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0년 어느날, 지구에서는 최초로 먼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발신된 메세지를 받았다. 수많은 학자들이 달라붙어서 그 내용을 해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큰 성과는 없었다. 다만 기한. 통신. 연방. 등의 몇 몇 단어를 슈퍼컴퓨터가 유추해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1년후에 다시 동일한 메세지가 수신되었다. 이전에는 신호가 미약해서 대규모의 우주단체에서만 수신할 정도였지만, 이번 메세지는 워낙 강력했기에 소규모의 연구기관에서도 수신이 가능했다. 메세지를 받은 후 지구전체가 술렁거렸다. 수백년을 이어오면서 외계로 메세지를 보냈지만 한 번도 이러한 응답(?)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외계에는 문명이 없다고 포기할 즈음에 온 우주의 메세지는 전 지구를 들뜨게했다. 지금까지 외계의 메세지에 관해 은폐해오던 지구연방정부도 할 수 없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와 발신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그러나 일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더이상의 해독은 불가능했다. 지구의 모든 안테나는 은하중심부를 향해 고정되었고, 몇백년 동안 우주 곳곳을 향해 보내던 구애의 메세지는 그곳을 향해 열열히 송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번째 메세지를 받은지 꼭 일년째 되던 날, 발신지가 같은 외계의 메세지가 수신되었다. 그 메세지는 전보다 더 강렬해서 지구의 모든 텔레비젼과 통신장치로도 수신 될 정도였다.
이번의 메세지는 마지막에 짧은 문장이 추가되어 있었다. 다행히 슈퍼컴퓨터와 지구의 모든 암호해독가와 언어학자과 수학자와 철학자들의 노력으로 추가된 문장은 해독할 수 있었다. '지금 출발(혹은 시작)' 이런 뜻의 문장이었다.

지구인들은 한층 더 흥분했다. 드디어 오랜 시간 꿈꾸어오던 조우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구는 축제분위기였다. 행여 지구인들이 두려워할까봐 몇년에 걸쳐서 자신들이 출발한다는 것을 미리 예고해주는 친절함을 지닌 지성문명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 시간, 은하계 중심에 있는 은하연방정부의 한 행정관 사무실에서는 한명의 사무관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원로의원이 그 목소리를 듣고는 추궁했고, 그 사무관은 겁먹은 표정을 지은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우리 은하에는 지금까지 확인된 1927000개의 문명행성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교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얼마전에 우주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인 수소가 강하게 복사하는 주파수 1.42㎓의 전파와 수산기(OH)가복사하는 1.662㎓의 파장대의 사이의 전파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일부분이 광속을 초월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 주파수를 잘 이용한다면 이론상으로 은하계 내에서는 실시간의 통신이 가능하리라는게 증명되었다. 그래서 비슷한 주파수대의 전파 방해만 없다면 얼마가지 않아 획기적인 통신기술을 이룰수 있으리라 생각되었고, 연방차원에서 이 대역의 주파수를 제한하려고 했지만, 여러 행성들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다가 겨우 2년전에야 의회의 표결에 붙일 수 있었다. 그 결과 이 초광속대역의 통신을 제한다는 연방법을 추가했고, 2년동안 3차례에 걸쳐 전 우주의 문명행성에 공표를 한 후, 발효(發效)하기도 했다.

그 원로의원은 알고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고, 사무관은 약간 용기가 났는지 말을 이었다.
"한 달전 법의 시행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으로 전 우주에 모든 주파수를 통해 공지를 하면서, 이 법을 다음날부터 시행한다고 분명히 덧붙였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행성에서는 한 달전부터 초광속대역의 전파사용을 일체 중단했는데,  평소 우리 연방에 불만을 품은 몇몇 행성에서만  아직도 전파를 간헐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 행성은 연방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통신량을 수십배로 늘리고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 은하연방정부를 정확히 겨냥해서 말입니다."

그 원로의원은 사뭇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떤 내용인가?"
사무관은 다시 그 생각이 나자 화난 표정을 짓다가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듯 빠르게 대답했다.
"스팸입니다. 언제나 똑같은 내용만 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시스템을 마비시키려는 공격 수준의 전파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사무관 뒤에 보이는 화면에는 번역된 메세지가 나타나 있었다.
"우리별 이름은 지구. 제발 대답하라."

원로의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고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연방을 모독하는 종족이 어떻게 되는지 전우주에 보여줘야겠군!"

은하연방정부는 원로의원의 요청으로 의회를 소집했고, 그 안건은 가결되었고, 곧 은하연방법에 의거한 메세지가 지구로 송출되었다.
"은하연방군 내일 출발함!  연방법에 따라 항복하면 종족의 일부는 보존해 준다. 즉시 모든 전파송신을 중단하고 기다리라 ."

지구에서는 새롭게 수신된 메세지를 해독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뛰어난 슈퍼컴퓨터와 학자들은 곧 문장의 일부를 해독했다.
연방.  출발. 종족. 존중. 통신. 대기.

지구인들은 뛸듯이 기뻤다. 자신들이 보낸 메세지를 무사히 받은 것은 물론이고, 지구를 존중하니 메세지를 계속 보내달라는 뜻이 분명했다. 정부는 이런 지구인들의 환심이라도 사려는듯, 지구인 모두가 대대적으로 외계 사절단에게 메세지를 보내자고 떠들어댔고, 지구인들도 이런 정부의 시책에 동참했다.

은하연방에서는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종족이라고 생각했다.



외계인(ET)은 왜 응답이 없을까? 에서 지구의 구애 메세지를 스팸으로 여겼기 때문이라는데 착안해 지은 짧은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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