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과학소설(Science Fiction) 대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C. 클라크 경(Sir Arthur Charles Clarke)이 스리랑카의 자택에서 향년 90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이었기에 그 소식을 듣고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그의 책들을 보았습니다. 불과 몇 달 전인 2007년 12월에 90세 생일을 맞이하여 인터뷰에서 죽기 전에 꼭 이루고픈 세 가지 소원을 이야기 했었는데, 그중 한가지도 완전히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았기에 많은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아서 클라크는 이날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내게 세 가지 소원이 허락된다면 그 첫째는 외계 생명체 존재의 증거를 보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우주에서 우리가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라고 항상 믿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ET로부터의 연락이나 이들이 존재한다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라크 경은 다른 두 가지 소원으로 스리랑카가 정치적 안정을 찾는 것과 환경 보호를 위해 사람들이 좀 더 청정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아서 C 클라크는 1954년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 스리랑카에 갔다가 그곳에 매료돼 이주한 후에, 50년이 넘도록 그곳에 거주하며 집필을 해왔으며, 1975년에는 정부로부터 비자 없이 영구 체류할 수 있는 ‘영구 초청인사’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의 작품 구석 구석에 보이는 불교적인 철학사상도 이에 영향을 받은 듯합니다.

아서 C. 클라크 경(Sir Arthur Charles Clarke. 1917년 10월 16일~2008년 3월 19일)은 영국의 작가,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입니다. 우리에게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화 했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1988년 작고한 '미스터 사이언스 픽션'으로 불리는 로버트 하인라인과 1992년 타계한 '글쓰는 기계' 아이작 아시모프와 더블어 SF계의 빅 쓰리(The Big Three)라고 불렸는데, 빅 쓰리가 모두 다 생존해 있다 할지라도 아서 클라크 경은 세계 최고의 SF 작가라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영국 태생인 아서 클라크는 100권 이상의 SF 소설과 논픽션 작품들을 썼는데, 런던 킹스 칼리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영국 행성간 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통신위성이 등장하기 훨씬 전에 이 개념을 제안했고, 위성들을 지구에서 일정한 위치에 유지하는 지구정지궤도는 클라크 궤도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아폴로 계획이 진행되던 1960년대에는 달 로켓에 대한 논평가로 활동했으며 1976년에는 미국항공우주학회(AIAA) 명예회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이런 경력에서 보듯이 그의 소설은 과학이론을 바탕으로 치밀한 계산을 하여 상상을 펼치는 절묘함이 가득하여 그 거대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이 넘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그의 소설 라마 시리즈의 제 1 편인 라마와의 랑데뷰는 발표 당시 휴고상, 네뷸러상, 존 캠벨 기념상, 주피터상 등 4 대 SF 문학상 전부를 휩쓸었는데. 원래 이 상들은 수여하는 주체가 각가 독자, 작가, 평론가 등으로 다르기 때문에 수상작이 일치하는 예가 거의 없는데 라마와의 랑데뷰에 대해서만큼은 일치된 찬사를 보낸 셈입니다.



