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보와 속도(warp speeds) 1편에서 이어집니다.

광속도를 넘으려면 우리에겐 우주를 새롭게 관찰하는 눈이 필요하고, 광속도를 넘고 나서 인류는 우주를 더 넓게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이론에도 한계는 존재합니다. 스타트랙에도 이런 한계를 명확하게 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우주에 진출한 지 300년이 지난 2360년대까지 무수한 도전으로 은하계를 탐험했고, 빛의 속도의 1,900배까지 낼 수 있는 함정이 있음에도 인류는 겨우 은하계의 11%에 대한 지도만 작성한 상태입니다.

1995년에서 2001까지 방영된 Star Trek: Voyager 시리즈는 이웃 은하에서 온 지성체 때문에 7만 5천 광년 너머 은하의 반대편(델타 쿼드란트) 끝으로 끌려간 보이저호가 지구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172개 에피소드로 꾸며 놓았습니다. 만약 빛의 속도가 물리적 한계라면 보이저호가 지구로 돌아오기까지는 7만 5천 년이 걸리겠지만, 다행히 보이저호는 최신형 워프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평균 광속의 1,000배(Warp Factor 8)로 비행할 수 있어서 귀환 예정 시간을 70년 정도로 잡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은하를 횡단하는 여러 문명이 있지만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 모든 문명은 워프 10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보이저가 일정을 단축해 지구에 귀환할 수 있었던 것도 보그족의 트랜스워프를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트랜스워프는 웜홀처럼 공간과 공간을 잇는 터널을 통과하여 특정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므로, 일반적인 비행체가 자체의 속도로 거리를 단축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그래서 알쿠비에르의 공간 수축이나 초공간(hyperspace)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직접 공간을 주파하는 워프 드라이브에는 속도의 한계점이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여러 SF에서는 이것은 현단계 문명의 한계라고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문명이 진보해 다음 단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자연히 극복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는 우주의 모든 지점을 동시에 점유한다고 합니다. 바로 그 상태를 스타트랙에서는 무한속도 즉, 워프 10으로 보고 있습니다.

TNG 시즌 1의 에피소드 Where No One has Gone Before에는 워프 10에 가까운 상태에 이른 비행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코진스키의 워프시험 과정에서 동력변동으로 워프장벽을 넘은 엔터프라이즈호는 단 몇 분 만에 안드로메다은하를 지나 290만 광년 떨어진 삼각형자리 은하(M33, NGC 598, Triangulum Galaxy)에 이르고, 다시 몇 분 만에 수백억 광년이 떨어진 우주의 가장자리, 물리적 우주와 생각이 혼재한 우주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보다 훨씬 진화한 다음 단계 지성의 도움 때문이었음이 밝혀집니다. Voyager 시리즈에서는 탐 패리스(Tom Paris)가 새로 발견한 이론을 기초로 개조한 셔틀을 이용해 워프 10의 장벽을 넘어서지만 매우 심각한 부작용으로 더는 워프 10에 도전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순서가 이상해졌지만 여기서 먼저 워프 항법에 대해 간결하게 알아보겠습니다. warp의 사전적 의미는 ‘휘다, 휘게 하다.’로 SF에서는 시공에 대한 왜곡(歪曲)을 뜻합니다. 그래서 워프 엔진을 갖춘 우주선은 충분한 에너지와 기술을 확보한 경우 공간 왜곡(space warp)뿐만 아니라 시간 왜곡(time warp)도 가능합니다. 워프 드라이브는 이런 왜곡을 이용해 빛보다 빠르게(faster-than-light) 비행할 수 있게 하는 추진 시스템입니다. 워프 엔진의 핵심은 Warp core라 할 수 있는데, 스타트랙 여러 시리즈를 보면 워프 코어를 가동하는 데 사용하는 주 연료는 이중 리튬(Li2)중수소(重水素 2H)입니다. 기체 상태의 리튬은 질량의 1% 정도가 이중 리튬을 형성하며, 자연적으로는 안정된 원자에는 6Li7Li이 있습니다. 보통 6Li는 원자로에서 중수소와의 융합에 필요한 삼중수소의 원료로 쓰이며, 7Li는 수소 폭탄에 사용하면 핵융합에서 생기는 빠른 중성자들과 반응하여 방출하는 에너지를 높이는 데 사용합니다. 거기에 다시 반물질을 제어하여 혼합하는데, 아직 반물질의 추출이나 제어는 불가능하므로 워프 드라이브는 상상으로만 가능한 추진 시스템입니다.



