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무렵이면 열리는 부산국제 차·공예박람회(The 3rd Busan International Tea&Craft Fair)를 다녀왔습니다. 재작년작년 차·공예박람회에서 너무나 즐거운 추억들이 많기에 3회를 맞이한 이번 박람회는 한 달 전부터 날짜를 확인하고 관람계획을 세워 두었습니다.


2008년10월23일(목)~10월26일(일)까지 BEXCO(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박람회에는 200부스에 국내외 130개 업체가 다양한 품목을 전시해서 시음이나 관람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입장료는 변함없이 3000원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입구룰 들어서자마자 전남 보성군의 보성차생산자조합의 전시관이 보이는데, 우선 여기서 부드럽고도 입안을 살짝 감도는 녹차를 시음했습니다. 이 한 잔만으로도 입장료 3000원의 본전을 뽑았네요.


멀리 제주에서도 오셨네요. 제주에서 30년 이상 목공예만을 생산하고 있는 목예당인데, 목예당의 공예품은 합성목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수 자연상태의 나무만 이용해서 3년 이상의 제작기간을 걸쳐 꼼꼼하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비닐에 든 구슬같이 보이는 나무는 아주 상큼하고 맑은 향이 짙게 나더군요.


하동군에서 많은 업체가 참여했는데, 여기가 어느 다원인지 모르겠네요. 다만 깊고 오묘한 차 맛은 아직도 그대로 기억이 납니다. 한 모금 넘어갈 때의 목을 감싸는 부드러운 느낌은 잊을 수 없네요.


아주 유명한 지리산차천지의 전시관입니다. 지리산차천지의 알가차는 2008년 10월16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개최된 세계녹차협회 주최의 [세계녹차콘테스트2008]에서 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알가차에 대하여 궁금하다면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세요.(http://www.joytea.com/)


알가차는 시간이 흐를 수록 서서히 발효가 진행되는 후발효차지만, 만드는 방법이 단차와는 달리 찻잎을 약 60%이상 선 발효시킨 후 증압성형을 하여 발효도가 높기 때문에 햇차라고 해도 발효차 특유의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차맛을 한단계 끌어 올린 듯한 맛입니다.


엽전이나 곶감을 꿰어 놓은 모습의 돈차입니다. 돈차는 시간이 흐를 수록 서서히 발효가 진행되는 후발효차인데, 처음에는 녹차 맛에 가깝지만 1년 쯤 시간이 흐르면 발효가 제법 진행되어서 탕색도 황색으로 나오고 맛도 깊어집니다. 고맙게도 여러 차를 맛볼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하동녹차의 전시관 중 한 곳입니다.  하동은 우리나라 차 시배지입니다. 신라 흉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간 대렴공이 차씨를 가져와서 왕명으로 지신산 남녁인 화개동천에 심었고, 진감선사가 이를 널리 보급함으로서 전통차의 문화가 싹트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미소로 차를 주시는 분의 마음 담긴 차와 예쁜 찻잔이 어우러져 한 모금으로도 입안이 향긋해지고 넘어가는 순간 목안에 감도는 향이 달콤하고, 이내 편안해지는 뱃속과 여유로워지는 머릿속! 아주 좋았습니다.


역시 박람회에 오면 이런 저렴한 물품들이 있어서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인터넷이나 상점에서 살 수도 있지만 이렇게 여러 제품들이 모여있고 배송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므로 큰 부담이 없이 몇 개 골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구경에 몰두하다보니 이곳이 어디인지 적어오지 않았네요.


이렇게 셋트로 이루어진 예쁜 다기들을 구하고 싶은데 가격이 문제입니다.


이 정도의 5인 다기셋트가 30~50만원이라면 비싼 것은 아니지만... 아.. 돈이 필요하군요. 한 번 장만해 두면 평생 두고 두고 쓸 수 있지만, 쉽게 결심하기란 어렵습니다.



조명때문에 실체가 흐릿하지만 보고 있자니 영롱한 자태가 유혹합니다. 살짝 욕심나는 작품입니다.


중국 보이차와 함께 중국의 미술가인 우문기(于文琪 YU WEN QI) 선생의 작품전시관입니다.


호랑이와 말, 용, 여인 등의 그림으로 유명한 분인가 본데, 작은 딸 한설이와 기념사진을 부탁드리자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아~ 그리고 차도 한 잔 주셨는데, 보이차는 특유의 발효된 맑은 풀잎향이 좋습니다. 몸의 기운을 정리해주는 듯한 느낌과 살짝 열이나는 뒷끝 때문에 더욱 끌립니다.