1917년 영국 서머셋주 마인헤드에서 영세한 농장주인의 사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아서 찰스 클라크(Arthur Charles Clarke)는 소년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은 고생물카드에 매료되어 화석 수집에 열중하였고, 이후에는 손수 제작한 망원경으로 천체관측하며 천문학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14세 때 어메이징 스토리즈지를 접하자 SF를 열성적으로 읽으며 영국의 초기 SF팬클럽과 교류하였습니다. 1936년 그래머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나서 회계감사원 일을 하러  런던으로 이주하며 SF동인지에 기고를 하는 등 본격적인 SF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41년 영국 공군에 입대한 그는 레이더 및 항공유도 관제시스템과 관련의 개발팀에 복무하며 최신 과학기술을 접하게 되는데, 이 당시의 경험이 그의 작가적인 역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1945년 10월, 그는 정지 위성을 이용한 통신 중계에 관한 고안을 Extra-Terrestrial Relays ? Can Rocket Stations Give Worldwide Radio Coverage?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Wireless World라는 잡지에 기고했는데, 이것은 세계 최초로 통신위성에 대한 아이디어로 그의 이 업적을 기려 지구정지궤도를 클라크 궤도, 또는 클라크 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1946년 군복무를 끝내고 그는 SF작가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데, 그해 4월호 어스타운딩 (Astounding)지에 단편 루프홀(Loophole)이 게재되었고, 이후에 발표된 단편 태양계 최후의 날은 아서 클라크라는 이름을 SF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구의 멸망과 생존을 위한 지구인들의 숭고한 의지와 또 우주의 문명들의 지성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기묘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클라크 식 작품의 시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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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집필되어 1951년에 발간된 우주로의 서곡(Prelude to Space)은 달에 보내는 유인우주선에 대하여 우주계획과 그 세부적인 과정 등에 대하여 자세하게 묘사를 하고 있기에 픽션이라기 보다는 사실에 근거를 둔 예언이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라마와의 랑데뷰 후속편들을 보면 라마가 사라진 이후에 급변하는 국제적,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나 새로운 대원 선출을 둘러싼 약간은 지루하고 건조한 묘사를 이어가는데, 어쩌면 이런 부분들이 아서 클라크가 상상하는 미래에 대한 예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튼 이 작품을 다수 전문가들이 엉터리 예언이라고 일축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폴로 계획으로 이어졌고, 그는 1969년엔 아폴로11호에 의한 사상 최초의 유인 달착륙 우주선 계획의 공식 기록 집필자로 지명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에 클라크는 화성의 사막(The Sands of Mars)이라는 장편을 통해 인류가 화성에 진출한 뒤에 그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개척과정에서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에서 고등생물을 발견하는데, 부족한 태양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포보스를 인공태양으로 개조해야 하고, 그럴려면 포보스의 토착생물의 죽음이 뒤따르게 됩니다. 이런 갈등은 인류가 훗날 만날지 모르는 고도의 문명으로 발전한 외계인이 우리를 얼마나 고등한 생명체로 인정해줄 것이냐는 경우를 반영한 것으로 단순한 과학적 흥미보다는 인류와 외계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의문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1953년 발표된 유년기의 종말(Childhood's End)은 제가 즐겨 썼던 여러 편의 문명 시리즈에 모티브가 된 인류의 거시적인 진화에 관한 이야기로 먼 미래에 인류가 어디로 나아가고 어떻게 진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제시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클라크식 해탈 철학은 1968년의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클라크식의 SF는 그 구조와 전개가 너무나 거대하고 배경이 다양하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고, 시대에 따른 정치 종교 사회등의 변화 과정이 너무나 사실적이라서 걸작이 아닌 것이 없지만,  유년기의 종말(Childhood's End)은 그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고 있습니다.

20세기 말의 어느 날, 각국의 수도 상공에 등장한 오버로드라고 불리는 우주 종족의 거대한 우주선 편대로 인류는 우주에는 우리밖에 없다는 편협한 사고관과 종교관, 가치관 등이 철처히 무너집니다. 그리고 인류가 시작한 핵무기를 비롯한 모든 형태 저항은 너무나 거대한 기술력의 차이 앞에서 가볍게 묵살당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50여년의 시간이 흐르며 지구에는 폭력이나 살생 등이 일체 사라지고 완전한 평화를 이루었습니다. 그 후에 인류가 겪게되는 상상을 초월한 신인류로 진화하는 과정이나, 미숙한 인류의 자멸을 방지하기 위한 오버로드의 본 모습이나, 최종적인 인류의 진화 형태 등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SF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그는 광범위하고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한 하드SF의 교과서격인 걸작들을 집필해서 수많은 후세대 작가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태양에서 부는 바람에 나오는 태양풍을 이용해 지구 주위의 궤도상에서 펼쳐지는 태양요트 경주나, The Fountains of Paradise에서 보여 준 우주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 계획은 최근에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주제 중 하나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1920년대 처음 연구논문이 나온 이래 잊혀졌지만 철보다 훨씬 강도가 뛰어난 탄소나노튜브의 개발로 가능성이 새롭게 부각되었으며, 태양풍 우주선은 저비용 탐사선에 대한 가능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집필을 중단했었던 그는 1982년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의 속편인 2010년 우주의 오디세이 II를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하며, 라마 시리즈를 완성했고, 이후에도 2061: Odyssey Three(1988)와 3001: The Final Odyssey(1997)을 완성했으며,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Stephen Baxter와 함께 Time's Eye(2003), Sunstorm(2005), Firstborn(2007)까지 Time Odyssey 시리즈를 이어왔습니다.

3월 19일 Frederik Pohl과 공동집필한 The Last Theorem을 유작으로 남기며 잠들었지만, 그의 우수한 걸작들은 영원히 SF의 표본이자 미래에 대한 예언서로 First-Contact에 대한 지침서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주에 쏘아 올렸던 그의 DNA가 먼 미래에 외계인에 의해 발견된다면, 그의 말대로 그들의 기술력으로 환생할 수 있으므로 그는 마지막 세가지 소원 중 가장 소망했던 것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편히 잠드시길.. Sir Arthur Charles Clar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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