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까지 부산에서 살았다면 송도해수욕장의 구름다리나 케이블카, 그리고 바닷속에 세워져있던 다이빙대 등에 대한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송도해수욕장은 우리나라 제1호 해수욕장으로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던 곳이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며 수질악화와 모래유실 등으로 해변의 폭은 몇 미터 이내로 줄어들고 그나마도 모래는 사라지고 돌과 쓰레기가 굴러다녀 사실상 해수욕장으로의 기능을 상실했었습니다.

1910년 일제의 강점이 시작되자 부산으로 이주해 오는 일본인이 많아 지면서 송도를 유원지와 겸한 해수욕장으로 삼으려고 일본거류민이 송도 유원주식회사(松島遊園株式會社)를 설립하고, 지금의 송림공원 건너편에 있던 송도(현재의 거북섬)를 허물고 1913년 수정(水亭)이라는 휴게소를 설치하여 바다기슭의 사장을 해수욕장으로 개발하였는데, 이 것이 우리 나라에서 처음 개발된 해수욕장이자 관광지로 유명해진 이유입니다.


광복 후와 6.25전쟁 후는 도시가 팽창하여 관광객도 불어나고 해수욕장 주변으로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많이 들어섰으나, 바닷물이 오염되고 백사장 이 좁아들어 해수욕장의 기능이 점차 줄어들자 뱃놀이와 생선회를 즐기는 유원지로 바뀌어 갔고, 송도라고 불린 섬에 세워졌던 ‘수정’이라는 휴게소는 바위 위의 건물이기에 세찬 해풍으로 인해 여러 차례 무너지고 다시 세우고 고쳐 세우는 과정에서 섬이 깎여 들어 바위만의 텃자리가 되고, 그 자리가 거북모양으로 낮아져 이름도 거북섬으로 바뀌었습니다.

1964년 4월에는 거북섬과 해수욕장 서쪽 산언덕을 잇는 420m 거리의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뒤이어 송림공원에서 거북섬으로 건너가는 줄다리가 설치되었는데, 이후 케이블카와 구름다리가 철거되기까지의 20~40여년간 송도의 명물로 이 곳을 찾는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해수욕장 동쪽의 노송이 우거진 언덕은 송림공원 또는 송도공원이라 하는데 이 공원은 바다바람을 쐬며 바다경관을 즐기며 휴식하는 유원지로 손색이 없었으나, 도심지와 가깝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80년대 들어 해안주변 개발의 가속화로 모래유실은 계속되고 매년 태풍과 해일의 피해가 반복되어 해수욕장 기능은 점차 쇠퇴해져 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00년부터 5년간 43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송도연안 정비사업을 시작해 해마다 반복되는 태풍피해와 모래유실을 막는 수중방파제와 이안제를 설치하는 등으로 삭막하던 해변은 아름다운 친수 공간이 되고, 좁고 갈라지고 자갈마당 같던 사장은 희고 고운 더 넓은 모래사장이 되었습니다. 이제 수중방파제엔 물고기들이 집을 짓고, 아름다운 분수와 녹지 공간, 더 넓어진 모래사장은 차라리 눈이 부실지경입니다.


송도해수욕장은 50m 폭의 모래사장이 약 800m 정도 이어져있는데 모래의 질이 매우 좋은 편입니다. 그리고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완공되어서인지 수질 또한 맑고 깨끗하며, 부산의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아직 해수욕객이 적은 편이고 관리구청의 적극적인 활동때문인지 눈살을 찌프리게하는 쓰레기 문제도 없고, 바가지 요금도 없는 편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송도해수욕장은 찾아 2~3시간동안 해수욕을 편안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물이 아직 차가운 편이지만 몇시간동안 물속에서 나올 생각을 안하더군요. 저 멀리 바닷속에 우뚝 서있는 조형물들이 보입니다.




백사장 바로 옆에 있는 중앙분수대인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여기서 노는 것을 즐깁니다.