이천시의 영토미 아트샵입니다. 입구의 사자상이 특이하네요. 영토미는 다기와 다식접시, 식기 등을 전시를 하고 있는데, 대표이신 정영님은 아주 유명하신 분이죠.


질감이 좋고 보기만 해도 입술을 대고 싶어 집니다.


뽕잎차를 전시한 곳인데 어딘지 모르겠네요. 뽕잎차는 칼슘이나 철분, 칼륨, 비타민 A, 비타민 C 등의 성분을 녹차보다 수배 이상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도 좋은 차입니다. 그리고 맛도 고소하고 향긋해서 같이 간 딸과 아내가 매우 좋아했습니다.


경기도 이천 신둔면 산자락에 있는 묵전요 전시관입니다. 墨田 김태한(金太漢) 선생의 작품은 일본의 4대 차회 중에 하나인 우라센께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될 만큼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아왔습니다. 이 분의 작품들은 일본에서 더욱 알려져 있어서 일본에서만 개인전을 백여회 가졌으며, 그의 아들인 김평(金平)님 역시 다기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너무 감상에 열을 올리느라 사진을 남기지 못했네요.

다다기와 다원의 절묘한 부스 배치 덕분에 눈과 입이 번갈아 가면서 즐겁습니다. 작품을 감상하고 돌아서면 시음할 수 있는 차가 있습니다. 이곳은 대통령 선물용 진상품으로 선정되어서 청와대에만 1만여 셋트를 납품했다는 청양구기차의 전시관입니다. 2007년에는 남북정상회담 선물로 북측에 전달되기도 했습니다.


옛선인의 전통기법을 활용해서 만든 청양구기차는 이름처럼 그 재료로 청양구기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기자는 지선자, 선인장, 청정자, 명안자, 지절자. 구구자 등의 수많은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귀한 산약초입니다. 청양구기차는 칠갑산의 정기를 받은 구기자 때문인지 마시는 중에 코 안이 시원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혈행이 순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한설이는 몸에 좋은 차라면서 부탁해서 여러 잔을 마셨습니다. 바닥에 보이는 까맣게 여문 구기자는 꼭 건포도 같은 느낌을 줍니다.


편안하고 느긋한 미소가 멋진 매원초가의 도예가 김학동님입니다. 


작년에 갔을 때도 아내가 가장 좋아하던 곳입니다. 아기자기 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색이 아름답습니다.


너무 밝은 조명 때문에 사진에는 약간 투박스럽게 나왔지만, 섬세하고 부드러운 선이 정말 멋집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입니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른거리는 듯한 색감에 빠져드는 느낌이 납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작품인데 가격은 의외로 저렴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쉽게 지르기에는 무리입니다. 매원초가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단아한 선과 약간 투박한 질감이 매력적입니다.


투명한 듯하면서도 맑은 광택이 우러나서 손대면 말랑말랑해질 듯한 느낌이 납니다. 가루차를 담아두기만 해도 저절로 깨끗하게 정화될 것 같습니다.


몽환적인 색이 독특한 형태로 녹아서 조화를 이룬 향꽂이입니다. 작년에도 이걸 갖고 싶었는데,,


내려앉은 개구리가 귀엽죠? 도약한다기 보다는 편안히 쉬고 있는 느낌을 줍니다. 살짝 보이는 찻잔도 단아함과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환대해 주신 매원초가에 감사드립니다. 


이천에 있는 맑은흙 도예의 도예가 이성근님입니다. 수염과 미소가 근엄하면서도 멋집니다.


맑은흙 도예에서는 핀칭이라는 작업장식으로  정형화 되지 않은 다도구를 만들기 때문에, 각각의 작품들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느 곳인지 잊어버렸네요. 그래도 아름다운 분이 반겨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멋스럽습니다. 집에 여유 공간이 있다면 차실을 만들고 이렇게 여백의 미를 주고 싶습니다.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도예공방 가마뫼의 도예가 김종철님입니다. 너무나 편안해서 옆집 아저씨같은 느낌을 주시지만 작품을 설명해주실 때는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가마 안에서 날리는 나뭇재와 연기가 자연스럽게 유리질을 형성하는 무유소성의 작품들은 흙빛이 살아 있습니다.


