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가스 입자와 1%의 먼지로 구성된 성간물질과 수소 분자 구름으로 이루어진 성운(Nebula)이 은하의 흐름에 따라 다른 분자 구름과 충돌하고, 근처의 초신성과 중력 섭동에 의해서 발생한 충격파로 교란이 일어난 것은 우주에서 보면 매우 흔한 일상적인 일에 불과했다. 마침 분자 구름의 질량이 임계 질량(진즈 질량)보다 많았고, 그 교란 때문에 중력적인 불안정이 생겨 가스 구름이 자체 중력으로 붕괴되며 수축해 물질이 뭉쳤던는 것 또한 특별난 일이 아니다. 이런 원시별(protostar)은 우주에서 보자면 1초마다 수십 개씩 태어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중에는 너무 거대해진 덩어리가 중력적으로 불안정해지며 다시 쪼개지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그들의 어머니 항성도 은하의 중심부에서 3만 광년 정도 떨어진 그곳에서 일어났던 그 평범한 사건으로 수 천 개의 형제 항성들과 함께 태어났다. 그러나 곧이어 형제 항성들은 빛을 내며 뜨겁게 이온화된 잔여 가스를 빠른 속도로 배출하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이백만 년이 지나기 전에 대부분의 형제 항성들이 성단(star cluster)에서 방출되었다. 그들의 어머니 항성은 남아 있던 수백의 형제 항성들과 산개성단(open cluster)을 이루며, 짧지만 외롭지 않는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5억년이 지날 무렵에 다시 만난 분자 구름을 지나면서, 그 중력적인 기조력으로 성단은 흩어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유사한 궤적을 따라 이동하는 성협(stellar association)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함께 태어난 별이라도 몸집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는데, 성단을 구성한지 수억 년도 지나지 않아 A V형 항성보다 무거웠던 절반 이상의 형제 별들은 적색거성이 되거나 초신성(超新星)이 되어, 거대 가스 구름을 자극하고 우주에 산소보다 무거운 화학 원소를 공급하며 생을 마감하였다. 다행히 그들의 어머니 항성은 G형 주계열성(yellow dwarf 태양 질량의 0.8~1.03배)이라 별다른 재난이 없는 한 앞으로 100억년 가까이 우주에서 반짝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고향행성은 어머니 항성의 전주계열성 단계부터 있었던 원시 행성계 원반(proplyd)으로부터 생성되었다. 항성을 둘러싼 원반에 포함된 작은 먼지나 얼음 조각은 서로 충돌하면서 강착과정을 거치며 수천만 개의 미행성(planetesimal)으로 성장하였고, 일부는 작은 것들을 끊임없이 끌어당기며 살아남아 원시 행성이 되더니 마침내는 수십 개의 행성으로 진화하였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어머니 항성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단계였으므로, 가까운 행성부터 시작해 대부분의 행성은 차례차례 어머니 항성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활기 넘치는 원반의 미행성들은 꾸준히 성장하여 새로운 행성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후에도 행성이 태어나고 빨려 들어가는 과정이 반복되었으나, 어머니 항성과 주변 환경이 비교적 안정되기 직전에 생성된 일곱 개의 행성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행성은 어머니 항성의 다섯 번째 궤도를 돌며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生命體居住可能領域, habitable zone, HZ) 바깥에 위치해 있었다. 만약 어머니 항성의 형제별이 펄서가 될 때 잃어버린 미아 행성이 가까이 지나며 중력섭동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예 이 세계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새로운 형제 행성을 하나 받아들였고, 운이 좋았는지 그 대가로 어머니 항성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첫 번째 공전궤도를 도는 행성이 될 수 있었다. 그것도 생물이 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진 0.05AU 거리에 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행성은 충분한 복사 에너지를 받아 항상 뜨거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의 고향행성이 태어난 것은 우주가 탄생하고 100억년이 지날 무렵이었고, 그들의 조상이 태어난 것은 고향행성이 제 모습을 갖춘 후 4억 년이 지날 무렵이었다. 사실 지금도 회의론자들은 행성에 최초로 나타났던 원시 생물을 자신의 조상으로 삼는 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더구나 1400K(kelvin)으로 한참 가열이 진행되던 행성 대기 최상층을 유영하면서 나트륨 같은 알칼리 금속성분을 매개로 하층에서 치솟는 구름에서 규산염과 철을 모아 생체를 유지하던 무겹생물(無生物)은 행성 대기와 자신의 경계를 짓는 얇은 껍질을 통해 겨우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일 뿐이었고, 그 껍질이 생물 그 자체였으니 그것을 생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조차도 의문스러워 했다.