외국인들도 꽤 많은 편인데 이들이 입은 것은 수영복이 아니라 트렁크팬티 같습니다만 본인들이 남의 시선을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동쪽 끝에있는 거북섬입니다. 과거의 구름다리나 휴게소는 사라지고 방파제와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이 영도인데 지난 7월9일 송도와 영도를 잇는 2km 가량의 남항대교가 개통되었습니다.

송도해수욕장의 장점은 해수욕을 마치면 해수욕장과 이어진 아름다운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변 서쪽끝으로 가면 절벽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가 있는데 산책로 곳곳에서 송도의 특이한 지형을 볼 수 있으며, 바다로 이어진 계단이나 휴식을 위한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송도해수욕장 인근 암남공원 해안 산책로 일대 1.5㎞ 구간의 지질구조를 조사한 결과 사층리와 절리, 정단층, 역단층 등 여러 종류의 지질현상을 한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으로 드러나 학술적, 교육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어, 송도해수욕장 옆 암남공원 주차장 부지 2만여㎡에 지층 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암남공원 해안 산책로 일대의 지질은 중생대 이전인 선캄브리아기부터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퇴적암과 이를 뚫고 들어온 마그마가 굳어 형성된 화성암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지역에서는 석회질 퇴적물인 캘크리트가 다양하게 분포해 있습니다. 백악기의 캘크리트층에서는 다양한 공룡화석이 발견됐으며, 암남공원 해안 산책로 서남쪽 끝 지점 바닷가와 인근 두도에서는 부산대 연구팀에 의해 공룡뼈와 비늘화석이 발견돼 공개된 바 있습니다.


지층박물관 추진과 함께 송도 지층을 초중고 과학 교과서에 등재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수욕장 서쪽 끝에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150여종의 암석표본이 야외에 영구전시되어 있는데 아이들에게도 좋은 학습장이 되었습니다.


이어붙여서 파노라마로 만든 사진입니다. 다운로드 받아야만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산책로 끝에는 공영주차장이 있으며 주차장을 지나면 다시 암남공원의 해안 산책로로 이어집니다. 송도절벽의 산책로가 스텐레스스틸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에 암남공원 산책로는 숲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가벼운 잡초가 난 길과 침목으로 이루어진 계단으로 되어있으며, 여러 갈래의 길로 나뉘다가 합쳐지며 휴식터나 낚시터 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난간 옆은 80도 이상의 절벽이고 나무사이로는 바다가 보입니다.


그리 길지않는 구름다리지만 건널때마다 오싹한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


공룡모양의 조각작품인데  해질 무렵이라 사진이 흐립니다.


감천항 쪽입니다. 산책로 곳곳이 낚시터로 이어져있고 낚시를 즐기는 분들도 많은 편입니다.


저 멀리 영도의 끝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림같이 떠있는 배와 속이 들여다 보이는 맑은 바다입니다.

어딘가를 간다거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볍게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해도 며칠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맞춰야 할 정도로 일정을 짜고 거기에 맞춰 살기를 좋아하는 것이 우리들입니다.

하루 전날 밤늦어서 갑자기 바다에 가자는 말이 나왔고, 큰 딸애의 반대를 다른 3인의 압력으로 무시하고 출발했는데 가장 즐거워 했던 것은 역시나 큰 딸이었습니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것을 싫어한다고 해도 큰 계획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 송도해수욕장입니다. 방학이 시작되면 100m 거리에 있는 서쪽끝 매립지와 송도초등학교 운동장이 무료 주차장으로 개방되고, 자갈치 시장과도 가까와 부산만의 특색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휴가계획을 잡지 않았다면 송도를 목적지로 정해보세요.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욕장이었고 지금은 우리나라 최고의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으로 놀러오세요.

- 오랜만에 뵙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빠 자주 올 수 없어 늘 아쉬웠는데 이제는 자주 출몰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무더운 여름밤이지만 편안하게 잠드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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