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외로운 종족 1편에서 이어집니다.


두 번째 절대 비밀인 우주의 비밀을 근본적으로 파고 들다보면 첫 번째 비밀과 그 궤가 같다.

우주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고, 다차원의 다중 구조를 이루고 있다. 모든 생명의 정보체가 세대와 복제를 거듭할수록 다발과 고리가 풀어지듯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근본 정보 알갱이도 가만히 살펴보면 우주가 몇 번이나 반복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우주는 계산적으로 24억 9천 5백만 73번째 우주이다. 노쇠한 유전자의 고리처럼 우주의 고리도 낡을 대로 낡아있다. 이건 다른 의미로 우주의 복제와 반복의 한계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수십에서 수백억년이 한 세대인 우주가 앞으로 수천 만 번만 더 반복되고 나면, 우주는 그대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지금 환생한 우주는 중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주의 전 생애를 놓고 본다면 24억 9천 5백만 73살이 되어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이라 해야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우주는 노련하게 자신을 운영하고 있다. 우주라는 세포는 표면적으로는 11차원을 이루고 있으나 음의 영역에 11개의 차원이 숨어 있고, 그들 각각의 차원이 겹쳐진 그림자가 이루는 6개의 차원이 있으며, 서로의 차원을 연결해주는 3개의 차원이 있다. 이 모든 차원은 각기 떼어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으나 절대적으로 서로에게 의존할 필요도 없는 비교적 안정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아마도 우주는 이전 세대의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서 지금과 같이 독특한 형태로 발전해 온 것이리라.

그런데 그들은 우주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이 모든 차원을 통합하는 미지의 차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1개의 차원이 치밀한 톱니바퀴처럼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를 구동하고 제어할 무한의 동력원이 필요한데, 그 에너지의 총량은 최소한 우주 전체 질량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우주에는 반드시 보이는 우주보다 무거운 숨겨진 하나 이상의 차원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우주에는 그 미지의 차원이 주체가 되어서 우주의 모든 힘을 조절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다. 미지의 차원은 비단 차원간의 상충뿐만 아니라 문명 간의 간격이나, 각 문명의 문명지수도 조절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니 우주의 모든 사물과 물질, 시간과 공간조차도 그것의 요구나 지시를 거절할 수 없고, 그것이 정해준 행로를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주의 존재하는 티끌 하나도 도저히 그것이 정한 관념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주에서 가장 막강한 그 차원은 지금까지 그 실존 증거를 찾지 못하여 이론적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는 한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나, 발견하지 못한 것이지 없는 것은 아니다. 창세 이후 그것은 한 번도 실체를 드러낸 적이 없고, 드러낸 적이 없음에도 우주의 작은 순간과 광자 알갱이 하나까지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곳, 어느 때, 무슨 이유에 의해서 그 존재가 실존함이 증명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들은 미지의 그것, 혹은 그(들)가 문명 간의 만남을 꺼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왜 자신들만은 예외인지도 알 수 없다. 분명 자신들은 미지의 차원에 의해 맡겨진 긴밀한 역할이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절대 비밀’은 바로 미지의 차원과 그들 종족의 연계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는 이 은하에서 십만 년을 보내는 동안 날카로운 감각으로 천만 개의 항성과 삼천만개가 넘는 행성과 이천 개가 넘는 블랙홀을 살폈다. 그 십만 년 동안 칠천 스물 두 개의 우주여행이 가능했던 문명이 존재한 흔적을 발견했고, 아직 문명이라 일컫기 어려운 행성과 고착된 상태의 원시 문명도 수없이 발견했다. 물론 그가 그토록 조심했음에도 그의 영향으로 급작스럽게 종말을 맞이하게 된 문명도 있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와 종족은 문명의 심판자, 문명의 종결자가 되고 있다. 그의 서글픈 애도는 곧 자신과 종족의 운명에 대한 비애감으로 이어졌다. 그는 그에 앞선 수많은 선조들이 느꼈을 비탄을 떠올리며, 시스템에게 다음 탐색지의 선정을 부탁했다.

고향의 시스템은 지금도 계속해서 멀리, 더 멀리 나아간 종족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신망으로 새로운 은하와 원시 은하를 발견해 내고 있는데, 그들은 우주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광대하다는 것에 항상 놀라게 된다. 오래 전에 계산했던 우주의 나이는 그 동안 수시로 수정되어야 했고, 앞으로도 항상 수정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우주가 반복된 횟수는 알 수 있지만 각 시기의 우주 수명은 어떤 변수가 발현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므로 절대 예측할 수 없다. 모든 시기의 우주가 완전히 같을 수도 있고, 각각의 우주가 모두 전혀 다른 형태로 진행되다가 종결을 맞이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우주에 퍼진 종족이 감지한 정보를 분석해왔고, 이제 축적된 정보로 우주를 거시적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우주가 그저 스스로 지닌 힘과 태초에 있었던 사건의 영향만으로 유지되고 있지 않음도 알게 되었다. 우주는 바람에 날리는 부드럽고 결이 고운 스카프처럼 결코 그 끝을 잡을 수 없다. 우주는 수시로 모습을 바꾸는데, 글자 그대로 우주라는 스카프는 우주 안이 아니라 밖에서 부는 바람에 의해 나부끼고 있다. 지금은 스카프가 그저 공처럼 뭉쳐져 있기에 더 많은 은하와 별이 반짝이는 듯 보이지만, 펼쳐진 우주는 삭막하다할 만치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곳이다.