그럼에도 그것은 무성하게 번성하며 무려 10억년 동안 행성을 지배했고, 지금까지도 대기 상층부에는 약간 변형된 형태지만 무겹생물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이 오랜 시간의 환경변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환경이 자신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악화되면 대기의 일부가 된 듯 일체의 활동을 멈추고 떠돌다가도, 다시 환경이 변하면 활동을 재개하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단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무겹생물이 글자 그대로 겹( layer)이 없는 하나의 막(膜 membrane)으로 된 껍질만으로 이뤄져서, 정보저장의 막을 별도로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생물은 외부와 자신을 경계 짓는 첫 번째 얇은 막 속에 최소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두 번째 막을 지녀서, 두 개의 막이 겹을 이룬 단겹생물(單生物 thinorganism)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은 단겹생물이 지금과 같이 복잡한 구조를 가진 다겹생물(多生物 thickorganism)진화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무겹생물이 나타나고 10억년이 지나서야 겨우 겹을 이루고 자신의 정보를 저장하여 복제할 수 있는 단겹생물이 나타났지만, 다시 그로부터 무려 15억년 동안 그 형태는 그리 달라지지 못한 원시 그대로였다. 단지 달라졌다면 단순히 행성 대기의 화학 반응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생명활동을 하던 화학자가영양생물(chemoautotroph) 일부가 이 시기의 마지막에 어머니 항성의 플레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태양 코로나와 채층에서 발생하여 플라스마를 수 천 만 K까지 가열한 어머니 항성의 플레어는 전자와 양성자와 함께 무거운 이온을 광속에 가깝게 가속하는데, 광자가영양생물(photoautotroph)은 바로 이때 발생하는 강력한 자외선 복사와 전자기복사를 이용하여 필요한 구성성분을 합성하고 있다. 어머니 항성의 변덕스러운 플레어는 수 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비록 그들의 행성이 어머니 항성과 조석 고정(tidal locking)되어 있어서 1000 km/s로 불어오는 태양풍(solar wind)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다지만, 그것만으로는 격변하는 대기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체를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에너지를 충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부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어머니 항성의 플레어는 그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축복인 것이다.



그들 행성에 존재하는 생물은 보통 3cm정도 내외의 크기로 납작한 타원형의 자루모양이다. 이들은 여러 겹의 막을 지니고 있는데, 대부분의 막은 두 개가 한 쌍이 되어 겹을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생체의 상층부에는 고유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이온화된 물질의 막이 있고, 그 위에는 아래 막에서 발산된 방사선을 고정시키기 위한 막이 있다. 그 막은 특정한 우주선으로부터 생체 내부의 전자적인 조직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고등한 생물일수록 다양한 우주선에 대한 방어막을 형성하는 겹이 외피 근처에 더 많이 있다. 행성에서 지성을 지닌 일곱 형태의 종족은 평균 삼천 개의 막, 즉 천 오백 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의 약 21%는 방어를 위한 막이다.

방어막 중간 중간에는 외부 자극을 감지하기 위한 감각막이 있는데, 종족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구십 여 가지의 자극을 인지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 일부의 생물이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에서 대다수 생물이 감지할 수 있는 전파, 적외선, 자외선, X선, 감마선 외에도 가시광선(visible rays)의 영역까지 감지한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이 좁은 대역(380∼770㎚)의 자극이 생존에 어떤 의미가 있는 지까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쓸모없는 감각일지라도 진화 과정에서는 어떤 필요에 의해 받아들인 감각일 것이다. 현재 그들은 다소 인지할 수 있는 감각의 숫자가 줄었지만, 의식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의식을 지닌다는 것은 의미 없는 생존을 위한 본능을 넘는 새로운 목적을 만들어 낸다.

모든 생물은 생명체의 기본 생존조건이 되는 열을 충분히 얻기 위해 오랜 세월 고민해왔다. 그들의 행성은 어머니 항성의 매우 가까운 곳을 돌고 있기 때문에 기조력으로 언제나 한쪽 면만 항성을 바라보도록 고정되어 있어서, 뜨거운 면에서 기온이 수백K에 불과한 밤인 면을 향해 쉼 없는 열풍이 불고 있다. 자칫 이 강력한 태풍에 휩쓸려 어둡고 차가운 반구에 내동댕이 쳐지면, 열원을 확보하지 못한 생체는 오래지 않아 깨어져 해체되고 만다. 그래서 과거 대부분의 생물은 차가운 온도에 적응하기 보다는 더 빠르게 개체를 복제하는 방법으로 종족을 보존하는 법을 터득하거나, 대기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운동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진화의 끝자락에 이르러서 그를 극복한 생물은 거의 우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몹시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이 목성을 찾은 까닭은? 2편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그림은 NASA에서 제작하였으므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NASA의 저작권 정책에 따르면 NASA의 자료는 명시하지 않는 이상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토대로 쓴 글이지만 외계생물학, 외계행성, 성단과 항성진화와 관련된 내용이라 다음뷰의 과학 카테고리를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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