작년에 전시했던 작품들이 매끈한 느낌이었다면 올해 보이는 작품들은 보고있기만 해도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 전해오는 듯합니다.


도자기로 만든 저 쟁반이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차마 가격을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이천의 누보도예 전시관입니다. 누보도예는 다도구를 주로 작업하는 요장으로 다완, 다기셋트. 찻잔 등을 전통가마에서 소성하고 있습니다.


옹기종기 모인 다관들이 서로 수다를 떨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알게모르게 누보도예의 다관에서는 시골 농부같은 남성적인 분위기가 풍기고 있습니다.


차호와 다관, 찻잔 등의 색상이 조금씩 다르지만 모아 두어도 서로 이질감이 없이 잘 어울립니다. 누보도예의 작품들은 친구와 차를 나눌때 사용하면 마음 속의 이야기도 숨김없이 할 수 있게 해주겠네요.


40여년동안 아름다운 색을 지니니 칠보를 생산하고 있는 울산의 (주)남정의 전시관입니다. 형형색색 빛나는 칠보의 아름다운 빛깔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남정의 제품들은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으며, 비녀, 노리개, 첩지, 족두리 같은 전통적인 상품뿐만 아니라 금이나 은을 소재로 한 액세서리에서 주방용품 등의 다양하고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제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청병입니다. 다만 시음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부산 해운대의 풍청당 전시관입니다. 풍청당은 대만 차, 다기 전문점으로 대만, 일본, 중국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한국 지점은 2007년 말에 오픈하였습니다. 놀랍도록 싼 가격의 찻잔이나 다도구들이 있습니다. 찻잔 하나에 1000원이라니..


풍청당의 대표상품 중에 하나인 보이차(puer tea)를 시음할 수 있었습니다. 저분 인상이 푸근합니다.


천년명품이라고 불리는 남원목기 전시관입니다. 예로부터 운봉과 남원시 일원의 목기는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있는데, 조선조 초기부터 명성을 떨치기 시작해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올해에는 그 유명한 나전 소나무 접시는 전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맑아지면서 나무 특유의 아름다운 무늬가 살아나는 남원목기를 보고 있으면, 근엄하고 절도있지만 부드럽고 여유를 가진 품격같은 것이 숨쉬는 듯합니다. 자연스러움과 조화로움이라고 할까요?


부산 기장군의 신라민요 황산도예원의 전시관입니다. 기장의 신라민요 선미가에서 반기는 남근조각이 여기서도 입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


황산 이수백 선생의 작품들은 너무나 독특해서 다른 도예가들의 작품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개성이 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정감이 가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일인용 다관입니다. 크기가 앙증맞아서 어린 한설이 손안에 들어 올 정도입니다.


아름다운 분이 설명을 해주시길래 여러번 부탁을 드려서 겨우 사진을 찍었습니다. 작품만큼이나 예쁘고 맑은 미소가 돋보이는 분이네요. 부산에 사는 분들이라면 전시된 도자기와 도자기 굽는 모습을 견학할 수 있고, 신라민요 선미가에서 토속음식도 먹을 수 있으니, 기장의 신라민요에 한번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중국 보이차 명가의 하나인 하관차창의 제품 일체를 취급하는 중국내 천진지사의 전시관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하관 차창에서 나오는 보이차들이 있음에도 시음할 기회가 없어 못내 아쉬웠습니다.


차를 마실 수 있게 마련한 공간인 듯한데 알 수 없는 서먹함과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꼭 잘 아는 사람이나 친분있는 사람, 또는 높은 사람을 위한 자리처럼 벽이 느껴져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꽤 넓은 공간에 마련된 곳이지만 이전 박람회와 달리 딱딱함을 주는 점이 있네요. 마치 자기들끼리의 축제라는 느낌을 받아서 잠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번 차공예 박람회에서는 특별기획전으로 아트마켓이 열렸습니다. 안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서 입구에서 전체사진만 찍었습니다.


민화특별전시도 있었으나 역시 사진은 촬영하지 못했습니다만 전시된 작품들은 한참동안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약간의 차와 전시품을 구매했는데 집에서 먹어보니 가격에 비해 그 맛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마시다보니 놓친 부분도 많았지만, 한 자리에서 여러 작품들을 감상하고 차를 마실 수 있었기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 올린 사진 외에도 상당히 많은 사진과 메모들이 남아있어서 한 편을 더 이어서 써야겠습니다..

- 제3회 부산국제 차.공예 박람회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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