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9월이 오면 마음이 바빠집니다. 아무래도 9월은 연초에 즐비하게 늘어놓았던 계획과 다짐을 돌아보며 한숨 쉬고, 아쉬워하는 시기인가 봅니다. 아직 넉 달이나 남은 한 해에 안도하면서도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 걸 깨닫고는 마음이 바빠집니다. 1권을 낼 때도 그랬고, 2권을 낼 때도 그랬습니다. ‘시간을 넉넉히 갖고, 차근차근 쓰며 다듬어야지.’ 유월에도 그랬고, 칠월, 팔월에도 같은 다짐을 했습니다. 다짐만 했습니다. 대단한 작품을 쓰는 것도 아니면서 책상 앞에 앉는 게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지긋하게 앉았습니다. 그리고 삼 갑자의 내공으로 시시각각 찾아오는 주화입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는 마침내 탈고하고야 말았습니다.

비과학 상식 3권은 대부분 2년 전 블로그에 발행했던 포스트를 모아 정리한 글입니다. 2권이 주로 문명과 문명 사이의 직접적인 충돌을 다루었다면 3권은 하나의 문명이 맞이하는 재앙이나 위기를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글은 일 년여 시간 동안 다른 시각에서 다른 마음으로 썼기 때문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내용이 많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임에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풀어나가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작가를 신(神)의 자리에 앉혀놓고 우주의 역사를 꿰뚫어 보는 듯이 설명하다 보니 스페이스 에세이가 묘하게도 사이비 종교의 교리처럼 변해 버린 느낌도 듭니다. 글 여기저기 사족이 같이 붙은 군더더기를 떼어 내는 것이 새로 글을 쓰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도 퇴고하는 내내 부끄러운 마음에 여러 번 망설였습니다. 한 블로그 독자가 말했습니다. ‘비과학 상식이란 말로 진리를 마음대로 오도(誤導)하는 게 아니냐고….’ 그리고 ‘비과학 상식이란 게 대체 뭐냐고…….’ 또 여러 독자가 블로그 포스트를 읽고 이야기했습니다. ‘SF 쓰면 되겠다고…….’ -.-;;

비과학 상식 3권 : SF 2012

I. 우주와 지성_9
우주와 생명체는 설계된 것인가? 11
빅뱅 임계점(big bang critical point) 19
우주 속 지구의 문명 지수는? 29
오지 문명 보고서(奧地 文明 報告書) 35
우주 속 생명체의 목적은? 43
우주 최초의 지성 48

II. 인류와 진화_55
인류의 진보와 속도(warp speeds) 57
유전자 메이커(gene-planner) 67
인류 진화, 그 숨겨진 이야기 77
인류 진화의 미래상 85
안드로이드는 무엇을 꿈꾸는가? 92

III. 인류의 미래_111
우리는 외계인인가? 113
외계인과 만날 확률 128
우리는 문명의 전도사이다. 144
누가 외계인인가? 150
인류의 가치 155

IV. 문명의 최후_161
인류 최후의 순간은 어떻게 시작될까? 163
2012년 운명의 날(2012 Doom’s Day) 188
그림자 206
엉클 둠스 케이지(Uncle Doom’s Cage) 213
나팔소리 221

3권을 마치며…_248



비과학 상식이 3권까지 나왔고, 4권 분량이 이미 넘치는 시점에서 돌아봐도 ‘그것’이 없음을 절감합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부터 알았습니다.
책 세 권이 나오는 내내 고민했습니다.
그럼에도, 창작하는 모든 글에는 인물도 없고, 갈등 구조도 없고, 복잡한 막장 대립이나 교훈, 감동도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그냥 이대로 살겠노라고…….

마틴 방식으로 쓴 글을 격려해주신 모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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