시스템이 그에게 정해준 다음 은하까지는 불과 백만 광년에 지나지 않지만, 그 사이에는 수소 알갱이 하나 존재하지 않는 고독한 사막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이런 곳에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어떤 개념도 통용되지 않는다. 시간이나 공간조차도 죽어있는 이곳에서는 오직 빛만이 완전히 자유롭다. 일초에 불과한 여행자의 시간도 이 사막에서는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게 된다. 고대의 선조들이 지금과 같은 자유의 정신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 이런 사막을 만났을 때 느꼈을 절망과 고독은 어떠했을까? 우주의 본질은 아무것도 없는 사막처럼 오직 사념만이 존재감을 표현해주는 곳이리라. 이제 사막은 여행자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는 유일한 장소가 되었다.



격변하는 우주에서 절대 좌표는 없지만, 마침내 선조들이 사막에 우주의 어떤 흔들림에도 불변하는 좌표를 찍는데 성공하면서 그들은 진정한 의미의 무한 공간을 여행하는 항로를 열 수 있었다. 대부분의 문명이 성간 여행을 위해서 가장 이상적인 경로로 표면적인 시간을 선택하고 있지만, 그것은 비교적 짧은 거리를 여행할 때나 해당하는 것이다. 그들은 무한 거리를 여행하는 데는 관찰자의 체감시간보다 여행자의 체감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정지된 여행자의 시간을 관찰자의 시간에 비례해 적정하게 조절하는 도구로 사막을 이용하였다.

그래서 여행자의 모든 항로는 반드시 사막을 거치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 덕분에 그도 이 은하를 여행하는 십만 년 동안 쌓아두었던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백만 광년 너머 은하까지 -광속으로- 가는 1초 동안에 충분히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생각할 시간이다.

- 그림출처 : Kunst und Fantasy Wallpapers
- 우주에서 가장 외로운 종족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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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계인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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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9 16: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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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을 곁들인 상식이 풍부하셔요.
    잘 보고 갑니다
    서울은 부슬부슬 비가 내립니다.
    • 2010.02.15 20: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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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은 잘 보내셨나요?
      며칠 계속된 겨울비로 꿉꿉했는데
      오늘은 날이 개었네요.
      환하고 즐거운 한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2. 2010.02.16 10: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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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에 있는 우주선 타고 왔더니
    우와 정말 우주가 있네~~ ^^
    오늘밤 ... 지붕위에 올라가 외계인과 텔레파시를
    해봐야 겠습니다.
    • 2010.02.16 20: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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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하신 분이 와 주셨군요 ^^
      이 글은 아직 완성되지 못해서 연재를 잇지 못하고 있네요.
      그래도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렇게 댓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
  3. 2010.02.17 00: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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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내가 언제 유명해 졌지?
  4. 2010.02.17 02: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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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1년 일 때문에 바빠서 글도 못쓰고, 블로그 글들도 못보고 살아왔는데
    글 남겨주셨네요. 반갑습니다 히히
    이제 범접하기 힘든 파워블로거가 되셨네요.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 2010.02.18 23: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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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 저도 보다시피 거의 포스트를 발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종 피씨방에서 이웃분의 글을 눈팅하는 정도죠.
      그래도 이렇게 방문해주시니 아주 반갑네요 ^^
  5. 2010.02.17 13: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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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넋놓고 살고 있다가 마틴님의 깜짝 방문에 화들짝 놀랐어요. ^^
    언젠가 우리 별로 돌아갈 그 날 까지, 화이팅 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10.02.18 23: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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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방문을 했음에도 글을 남기는게 쉽지 않더군요.
      한번 안하니까 계속 눈만 즐기고, 손은 수고를 아끼게 되더군요. 발톱냥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 2010.02.18 22: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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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틴님 넘 오랜만이죠? ^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도 넋놓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살다가 이렇게 마틴님의 불쑥방문에 깜짝 놀랐답니다. 너무너무 반갑구요.

    올 한해는 희망하시는 바 모두 이루시고 새해에는 항상 건강하고 복 가득 받으시길 바랍니다.
    • 2010.02.18 23: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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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뜩맨님 블로그는 정말 자주 갑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발한 발상들 때문에 가장 즐겨가는 곳이죠. 다만 발자국 남기는게 드물죠^^
      암튼 글로나마 자주 뵈면 좋겠네요.
  7. 기리장군
    2010.05.06 10: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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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알 수 없을 비밀을 눈앞에 그려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 2010.05.07 20: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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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한지 꽤 시간이 경과한 글에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 정말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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