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목성을 찾은 까닭은? 2편에서 이어집니다.

불과 두 세대가 지나기 전에 그들은 태양풍을 변형하여 우주를 향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를 균일하게 보냈고, 다시 몇 세대가 지나자 더 섬세하게 우주에서 오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막(膜 membrane)을 지닌 형태로 진화하였다. 그들은 무한하게 빠른 계산 능력을 활용하여 우주에서 수신한 수많은 패턴의 신호를 분석하였고, 또한 수많은 패턴의 신호를 발신하였다. 수백 세대가 지났고, 단 하나의 유의미한 신호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결코 실망하지 않았다. 그들의 놀라운 능력으로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한 우주에서 오직 자신들만이 지성으로 존재할리 없음은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여러 세대가 흘렀음에도 우주를 향해 열린 그들의 예민한 감각막은 단 한 번의 유효한 신호도 포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은하의 크기와 나이, 별들의 분포도, 행성 존재 가능성과 생명발생 가능성, 생명이 지성체로 발전할 가능성, 그것이 다시 문명으로 발전할 가능성과 존속기간 등,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변수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을 항목으로 정리해서 현 시점에서 문명이 존재할 확률(Drake equation)을 계산해 보니, 적어도 은하 내에는 43개 이상의 문명이 공존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비록 여러 인자(因子)에 대하여 정확한 값을 대입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했지만, 그들의 놀라운 정보운영 능력은 결과 값의 오차 범위가 2% 이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 만큼 높은 정확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주는 적막했다. 그들의 시간으로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다림과 외침을 반복하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예전에는 별들의 소음으로 항상 시끄럽고 격렬한 우주였지만, 문명을 찾는 지금의 그들에게 우주는 작은 파동조차 없이 고요한 심연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공존하는 문명 수치에 문명의 분포와 집중도(distribution), 문명의 기술 발전 속도(technology)와 문명의 성향(observation), 격차(gap) 등, 더 많은 변수들로 더욱 다양해진 가능성을 대입하고 계산하여서 다른 문명과 만날 확률(Martin's values)을 구했다. 문명이 존속하는 기간 동안 만날 수 있는 외계 문명의 수는 약 14개였고, 오차범위는 역시 2%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 결과 값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왜 다른 문명을 찾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 낼 수 있었다.

시간이 문제였다. 그들의 수명이 300년 가까이 된다고 해도, 그들 행성의 일 년(공전 주기)이 3.6493일임을 감안하면, 다른 문명에서 보낸 신호를 받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인 것이다. 그들의 문명이-자신들의 시간으로- 백만 년을 존속하는 동안, 겨우 14개의 문명 밖에 만날 수 없는데, 우주의 크기와 별들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 보면, 아무리 가까운 별일지라도 빛의 속도로 가도 수백 년이 걸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사실에 자극 받은 그들은 한층 더 활기차게 진보해 나갔다. 그리고 천년이 지나기 전, 마침내 그들은 자신들 행성보다 은하 중심부 쪽에 있는 GHZ(galactic habitable zone ,은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에 있는 항성 중에서 CHZ(circumstellar habitable zone, 항성 주위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에 가스 행성이 존재하는 다섯 개의 항성을 선정하고, First Contact를 향한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들은 최근 몇 세대 동안 고도로 발전시킨 ‘거대 지성’의 완벽한 계산 능력으로 탐사대의 모든 정보를 수학적으로 입자단위까지 분해하여 수치화한 후에, 어머니 항성의 강력한 플레어(flare)가 발행하는 순간 전송하여, 정보가 무한한 속도로 가속되도록 하였다. 그런데 탐사대는 특정 종족이나 집단, 객체가 아니라 가공된 인공의 지능체이다. 거대 지성은 종족들의 특성과 능력, 개성 등을 잘 파악하여, 탐사와 최초의 만남(First Contact)이라는 임무를 이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곱의 가상 객체를 계산한 후에 구체화하였고, 다시 그를 정보로 분해해서 목적지로 전송한 것이다.

그렇게 전송된 정보는 매우 뚜렷하고 선명해서,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까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상태였다. 정보가 공간을 가로지를 때는 한 가지 형태의 에너지에 불과했지만, 에너지는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정보는 곧 행성 대기에서 필요한 재료를 모아 현신했고,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지만, 그곳에는 어떤 형태의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탐사대는 실망하지 않았고, 거대 지성이 설정해 둔 조건에 의해 그들의 행성과 가장 유사한 두 번째 탐사지로 전송되었다. 그리고 다시 전송되고, 전송되어 네 개의 행성을 탐사했지만, 아무런 생명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모든 후보지에서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할지라도 탐사대가 수집한 정보는 그들에게 전송되어 다른 문명을 찾는 더 정교한 수식의 바탕이 될 것이다.

