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손을 대고 부터는 직접적으로 인터넷과 연결되지 못하는 장소로의 이동은 정말 지루하고 아득한 길이었습니다. 다행히 무제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오즈(OZ) 덕분에 단절은 아니었지만, 포스트를 읽는다는 것과 쓴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에, 늘 손가락이 근질 거렸습니다. 대충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메모지에 적어 두었다가, 가끔 피씨방에 들르면 후다닥 정리해서 글로 만들어서 발행하곤 했지만, 그때 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즉시 옮기는 것에 비하자면 여러모로 손색이 많았습니다.
한 달에 많아야 다섯 개 정도의 포스트를 발행하면서도 손에 쥔 아르고폰은 시간 날 때마다 블로그를 들락거리고 있었습니다. 터치팬으로 콕콕 찍어서 댓글을 쓰기도 하고, 블로거뉴스와 블로그코리아, 믹시를 돌아다니며 여러 블로그의 글을 탐독하면서 나름대로 블로깅을 즐기기도 했으나, 내가 내 생각을 블로그에 옮길 수 없음에는 항상 절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고 노트북을 하나 샀었습니다. 인터넷도 안되고 하니, 그저 생각나는 글을 텍스트 파일로 저장해 뒀다가 나중에 그걸 복사해 블로그에 올리려는 의도였습니다. 외계인 마틴 1,2 편이나 엉클 둠스 캐이지(Uncle Doom's Cage), 누가 외계인인가?는 노트북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전에는 피씨방에서 2시간 정도 걸려야만 메모한 글을 정리해 올릴 수 있었는데, 중고 노트북과 아르고폰의 외장메모리와 이동식 디스크가 있기에, 이미지를 찾아 편집하고 글을 수정해서 발행하기까지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 동안 차곡 차곡 정리해 두었던 글 중 몇개를 잃어 버렸습니다. 기존의 하드디스크를 포맷해서 외장으로 돌리고 새 하드로 업그레이드 한 후에 보니, 분명 아르고폰에 복사해두었다고 생각했던 글들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하하.. 당황스러웠습니다. 글이란게 막 떠오를 때는 순식간에 몇 페이지를 써내려갈 수 있지만, 억지로 끄집어 내려면 숨은 도마뱀 꼬리 마냥 끄트머리만 살짝 살짝 잘려서 나오는것 같습니다. 휴~ 한숨을 쉬면서 다시 한번 백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절실히 느끼고, 한탄할 뿐이었습니다.
어쨌든 봄이 왔네요. 이런 저런 이유로 소홀했던 블로그에 다시 열중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선 오지를 돌아다니고 있는 현재의 작업이 끝나야만 가능하겠지만, 곧 끝이날 듯 합니다. 그 동안 비워두었던 빈집같은 블로그에 새단장은 못할지라도 먼지를 털어내고 깨끗하게 청소는 해야겠습니다.
주인없는 집임에도 잊지않고 찾아주시고 격려해신 이웃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지난 반년 동안 나와 함께 붙어다니며, 머나먼 곳에서도 집을 지켜보게 해준 사랑스런 오즈(OZ)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네요. 곧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이미지 : http://www.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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