사와 사념의 속도는 비례적으로 내려가지만, 수명은 반비례적으로 상승한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그 정보는 복제를 통해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 과정에서 하나의 의문점을 발견하였고, 그것이 발전해서 ‘거대 지성 이론(integrated Collective Intelligence theory)’이 나온 것이다. 그것은 차가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종족이 한 가지 방법으로 시도를 해서 실패하면 나머지 여섯 종족은 같은 시도를 하지 않고도, 실패의 경험을 공유한 듯이 더 발전한 형태의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곱 종족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실험을 분배하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기라도 한 듯, 적은 실패와 짧은 시간만으로도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들은 하나의 환경을 본능이 아닌 지성을 통해 극복하면서, 한층 성숙해질 수 있었다. 그때까지 오직 자신들만의 세계로 한정된 시야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후부터 다른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먼저 잠재된 경험의 기억만으로 바라보던 어머니 항성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면서, 정확한 플레어의 시기와 규모의 예측이 가능해졌고, 바깥 영역을 불안한 궤도로 공전하는 행성들에 대한 호기심은 관측으로 이어져 다양한 자료를 습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이웃 항성들과 우주까지 확장되었고, 그것은 다시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다른 생물 존재 가능성에 대한 고찰로 발전하였다.

-그들이 목성을 찾은 까닭은? 3편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그림은 NASA에서 제작하였으므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NASA의 저작권 정책에 따르면 NASA의 자료는 명시하지 않는 이상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토대로 쓴 글이지만 외계생물학, 외계행성, 성단과 항성진화와 관련된 내용이라 다음뷰의 과학 카테고리를 사용하였습니니다.

Posted by 외계인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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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건마
    2010.05.22 20: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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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언급한 목성에서 서식하는 상상속의 생물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가요.. 다음 편이 기다려지네요.
    • 2010.05.23 11: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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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세이건의 목성생물.. 해파리처럼 생겼었죠.^^
      다음 편에 목성생물이 나오는데 생김새는 거의 묘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2. 2010.05.22 20: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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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론적으로 700년 정도 생존...
    100k 정도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
    정말 대단합니다..
    과학적이라해야 할지 암튼 이해 하기엔 제 지식이 부족하지만 보고 또 봐도 놀랍네요...
    • 2010.05.23 11: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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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에서 700년의 비밀이 나옵니다...^^
      어떤 행성에서의 일년이 다른 행성의 일년과 같을리 없죠.
    • 2010.05.23 19: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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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 되는데요..
      포스팅하게 되면 꼭 말해주세요..
      깜빡 잊고 지나가버릴 수도 있으니깐요..ㅋㅋ
    • 2010.05.23 23: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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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발행을 한 상태입니다 ^^
      주말 잘 보내셨나요?
    • 2010.05.24 01: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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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외계인 마틴 님은 요...
      비가 와서 별 재미없는 주말 이었네요..ㅎㅎ
      오늘은 몸이 안 좋아 일찍 마무리 할까 싶네요..
      조만간 다시 들려 읽어 볼께요.
      벌써 짙은 새벽이네요...ㅎㅎ
  3. 2010.05.23 11: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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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글이 항상 제 머리속에 상상이 되어지곤 했죠.
    만일 종교인들이 말하는 천국이라는게 이런건 아닐까 하고...
    이건 소설인가요?
    • 2010.05.23 12: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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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라
      우리에게 천국이 어떤 종족에게는 지옥같을 수도 있죠.
      소설... 단편SF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인물과 드라마가 빠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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