마지막 남은 후보지는 다른 후보지에 비해 생명 존재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열악한 환경의 행성이었다. CHZ의 훨씬 바깥을 공전하는 이 행성의 표면 온도는 일반적으로 생명체가 거주하기 적정한 1200 K(켈빈 kelvin)보다 극단적으로 낮았지만, ‘거대 지성’은 이 행성이 과거에는 충분한 열이 있었으므로 생명체가 나타났고, 후에 온도가 낮아지자 자체 열원이 풍부한 대기 하층부로 이동하거나 추위에 적응한 형태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행성계(planetary system)는 독특하게도 무려 네 개의 가스 행성이 항성으로부터 5AU 이상의 거리에서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생명 탐사 외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탐사대는 그 마지막 탐사지에 도착하는 순간, 거대 지성이 설정한 조건을 순식간에 만족시키는 정보를 즉시 전송할 수 있었다. 물론 가능성이 현저히 낮지만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우리는 경이로운 존재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들보다 수백 배는 거대한 20여m나 되는 몸집에 우선 놀랐고, 다시 그들보다 수천 배 느린 대사와 사념 속도에 놀라서, 처음에는 우리가 지성체가 아닌 단순한 원시 생물이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 기준으로 수십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만에 우리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을 마치며, 우리가 화학 대사를 통해 비효율적으로 정보운영을 하고 있지만, 분명한 지성체임을 인정했다. 그들은 이미 시간의 흐름이란 것이 실제로는 양자화된 무수한 시점의 집합을 무작위적으로 반복하는 경험에 지나지 않으므로, 객체가 사념하는 속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그들과 비슷하게 700년 정도를 살지만, 그들 행성에서의 일 년과 우리 행성의 일 년은 천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아주 느릿하게 시간을 인지하며 생각하고 행동하는 생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들은 지성종족답게 자신들의 일생보다 긴 시간을 할애하여 우리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고, 한 가지 일에 대하여 우리에게 동의를 구했다. 우리가 동의하자 그들은 우리를 선택해서, 우리가 지닌 모든 정보를 완전하게 스캔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복제한 ‘가상의 우리’를 자신들과 같은 양자단위의 정보체계로 재구성해 실존하도록 했다. 이제 우리는 그들과 같은 속도로 생각하며, 시간 지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우리 행성의 대변인이다.

그러나 그들이 고향별로 전송될 때까지 나눴던 대부분의 대화는 단순하고 관료적인 인사에 불과했다. 이미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우리 자신보다 그들이 더 명확하게 알고 있다. 우리를 스캔한 정보에는 우리의 모든 역사와 기억과 계획까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행성계를 모두 탐험해서 천왕성에서 오래전 멸종한 원시생명체의 흔적을 발견으나, 다른 어떤 행성에도 생명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자신들의 정보막에 복제했기 때문에, 그들은 더 이상 다른 행성을 탐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지구에서 조금은 특이한 군집형태의 움직임과 특정대역에서 전파 소음이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은 다른 천체에서 보기 드문 대량의 물과 대기의 독특한 구성, 태양풍과 다이나모(Dynamo)에 의한 자기장 변화 등의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발생하는-신비롭지만-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의견에 그들도 동의했다. 그들의 농담처럼 우주가 아무리 뛰어난 사기꾼이라고 해도 생명체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건이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들은 이 순간에도 또 다른 문명과 만나기 위해 GHZ(은하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의 수많은 별을 향해 탐사대를 전송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새로운 목성 종족의 시조이자 우주 문명의 선각자(先覺者)이다.

K(kelvin) - 온도의 국제 단위. 0 K은 절대영도(섭씨 -273.15 °)이며, 섭씨 0도는 273.15 K
AU(astronomical unit) - 천문 단위. 지구와 태양간의 평균거리(약 1억 4960만 km)가 1AU

-끝


-모든 그림은 NASA에서 제작하였으므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NASA의 저작권 정책에 따르면 NASA의 자료는 명시하지 않는 이상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토대로 쓴 글이지만 외계생물학, 외계행성, 성단과 항성진화와 관련된 내용이라 다음뷰의 과학 카테고리를 사용하였습니니다.


:
free counters
BLOG main image
樂,茶,Karma by 외계인 마틴

카테고리

전체 분류 (386)
비과학 상식 (162)
블로그 단상 (90)
이런저런 글 (69)
미디어 잡담 (26)
茶와 카르마 (39)
이어쓰는 글 (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website stats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