어쨌든 워프 추진으로 낼 수 있는 속도는 단계별로 나누는데 단계별 속도는 단순히 배수가 되지 않습니다. 즉 워프 2는 워프 1의 두 배가 아니며, 워프 팩터(Warp Factor)가 커질수록 단계에 따른 속도의 차이가 벌어지게 됩니다. 스타트랙 시리즈마다 설정한 워프 팩터의 결과치가 조금씩 다르지만, TNG를 기준으로 워프 팩터에 따른 비행속도를 계산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워프 팩터

Warp factor

속도

(*c)

알파 센타우리까지 소모 시간

0.5

0.1

43.64 years

1

1

4.33 years

2

10.08

156.91 days

3

38.94

40.61 days

4

101.59

15.57 days

5

213.75

7.4 days

6

392.5

4.03 days

7

656.14

2.41 days

8

1024

37.07 hours

9

1516.38

25.03 hours

10

0


표에서처럼 워프 1은 광속이며, 워프 2는 광속의 10배, 워프 9는 광속의 1,516배입니다. 그래서 워프 1일 때 태양계의 관념적 최외곽인 카이퍼 대와 오르트 구름(Kuiper Belt and Oort Cloud)을 벗어나는 데는 16시간 반이 걸리고, 워프 9일 때는 약 40초가 걸립니다. 각 워프 팩터에 증가치는 사실 스타트랙 시리즈의 내용을 역추산하여 공식화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재미있는 것은 워프 10은 현재 우리가 알아낸 물리적 우주의 한계인 광속도처럼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질량이 무한히 늘어나듯 워프 10에 다가갈수록 속도는 무한하게 증가하는데, 당연히 그에 따른 연료의 소모도 무한하게 증가합니다. 또한 워프 추진은 관성이 없는지 워프 9로 비행하다가도 워프코어가 꺼지면 워프 속도에서 벗어나 버립니다. 그래서 워프 추진을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에너지를 공급해줘야만 합니다.


워프 9의 속도가 1516광초라면 워프 9.1은 1581, 워프 9.2는 1649, 워프 9.3은 1701, 워프 9.4는 1768, 워프 9.5는 1837, 워프 9.6은 1909, 워프 9.7은 2373, 워프 9.8은 2628, 워프 9.9의 속도는 3053광초입니다. 워프 팩터 0.1의 증가의 결과가 처음에는 완만하지만, 점점 그 극적인 변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워프 9·9 이후에는 워프 팩터 0.01을 증가시키기 위한 결과치(속도)는 더욱 큰 변화를 요구합니다. 워프 9.9의 속도가 3053광초라면 워프 9.91은 4125이며, 워프 9.99는 7912광초입니다. 그리고 워프 9.991은 빛보다 무려 21,750배나 빠른 속도를 요구합니다. 다시 워프 팩터가 9.999가 되려면 64,287배가 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모든 문명은 일정한 단계를 넘어 진화하지 못하는 한 결코 워프 10의 장벽을 넘지 못합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에서는 빛보다 빠른 추진 시스템으로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Infinite Improbability Drive)을 사용합니다. 이 무한 불가능 확률추진은 항성 간의 거리를 몇 초안에 왔다갔다할 수 있는 것으로, 무한 불가능 확률에 도달하면 거의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우주에 있는 생각할 수 있는 점들을 지나게 됩니다. 결국,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은 스타트랙이 설정한 한계속도를 넘어 워프 10에 이른 추진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무한한 상상력이라면 언젠가 워프 10의 장벽도 깰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워프 10은 고사하고 빛의 속도로 깨지 못했고, 그 천분의 일의 속도에 이를 기술조차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인류는 절망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눈앞의 나타난 벽을 하나씩 허물며,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백 년 후, 천 년 후, 만년 후가 될지라도 스스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인류는 반드시 은하의 모든 곳에 선명한 흔적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워프 9.99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 할지라도 가장 가까운 은하인 안드로메다까지는 가려면 252년이 넘는 시간이 소모되므로, 우리는 광속의 한계를 깨는 순간 다시 만나게 되는 워프 10의 장벽에 도전할 것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천억 개의 은하로 진출해 문명을 전수하는 '모든 문명의 표상(表象)'이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인류의 진보와 속도(warp speeds) 끝

신고
Posted by 외계인 마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모든 포스트는 저자가 별도로 허용한 경우 외에는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허용하지 않으며, 복제시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태그 , , , , , , , , ,
  1. 2010.08.31 01:3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요며칠 너무 피곤한 일이 겹쳐 글만 발행하고 갑니다.
    곧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
  2. 2010.08.31 13:4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그러고보니 일본 애니메이션 마크로스 프론티어에서도 이런 주제를 담고 있더군요. "폴드 단층"이라는 기존 시리즈의 초광속 항법의 한계를 곤충형 외계 종족의 도움으로 돌파의 힌트를 얻는다던가.. 하는 이야기였지요.

    확실히 초광속을 달성한 이후에도 그 다음의 한계라는건 있게 마련인 모양입니다.
    • 2010.09.18 14:5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전에 그런 글을 쓴 기억이 나는데, 인지의 차이가 우주에서의 시공을 제한하는 게 아닐까요?
      이차원 생물이나 삼차원 생물의 차이는 공간에 대한 인지가 다를 뿐이죠.
      한계를 넘는다는 건 결국 우주 본질을 얼마나 정확하게 볼 수 있는냐에 따른 결과 같습니다 ^^
  3. 열사
    2010.09.02 15:0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매번 상상의 즐거움을 주는 글들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올리신 글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
    • 2010.09.18 14:5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한동안 몸이 조금 아파서 꼼짝않고 쉬었더니 블로그에 거미줄이 쳐져있네요 ^^
  4. 2010.09.06 16:52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그러고보면 스타트랙이나 몇몇 영화/드라마들은 정말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기획한 것 같아요. -_-;; ㅎㅎ

    아무튼 언제나처럼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속도가 곧 진보라.. 흥미있군요!
    • 2010.09.18 14:5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어찌보면 심오하고 어찌보면 황당한, 그러면서도 기발한 내용이 많죠. 스타트랙이나 스페이스 1999를 보며 자란 세대라서 유달리 애정이 가네요 ^^
  5. 심연
    2010.09.16 18:2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얼마전 서프라이즈에서 보니 스타트랙을 만든 감독이 외계문명이나 선행인류가 남긴 수퍼컴퓨터로 추정되는 괴목소리를 듣고 스타트랙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구요..
    특히 인류역사에서 큰 진보를 이룬 과학자들이나, 작가들에게서 그런 괴목소리가 들리는 현상이 가끔 있다던데..
    혹시.... 혹시 말이죠... 마틴님은 그런 목소리 안들리세요^^?
    • 2010.09.18 14:5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오!!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나보네요.
      소리라.. 전 종종 야릇한 꿈을 꿉니다.
      조각난 우주를 수리하는 문명을 본 적도 있는데 꿈에서 깨어나도 한동안 멍하더군요.
  6. 레반
    2010.09.17 20:37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심연/ 진짜 괴소문이군요 ㅎㅎ... 스타트랙이 명작임에는 틀림이 없습니
    다만, 그정도 괴소문이 나올 정도면 스타트랙이 어느정도 인기가 있는지
    반증하네요


    스타트랙 TNG에서 안드로이드인 데이타가 자신의 분신 Lal 을 창조했을
    때 랄이 인간사회에 대해서 배우면서 아버지인 데이타에게 왜 자신은

    인간과 다른 것이냐, 또 어차피 나나 아버지나 결국엔 인간이 될 수가 없다
    면 인간을 흉내내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데이타는 거기에 요약하면 실제 인간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우린 안드로이드로써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그 노력자체가 우릴 정의한다
    이런 말을 하는 게 나오는데

    똑같이 인간에게도 적용 가능하죠,, 스타트랙에 나오는 이상적 사회나
    워프 9.975 같은 속도로 날 수 있는 우주선 등은 그게 실질적으로 불가능
    할지라도 거기에 다가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것 그게 인간적인
    측면중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해봄
    • 2010.09.18 15:0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개인적으로 랄이 죽지않고 계속해서 등장했으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안드로이드는 무엇을 꿈꾸는가?' 하는 포스트를 연재했었는데 지성을 정의한다는 건 쉽지 않지만 말씀하신대로 완벽하기 보다는 그에 가까워지려는 항상성이 우리를 사람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요?
      http://diarix.tistory.com/347
  7. 레반
    2010.09.22 03:1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아마 Lal 이 나온 에피소드에서 본 분은 거의 10에 9명은 랄이
    계속 나왔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했을듯 하네요

    저도 물론 그랬구요
  8. 2011.09.06 13:1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워프10'이라..
    스타트렉영화 정말 감명깊게본 외국드라마영화였죠..
    개인적으로도 SF광매니아라고 자칭하곤있지만..
    이 워프10으로도 우리 태양계에서 안드로메다까지 252년이나 걸린다는
    말에 저는 감히 절망스럽기까지합니다..
    그래도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저의 소박한 바램이 있긴합니다..
    어렸을때에도 다짐했던..
    내가 결혼할때 달나라에서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은 화성으로, 환갑잔치는 토성의 타이탄에서..라는 생각도 해봤지요..
    우리세대가 죽기전에 이것들이 실현화되기나 할려나요..?ㅎㅎ


free counters
BLOG main image
樂,茶,Karma by 외계인 마틴

카테고리

전체 분류 (386)
비과학 상식 (162)
블로그 단상 (90)
이런저런 글 (69)
미디어 잡담 (26)
茶와 카르마 (39)
이어쓰는 글 (0)



 website stats



외계인 마틴

외계인 마틴

Total : 3,133,474
Today : 8 Yesterday : 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